“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순수하고 성실한지 정작 장애인 직원분들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20~30년 만에 처음 갖게 된 일터를 통해 그분들의 일상이, 삶이 변화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깊고 진한 행복을 느낀답니다.”

수십년 동안 장애인직업재활을 위해 헌신해 온 학산보호작업장 이상헌 원장에게 깊은 감동을 준 대단한 젊은 친구가 있다기에 기본적인 조사를 마친 후 컨택에 나섰다. 2009년 한동대 3학년 재학시절 정신장애인들에게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교내에 ‘히즈빈스’라는 카페를 오픈한 이래 포항지역을 넘어 이제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물론 필리핀에까지 지점을 내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향기내는사람들’의 임정택 대표가 그 주인공.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 한껏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처음 연락을 하고 미팅 일정을 조율하는 여정부터 어찌나 정중하고 친절하며 겸손한지 임 대표와의 만남이 내내 기다려졌다.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 너무 큰 감동을 받고 행복했기에 그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제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컨설팅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참 행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자.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일터, 배움과 행복 가득

현재는 80여명의 장애인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향기내는사람들의 임정택 대표는 한동대학교 재학시절 복수전공을 원칙으로 하는 학교의 방침에 따라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극히 작은 자들’을 위한 일을 찾아 사업 아이템을 삼고 싶다는 생각에 돌연 경제학 대신 사회복지학으로 전과를 결심했다. 이후 정신장애인 재활공동체 ‘브솔시냇가’의 시설장도 겸임하는 사회복지학과의 정숙희 교수의 도움으로 시설 내 장애인들과 친분을 다지며,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임 대표는 일하고 싶은데 기회조차 없다는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학교 내에서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을 몇몇 모아 동아리 수준이었지만 2008년 ‘향기내는사람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9년에 학교와 포스코의 도움을 받아 ‘히즈빈스’ 1호점을 교내에 오픈했다. 정신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카페 운영에 나섰던 것. 하지만 임 대표도, 장애인 직원들도 아마추어였던 탓에 크고 작은 어려움에 봉착해야 했다. 그래도 교수들부터 친구들, 교회 목사까지 수많은 멘토들이 기도로 응원해 줄 뿐 아니라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함께하는 장애인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위로를 주며, 힘이 되어 주었다. 

임 대표는 “카페를 창업해 안착시키는 여정은 비장애인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계속 지지하고 응원하며, 교육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1년 반 정도 지나니 장애인 직원들도 모든 레시피를 외울 뿐 아니라 카페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체득해 갔다. 종종 환청이나 망상으로 인해 업무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관련해서는 이미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숙지하고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많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얼마나 순수하고 성실한지 정작 장애인 직원들한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게다가 20~30년 만에 처음 일터를 갖게 되면서 장애인 직원들의 일상이,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곁에서 함께 하며 누리는 행복은 더 없이 깊고 오래 간다”고 덧붙였다.

향기내는사람들 송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임정택 대표./사진=향기내는사람들 
향기내는사람들 송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임정택 대표./사진=향기내는사람들 

장애인 직원과 함께하는 행복 확산 위해 특허 출원하고 컨설팅 사업 ‘전념’

임정택 대표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히즈빈스에서 처음 일하게 된 이후 단골 고객으로부터 ‘최고의 바리스타’로서 인정을 받으며, 행복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던 한 장애인 직원의 모습을 함께 한 때다. “돈을 벌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얇고 짧은데 반해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달라지고 행복해하는 순간을 통해 느끼는 행복은 그 깊이와 여운이 다르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임 대표뿐 아니라 히즈빈스에서 함께 일하는 비장애인 매니저들도 같은 경험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에 매니저 단체 톡방이 있는데 연일 각 매장의 장애인 직원들 이야기를 자랑하는 내용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처음 히즈빈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엄두가 안나 출퇴근시 택시만 이용하던 한 장애인 직원이 일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니 이제는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시작했다는 등등의 이야기 속에서 매니저들 모두 남다른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

임 대표와 향기내는사람들은 이런 자신들의 특별한 경험을 가능한 널리 확산하고 싶다. 이에 수년 동안 현장에서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하며 검증해 온 노하우를 담아 특허를 출원하고 컨설팅 사업에도 전념하고 있다. 장애인 직원 지지시스템인 ‘7인 지지시스템’이 바로 그것으로, 임 대표는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시적인 시스템으로 실체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확산시키는데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다. 7인 지지시스템은 히즈빈스 매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비장애인 전문 매니저, 히즈빈스 본사 직원을 포함해 사회복지학 교수 및 정신과 의사, 장애인 복지기관 동료, 장애인 선후배 등등 7명의 사람들이 장애인 직원의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직무 수행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해법을 논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체계로 어느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이를 통해 장애인 의무고용제 준수를 위해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고 싶어도 막상 어떤 장애인을 어떻게 고용해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몰라 망설였던 기업들을 찾아나서 장애인 고용문제를 행복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즉, 기업들이 장애인 직원들을 직접 고용, 사업장 내에 ‘히즈빈스’ 카페를 오픈하도록 돕는 대신 장애인 직원들 교육과 관리는 향기내는사람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주며 기업과 장애인 직원 모두가 함께하는 경험과 행복을 선사해 주고 있다.

향기내는사람들의 성공 사례가 늘며 해외에서도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필리핀 퀘존의 히즈빈스 매장이다. 필리핀 빈민 지역에서 장애인 재활을 돕던 밀알복지재단 필리핀 지부의 요청으로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되던 2020년 2월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잠시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다시 오픈해 1년 정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곳 매장에는 6명의 필리핀 장애인 직원들이 일하는데 만족도가 크다고 한다.

제조공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 대표와 직원들./사진=향기내는사람들
제조공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향기내는사람들 임정택 대표와 직원들./사진=향기내는사람들

모든 일터에서 장애인 직원 함께하는 세상 꿈꿔

임정택 대표는 “역사적으로 장애인이 없었던 적은 없었는데 장애인의 일자리와 일을 통해 변화된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히즈빈스에는 80여명의 우영우가 이미 일을 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집에서 나가지도 못했는데, 더더욱 월급은 받아 본적도 없이 20년 이상을 살았는데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비장애인 교육을 역으로 담당하기도 한다. 또한, 제조사업부, 콜드브루 조직을 총괄하기도 하고 창업도 했다”며 “이제는 히즈빈스의 이야기가 직종에 상관없이 모든 일터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 대표는 지금은 기업들 대상으로만 컨설팅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장애인과 함께하는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도 꿈꾸고 있다.

임 대표는 “점주들이 돈만 버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추구해 나간다면 점주 개인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ESG 경영의 중요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마케팅 측면에서도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정택 대표의 꿈은 모든 일터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함께하는 세상이다. 이를 위해 임 대표와 향기내는사람들은 그간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하며 누려 왔던 경험과 행복을 보다 널리 확산시켜 나가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임정택 대표는 “일이나 직업, 전문성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지 않겠냐”면서 “목적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을 통해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떤 사람을 살리고 있는지 진지하게 관심하고 도전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함께라서 즐겁고 행복한 향기내는사람들 직원들 모습./사진=향기내는사람들
함께라서 즐겁고 행복한 향기내는사람들 직원들 모습./사진=향기내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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