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의장도시를 맡고 있던 국제기구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가 차기 의장도시로 프랑스 보르도(Bordeaux)시를 선출했다. GSEF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전 세계 사회적경제 정책을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 주도로 창립한 국제기구다. 36개 도시가 회원으로 있다.

서울시는 지난 7년간 의장도시로 활동했으나,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정회원이자 운영위원회 소속으로만 참여하게 됐다.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대신 서울시에는 GSEF 아시아 사무국이 새로 들어선다. 기존 국제 사무국이 전환되는 형태다. 총회에서 아시아 공동의장으로 뽑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제안했다. 문 구청장은 “아시아에서 사회적경제를 선도하는 한국이지만, 여전히 국내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리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사무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됐다.

문 구청장은 2014년 GSEF 창설 때부터 함께 했던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을 맡고 있어 공동의장으로 추대됐다. 구청장 임기가 끝나 협의회장 자리를 내려놓을 때까지 공동의장을 맡는다. 지난 14일, 서대문구 구청장실에서 그를 만나 소감과 포부를 들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달 GSEF 총회에서 아시아 공동의장으로 선출됐다./사진=진재성 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달 GSEF 총회에서 아시아 공동의장으로 선출됐다./사진=진재성 기자

다음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의 일문일답.

Q. 서울시가 7년 만에 GSEF 의장도시를 다른 도시에 넘겼다. 서울에 있었던 국제 사무국마저 보르도로 이전한다.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이 아쉬워한다. 위상이 떨어질 염려는 없는지?

A. GSEF가 국제기구로 기반을 다져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가 GSEF를 만들고 주도해온 노력·성과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 없이 내려진 의사결정이라 더 아쉽다. 의장도시뿐만 아니라 GSEF 전체 사무국이 이전하게 된 점은 현장 의견과 마찬가지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2014년 서울시 주도 아래 GSEF가 설립되면서, 서울시는 GSEF의 핵심구성원으로서 세계 여러 도시 및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지속하며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세계에 전파해왔다. 현재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활발한 논의과정 속에서도 한국, 특히 서울시의 사례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GSEF에서 서울시가 가지는 역할과 위상이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더욱 다양한 방식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시가 GSEF 아시아 사무국 운영으로 계속 참여하게 된 점은 다행이다.

Q. 아시아 사무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나?

A. 서울시가 더는 의장도시는 아니지만, 국제기구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도 서울을 포함한 한국이 지속해서 역할을 해야 한다. 아시아 사무국을 바탕으로 서울시 차원에서도 지속해서 GSEF 활동을 이어나갈 거다.

기본적으로는 아시아 대륙의 회원들을 연결하고, 그동안 GSEF가 성공적으로 만들어 온 기반을 이어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역할에 관해서는 다른 아시아 지역 회원들과 논의한다. 이번 의장도시로 선출된 프랑스 보르도로 국제 사무국의 업무를 이관하는 과정에서 다룰 예정이다.

Q. GSEF 공동의장을 맡게 됐다. 의장으로서 포부를 들려달라.

지금 사회적경제는 미래사회의 다양한 위기를 해결하고 모든 구성원의 삶의 질을 한층 도약시킬 주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UN, OECD, ILO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도 사회적경제 전략을 팬데믹 이후 회복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각 기구가 전략보고서, 정책 가이드라인 등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경제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시점에서, GSEF라는 강력한 국제기구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사회적경제 현황을 더욱 더 국제사회에 잘 알리고자 한다.

Q. 국내에서는 이미 사회적경제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자치단체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기 동안 구 차원에서 냈던 핵심 성과를 자랑한다면.

서대문구는 2015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조례 제정으로 본격적인 사회적경제 지원 인프라를 구축한 이후, 2021년 10월 기준 예비 및 인증 사회적기업의 수가 47개로 10배 이상, 협동조합의 수가 180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거점에서 주민들이 사회적경제를 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전국 최초로 자치구의 지원조직을 마을공동체·주민자치와 통합해 운영하는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지하철역 안에 소셜벤처 육성공간을 마련한 가좌역·신촌역 허브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LH와 만든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는 사회적경제기업 27개사, 청년상가 창업팀 6개사가 입주해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 강화와 사회적기업 인지정 지원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적경제를 어렵고 생소하게 여기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사회적경제를 좀 더 친근하게 알리는 데도 방점을 뒀다.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급부상한 비대면 마케팅과 SNS 사용에 익숙한 20~30대 MZ세대에 주목해, 10월 말에는 관내 사회적경제기업의 주요 제품과 서비스를 온라인 라이브쇼핑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를 기획하고 있다. 또, 영상 전문 기업과 관내 기업을 연계해, 홍보영상을 제작지원하는 사업을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서대문구의 사회적경제는 민간과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Q.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관협치와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해 “세금 낭비”라며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영논리에 빠진 접근이라 본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공무원의 힘만으로 모든 정책을 할 수 없으니 민간단체를 통해서 하는 건데, 이를 두고 ‘시민사회 단체가 공무원이 할 일을 뺏어간다’는 건 지적 방향이 잘못됐다.

민관협치, 민간위탁 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탄압에 가깝게 재정지원 삭감과 중단을 논하고 있는데, 디테일을 몰라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민 참여는 배격하고 그냥 관이 다 하겠다”는 거 아니냐. 이렇게 ‘큰 정부 vs. 작은 정부’로 나눠 따졌던 건 옛날이다. 이제는 더 큰 거버넌스를 이야기하는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해 관내 문을 연 반려견 친화형 청년 공동체주택 ‘견우일가’를 예로 들어보겠다. 견우일가는 반려견과 함께 사는 청년들이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는 SH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반려견주택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모델을 개발했고, 준공후 SH가 매입해 임대했다. 입주자를 모집하고, 건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연구소가 관여한다. 구청 공무원이나 SH 직원이 직접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홀몸 어르신 주택이나 장애인 주택 등 다채로워지는 공공임대주택 운영 시 민간단체의 전문성을 빌리는 건 너무 당연한 흐름이다.

Q. 남은 임기에 집중하고 싶은 정책사업이 있다면 말해달라.

무엇보다도 코로나19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이나 현물 지원에 그치지 않고, 보다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판로사업, 창업센터 확대, 사회적경제 등 지역 기반의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게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기존 사업의 순조로운 마무리와 미래형 도시기반 마련을 연계한다. 서대문 구민이 향유할 시설, 환경, 교육, 문화 등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고민해서 단기·중장기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지속적인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완성도 있는 한 해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또, 공공건축, 그린 리모델링, 전기차량 마을버스 같은 그린 모빌리티 보급,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구축, 에너지 자립도시 등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그린 도시’를 서대문에서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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