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회의는 사회적경제 내 정책대응은 물론이고, 사회문제와 결합해 새로운 의제를 제시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내부 조직 결속력 강화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신임 상임대표는 지난 3월 30일, 2022년 임시총회에서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공동대표 포함 6인 체제가 가동됐으며, 임기는 2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다. 

충남사회경제연대 상임대표인 이승석 대표는 당시 “이번이 사회적경제계가 신념을 명확히 할 중요한 시기”라며 “지역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명확히 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공언한대로 최근 매주 최소 2~3일 정도는 지역 조직을 만나느라 분주하다. 

이승석 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충남사회경제연대 상임대표이자 충남적정기술연합회장이기도 하다.
이승석 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충남사회경제연대 상임대표이자 충남적정기술연합회장이기도 하다.

제1목표를 '지역별 연대조직 만나기'로 설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진행된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연대와 자주성 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대회의 조직 총 57곳 중 자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조직은 20곳 남짓”이라며 “지역 조직들과 만나는 자리를 일부러라도 만들어 직접 찾아가고 있다. 연대회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많은 이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승석 대표는 충청남도 지역에서 적정기술 운동을 해온 사회적경제인이다. 그는 충남사회경제연대 상임대표 외에도 충남적정기술 협동조합 연합회장과 충남적정기술공유센터장이라는 직함이 있다.

적정기술이란 1960년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가 제안한 것으로,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문화 및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을 말한다. 그는 충남의 9개 적정기술 단체와 함께 충남적정기술연합회를 결성했고, 관련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1990년대 초 1세대 벤처기업가 출신인 그는 딱 3년만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3000만원 자본금으로 창업했다. 회사 운영 3년차, 매출은 100억원이 넘었지만 이를 뒤로하고 당초 계획대로 그만두고 귀농했다. 

1997년 충청남도 예산군에 자리잡아 농사를 짓던 그는 10년 차가 된 2007년 농사를 짓다 밭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치료를 받으며 농사를 짓던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몸이 성한 농민이 없었다.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 소개./출처=꼼지락
꼼지락 예산적정기술협동조합 소개./출처=꼼지락

왜 그럴까 고민했다. 그는 외국의 사례를 공부해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하는 ‘좌식농법’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입식농법’과 친환경 농업, 도시농업을 위한 농기구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농기구 전문 협동조합 꼼지락을 세웠다. 농업 분야 적정기술 활동가로서 나선 것이다. 개발한 제초기, 낫, 마늘파종기 등을 판매 중이다.

연대조직의 대표이자, 협동조합연합회장으로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할 지 기대된다. 그는 연대회의 리더십에 대해 “연대회의는 대표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항상 회원조직과 구성원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한 후 방향성을 설정하는 조직”이라며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 뵙고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승석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Q. 연대회의 상임대표로 당선된 소감.

주어진 일을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한다. 2년의 임기는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알차게 쓸 계획이다.

지난 대선 및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후보와의 정책협약 등을 통해 최대한 사회적경제의 안정적 기반 확보에 주력해왔다. 앞으로는 국회에 계류돼있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9월 국회 회기 내에 마무리하고 연대회의 내부 조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지난 3월 30일, 한겨레두레 공간채비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이승석 충남사회경제연대 대표를 신임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지난 3월 30일, 한겨레두레 공간채비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이승석 충남사회경제연대 대표를 신임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Q. 올해 연대회의 목표를 설명해달라.

연대회의는 사회적경제계의 요구사항을 정책적으로 정리하고 정치권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법 제정 및 제도 개선을 주요활동으로 한다. 사회적경제 자체에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기후위기, 불평등, 지역소멸 등 사회문제와 결합해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연대회의는 현재 지역/업종/유형·부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제도개선 의제를 뒷받침하는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이들이 연대회의를 적극 활용하고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면서, 연대회의 활동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내부 조직 결속력 역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Q. “지금이 사회적경제계가 신념을 명확히 할 시기”라며, 사회적경제 정체성 정립을 강조했는데.

연대와 자주성 강화. 두 가지가 목표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자생적 기반 하에 발전해온 유럽의 사회적경제와는 달리, 정부의 재정지원, 정책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고, 내부적으로는 연대의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두 가지가 향후 사회적경제 질적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적경제 정체성 보고서’를 매개로 현장토론을 활성화하고, 자주성 강화를 위한 물적기반, 즉 자주적 금융 설립, 공제, 자조기금 확보 등의 노력 등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다양한 차원의 연대경험을 축적해 사회적경제가 보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운동에 참여하는 조직의 수가 적지는 않지만, 사회적경제 규모를 감안해봤을 때는 아쉬운 수준이다. 지금보다 연대력을 확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결속력이 중요한데, 사회적경제 내에서 서로 자주 교류하면서 개별 조직도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연대회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승석 상임대표가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승석 상임대표가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Q. 연대회의는 올해 ‘SE로운 길 위원회’를 신설했다. 정체성 정립을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SE로운 길 위원회’는 명칭 그대로 새로운 사회적경제의 비전과 실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이다. 

지난 3월 총회에서 구성을 결의한 후, 아직 위원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대응에 나서느라 다소 벅찼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임원워크숍을 통해 구체적 논의를 진행했다. 총회자료집 등 그간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역사를 정리하고, 정체성 보고서와 주요 회원사 의견 등을 종합한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보고서에는 향후 사회적경제 운동의 방향과 비전수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담을 예정이다.

Q. 각 지역 연대회의 회원간 소통체계 구축을 주요과제로 언급했다. “지역 고유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는데.

연대회의 조직력, 결속력 강화가 가장 시급하고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는 정부 추산으로 800만명, 연대회의 소속 지역·업종·유형별 57개 단체의 직접 종사자 및 조합원의 숫자만 수백만에 달하는 거대조직이다. 다만 규모에 비해 상하부 의사전달 및 소통에 있어서는 취약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래서 각 지역, 업종, 유형별로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방대한 작업이라 속도감이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내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서약식에서 후보자 및 내빈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좌측에서 3번째) 이승석 상임대표./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회적경제 매니페스토 실천서약식에서 후보자 및 내빈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좌측에서 3번째) 이승석 상임대표./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Q. 연대회의 대표 임기 중에 새정부 출범 및 지방권력 교체를 맞이했다. 현장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정책 대응 계획은?

초기 적응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결국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가 소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우리 사회적경제 영역의 실력이다. 실력만 있다면 어떤 정치환경이건 크게 문제될게 없다. 사회적경제가 특정한 정치세력을 위해 만들어진게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사회적 미션 수행을 위해 어떤 정부와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사회적경제와 정치의 관계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 크게 사회적경제는 정치와 거리를 둬야한다는 입장과 정치권과 적극적으로 지근거리에서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대표님의 생각은?

사회적경제 활동 자체가 본래 정치적 행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공이 실행하기 어렵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공공 서비스를 민간이 경제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게 사회적경제이지 않나. 즉 사회적경제는 그 자체로 생활정치라고 본다. 

다만 정치의 범위를 ‘정당정치’로 줄인다면 이에 대한 연대회의의 태도는 명확하다. ‘사회적경제는 어떤 정당, 정치세력도 배타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지난 연대회의 총회에서도 확인된 바고, 이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물론 개인적 지지는 별개의 영역으로 다뤄진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사회적경제인들의 정치 진출 문제는 개인적으로는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정치에 진출한 사회적경제계 출신 인사들도 곳곳에 포진돼있다. 다만, 모두 개인으로 파편화 돼있어, 사회적경제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정치학교’를 구상중이긴 한데, 이는 내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난 2월 16일, 유영우 연대회의 전 상임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승석 당시 충남사회경제연대 상임대표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출처=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지난 2월 16일, 유영우 연대회의 전 상임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승석 당시 충남사회경제연대 상임대표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했다./출처=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Q.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대회의는 그간 이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노력을 해나갈 계획인가?

사회적경제 기본법 통과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본다. 정치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본법 제정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민주당은 여당에서 야당이 됐지만, 여전히 다수당이다. 이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기본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의힘은 여당 입장에서 기본법 제정이라는 통 큰 결단이 가능해졌고, 야당인 민주당은 기본법 추진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었다고 본다. 9월 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여러 의원들과 접촉 중이다.

다만 이전처럼 개별 의원의 의지에 기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예전보다는 높은 수위의 투쟁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고민은 있다. 삭발이나 단식농성을 국회 앞에서 하는 것도 선택가능한 카드 중 하나다. 

쟁점법안도 아닌 기본법이 통과 안 된지 8년이나 흘렀다. 이렇게 안될 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내부의 의지가 충분히 결집되지 못했고, 효율적인 투쟁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다른 방식의 투쟁을 제안해보고 연대회의 내에서 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Q.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사회적경제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경제는 현재 부처별로 개별법에 따라 다뤄지고 있는데, 적극적인 정책수단이 되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기본법이 통과되면 사회적금융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되고, 재정지원도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4개 영역을 나눠서 다뤄질 이유가 없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정책과 재정 등이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이 기본법이다. 

Q. 향후 계획?

이제 임기 2달이 조금 더 지난 상황이라 명확하게 약속드릴건 많지 않다.

다만, 9월 국회 회기 내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한 전국 어디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 뵙고 의견을 듣고 싶다.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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