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A와 4개 사회적경제기업은 3개월 동안 함께 비즈니스 솔루션을 찾아간다.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대학은 지성의 요람을 넘어 변화와 혁신의 요람이 되길 꿈꾼다. 대학의 우수한 인재, 기술과 인프라는 혁신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국가적으로도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 등 산학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대학과 산업의 연결점을 찾기도 한다. 연세대학교 사회혁신학회(SocialInnovationCreators’Academia, 이하 SICA) 얘기다. SICA는 학생을 중심으로 사회문제를 교육하고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학회로, 대학 내 사회혁신가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 3월 활동 개시 이후 고령화 사회, 밀레니얼과 Z세대 등 주요 사회이슈를 주제로 매 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최근 SICA는 더 적극적인 사회혁신에 나섰다.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서다. 프로보노(pro bono)는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사람 혹은 일이다. 참여기업은 학생들의 지식과 실행력을, 학회원들은 사회혁신 실험의 기반을 제공받는 ‘윈-윈’ 구조다.

SICA 소속 대학생 프로보노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상상우리의 지원을 받고 3개월동안 선정된 4개의 사회적경제 기업(△비타민엔젤스 △제로마켓 △이음커뮤니티 △티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도출할 계획이다. 분야는 소셜마케팅, 서비스기획, 영어 통·번역, 웹디자인 등 기업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된다. 9월 30일(월)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김순전홀에서는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SICA x 사회적경제기업 오리엔테이션&매칭데이’가 개최됐다. 

'SICA x 사회적경제기업 오리엔테이션&매칭데이'가 열린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김순전홀. 

“우리 학생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대학생의 열정을 실행으로 이끈 대학과 사회적기업

대학생들이 나서 사회적경제기업과 산학협력의 장을 만든데는 대학과 유관기관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연세대학교는 총장직속기구로 고등교육혁신원(IHEI)을 설립해 사회혁신에 기여하는 미래형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한국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대학이 내놓은 대안책이다.

SICA는 IHEI에 소속된 사회혁신 학술동아리다. SICA 지도교수인 이삼열 행정학과 교수는 “소셜임팩트를 만들어가는 학생들의 활동이 인상적이라 지속적으로 SICA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사회적기업 ‘상상우리’의 지원은 사회적경제 기업가들을 프로보노 참여로 이끌었다. 상상우리는 중장년이 가진 자원을 사회적기업과 청년스타트업에서 활용토록 지원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우연히 행사장에서 SICA를 만났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가치 확산에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도움이 될 것 같아 프로보노 활동을 지원하게 되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서 참여기업과 프로보노 간 네트워킹의 시간을 가졌다. 중앙의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를 중심으로 좌측에 학회원, 우측에 퀵서비스 물류운송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음 커뮤니티' 관계자.

프로보노로 맺은 인연이 만드는 무한한 가능성

프로보노는 국내 사회적경제기업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되어왔다. 폐플라스틱을 인형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사회적기업 ㈜우시산의 트레이드마크인 고래 디자인은 울산대학교 디자인과 학생들이 함께 개발했다. 또한 19개 지점에 60명의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향기내는사람들의 카페 ‘히즈빈스’에선 한동대학교 공연예술 학과 학생들이 카페 공간을 기반으로 여러 문화이벤트를 기획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프로보노를 통해 참여기업과 프로보노 활동가 간에 더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기도 한다. 사례 발표를 맡은 ㈜커리어투어 서다희 이사는 코오롱그룹사의 ‘2018 코오롱 프로보노’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재능기부뱅크’ 프로보노 사업에 참여한 사례를 공유하며 사업적·개인적으로 프로보노가 좋은 계기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특히 코오롱그룹의 경우 프로보노로 사업적 연계도 가능했다. 주요 사업아이템인 진로교육과 기업탐방을 코오롱과 협업해 코오롱그룹의 직무와 사옥을 탐방하는 기획을 할 수 있게 됐다. 대학생 프로보노의 경우 당장에 사업적 확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보노로 맺은 인연이 협업으로 연계되는 모습을 상상케 하는 대목이었다.


연세대학교 고등교육혁신원 소속 사회혁신학회 SICA의 정윤형 학회장.

지역사회, 사회적가치에 기여하는 사업모델을 직접 만드는 대학생 조직은 이미 있다. 하지만 기존 사회적경제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은 SICA의 프로보노 활동이 처음이다. 대학과 사회적경제기업 간의 새로운 협력모델을 시작하는 SICA의 정윤형 학회장과의 간단한 일문일답이다.

- 사회적경제기업과 프로보노 활동을 구상한 계기는?

▶매 학기 사회이슈, 사회혁신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구상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기회도 없었고 재정적 여건도 안됐다. 반면 학회원들은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욕심이 있었다. 실천적 활동의 계기를 찾다 프로보노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다. '상상우리'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대학의 지원은 물론 사회적기업 ‘상상우리’도 함께한다. 어떻게 가능했나?

▶SK의 프로보노 담당자를 강연자로 섭외했던 게 인연이 됐다. SICA의 사회혁신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연사께서 ‘상상우리’와 SICA의 만남을 주선했다. 감사하게도 우리의 열정에 상상우리를 비롯한 여러 조직이 공감해주었다.

- 학업과 프로보노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실제 기업과 함께하는 일인 만큼 진지하게 프로젝트에 임할 것이다. 담당 기업과 매주 3시간 만나고, 이외에도 학회원들끼리 주 1회 활동보고서를 제출하고 공유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학회원들이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당부하고 있다.

- 이번 활동에 대한 학회원들의 기대는?

▶항상 갈증을 느꼈던 실행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원래의 방식대로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중에 찾아온 기회로 프로젝트의 방향이 프로보노로 급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동의했다.

- 4개의 기업(△비타민엔젤스 △제로마켓 △이음커뮤니티 △티클)과 함께한다. 기업 선정 기준은?

▶감사히도 50개가 넘는 기업이 지원해주셨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학회원들이 관심있어하는 분야의 기업체를 선정했다. 학회원들이 특히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 ‘제로마켓’과 협업하게 됐다. 또한 한 켤레의 신발을 사면 한 켤레가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되는 ‘탐스 슈즈’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사회혁신 모델을 가진 ‘비타민엔젤스’와의 프로젝트도 기대된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