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경복궁에서 '2022년 무장애 관광 투어케어 인력양성 프로그램' 현장실습이 열렸다. 사진은 2시간 이상 땀을 흘리며 경복궁을 누빈 교육생들이 강사와 함께 현장실습을 마무리하고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7일 경복궁에서 '2022년 무장애 관광 투어케어 인력양성 프로그램' 현장실습이 열렸다. 사진은 2시간 이상 땀을 흘리며 경복궁을 누빈 교육생들이 강사와 함께 현장실습을 마무리하고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더웠던 지난달, 취재차 경복궁을 찾았다. ‘2022년 무장애 관광 투어케어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현장실습이 열리는 날이었다. 무장애 관광이란 신체적 제약 때문에 관광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영유아동반가족 등 여행 약자들을 위해 제공되는 여행 서비스를 말한다. 

이날은 특별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여행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시간이었다. 교육생 2명이 1개 조가 돼 한 명은 시각장애인(안대 착용) 역할을 하고 다른 한 명은 트래블헬퍼(travel helper)로 분해 이동약자에 대한 이동⋅안내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함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경복궁 바닥은 막돌을 거칠게 다듬은 박석으로 구성돼 휠체어나 시각장애인 모두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문턱과 계단의 높이도 만만치 않았다. 중장년 교육생이 안대를 쓴 채 턱이 높은 계단을 내려갈 때면, 옆에 있던 기자가 다 긴장되고 무릎이 아려오는 느낌이었다. 교육생들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유. 이러고 어떻게 다녀” 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교육생도 있었고 도저히 답답했는지 쓰고 있던 안대를 잠시 벗어 문턱을 지난 교육생도 있었다. 소감을 묻기 위해 잠시 다가갔을 때 힘든 얼굴을 하며 “지금 인터뷰 못해요”라고 완곡하게 거절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누리는 현격한 서비스 격차를 보고 있으면 ‘차별’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물론 경복궁은 장애인들에 대해 입장료를 전액 감면해준다. 하지만 만25세~64세 개인 입장료가 3000원이라는 점을 떠올려 볼 때, 과연 저렇게 힘든 관광을 감당해야 하는데 3000원의 혜택을 제공받는 것이 얼마나 형평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하고 제한된 감상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편함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 담겨있다는 교육생의 지적도 기억에 남는다. 부당한 대우가 개선되지 않는건 당사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쩌면 '장애인 여행은 힘들어도 된다'고 생각해서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오랜 기간 해결하지 않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실습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장실습 운영사 중 한 곳인 두리함께의 이은실 대표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공감대 형성도 양성과정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가리킨다. 이 대표는 "트래블헬퍼가 된 분이나 그렇지 않은 분이나, 교육생들 대다수가 장애인에 대한 공감, 무장애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며 마무리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무장애 여행을 일궈 온 두리함께 입장에서 보면 감개무량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역할을 인식한 교육생도 있었다. 그는 정부와 장애인 단체 등 일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장애 여행을 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문화유적지들도 장애인들이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함을 느꼈다”며 "모든 것을 문화재청이나 기업이 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도움이 필요하면 시민들도 팔을 걷어붙여야 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관심이 가져야 정부와 기업들이 움직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약 한달 뒤인 8월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재개했다. 단지 몇 시간 동안의 간접 체험이었지만 경복궁 현장실습 이후 전장연 시위를 바라보는 기자의 관점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월, 전장연의 경복궁역 시위를 바라볼 때만 해도 주된 관심사는 ‘시위’라는 이벤트 그 자체에 있었다. ▲시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시위는 정당한지 ▲시위를 해결하기 위한 주체는 누구인지 등 이슈를 따라가는 데에 바빴다.

지금은 ‘차별’이라는 단어에 조금 더 눈길이 간다. 아니, 몸이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함을 느낀다. “저렇게 10년 이상을 어떻게 버텼을까”, “가고 싶은 곳도 가지 못하고 얼마나 답답할까” 등을 생각하면서 그들이 외쳤던 목소리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전장연이 아무리 ‘차별철폐’를 외쳐도 그저 선언적 구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3월과 비교해보면 나름의 발전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현장에 가까이 가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볼 생각이다. 언제나 현장에 정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장이 사무실 책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