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는 1일 ‘서울시 민관협치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였다./출처=희망제작소
희망제작소는 1일 ‘서울시 민관협치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였다./출처=희망제작소

#서대문구는 포스코와 함께 청년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에서 땅을 사면, 포스코가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위탁운영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 줬다. 집에 대한 청년들의 수요나 주거형태 등 청년들의 실제 상황을 알고 있어, 구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 보다 효율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정기간 이후 수탁기관을 평가하고, 문제가 있으면 피드하며 해결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위탁운영하는 청년 쉐어하우스는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협치란 행정과 주민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협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일상을 바쁘고, 힘들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민관협치를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동네, 골목 등 각자 삶의 현장에서 만나 토론하는 이웃 관계망이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나의 문제는 이웃의 문제가 됐고, 이웃의 문제는 지역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제적, 행정학적으로도 흐름이 감지된다.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공유경제, 도시재생 등 사회혁신 관점의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민관협치 등의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송창석 희망제작소 이사는 “모든 정책은 기획, 추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에 진단, 평가 하면서 수정 보완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 근본부터 헐어버리려고 한다”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 했다.

희망제작소는 전문가, 지방정부 등과 함께 서울시 민관협치를 평가하고 협치정책의 새로운 미래 비전과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1일 성산동에 소재한 희망제작소 2층에서 ‘서울시 민관협치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주민이 참여해야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진다”

최근 주민들의 삶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행정 전문가만으로는 정책을 만들기 쉽지 않을 정도다. 당사자인 주민들이 움직여야 한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시민들을 직접 참여시켜야 복잡한 사회의 이야기를 반영시킬 수 있고,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민관협치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이슈인 사회주택을 살펴볼 수 있다. 사회주택은 학업이나 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거주하는 1인가구나,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장기간 보장되는 거주기간,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한다. 자신과 비슷한 환경의 이웃들과 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 자녀를 독립시켜야 하는 가족이나,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오세훈 시장은 사회주택이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의 공공임대주택 방식도 거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석진 구청장은 “협치에 대한 근본적인 성격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공공임대주택만 봐도 청년주택, 노인주택,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택 등 그 범위가 굉장히 다양한데, 공공에서 일괄적으로 운영하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와는 관계없이 정해진 매뉴얼대로 소득기준에 따라 경쟁하고, 추첨하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출처=희망제작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출처=희망제작소

효율성 높이기 위해 중간지원조직·시민단체와 협업하는 것

흔히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 발표됐을 때 시민들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비난도 더해진다. 이런 상황을 막고 나아가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은 지역 전문가가 된다. 행정에서는 이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때 주민(민간)과 행정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지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역할을 하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이다. 문석진 구청장 역시 “효율성을 위해 중간지원조직이나 시민단체와 협업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대문구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을 통해 청년쉐어하우스를 위탁운영 하는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중간지원조직, 시민단체를 '다단계', '피라미드' 등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참여자들은 “오세훈 시장의 주장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병권 소장은 “시민사회에 지원한 것만 봐도 일을 하라고 돈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원금을 보면 ‘사업비’일뿐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는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창석 이사는 “민간위탁 제도에 대해 단체에서는 위탁하지 말자고 한다. 단체를 운영하는데 회계, 재정적으로 도움이 안 될뿐더러, 모법인에서 이행보증보험을 위한 예산을 투입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지역적 실험을 위해 위탁을 받는 것”이라며 “‘시민단체 배불리기’, ‘다단계’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협치는 정치적 이념 아닌,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

좌담회 참여자들은 서울시가 협치를 통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보수, 진보 등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지역주민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권 소장은 “지난 10년간 협치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결사체 민주주의 공론장 민주주의를 진화시켜왔다”며 “오세훈 시장도 기존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전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보수와 진보 모두가 받아들이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유창복 前 서울시 협치자문관은 “최근 문제인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 전쟁을 치르듯이 총동원하는 수준의 참여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이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협의하고, 직접적인 삶의 혜택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야 한다”고 말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시정이 구정이고, 구정이 시정이라고 하는데,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고 온라인 회의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오 시장의 얼굴을 직접 본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고, 구민을 이기는 구청장이 없다고 했다”면서 “협치의 기본은 민관이 함께하는 것 이지만 적극적으로 민의 입장에서 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방식.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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