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가 본격화 될 2022년 한국사회의 소비트렌드를 예측한 도서 '트랜드코리아 2022' 표지/ 사진= 백선기 에디터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 될 2022년 한국사회의 소비트렌드를 예측한 도서 '트랜드코리아 2022' 표지/ 사진= 백선기 에디터

2022년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해다. 2007년부터 이맘때면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10개의 키워드로 압축해 발표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년 소비 트렌드의 벼리가 되는 단어로 '나노사회’를 꼽았다.

나노(Nano)는 10억 분의 1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가 공동체적 유대를 유지하지 못하고 극소 단위의 개인으로 쪼개진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 같은 개인화 현상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고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2’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봤다.

1. 나노사회(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돼온 개인화 양상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폭발 양상을 띠었다. 공동체는 개인으로 흩어졌고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쪼개졌다. 트렌드를 “일정 기간 유지되는 다수의 동조”라고 정의할 때 나노 사회에서 트렌드는 보다 세밀하고 다양하며 그 유지 기간도 짧아진다.

2. 머니러시(Incoming! 'Money Rush') 

SNS로 인해 소비지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높아진 반면, 은퇴 후 대비를 위한 여건은 팍팍하기만 하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내 힘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겨났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투잡’ , ‘N잡’, 그리고 레버리지(부채)를 이용한 투자에 나선다.

머니러시란 수입을 다변화하고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말한다. 이 시기에는 자기의 전문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그를 기반으로 역량의 적용 가능성을 넓혀가는 이른바 개인적 피보팅이 필요하다.

3. 득템력(Gotcha Power)

예전에는 비싼 브랜드의 구매로 자기 지위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제 정보가 풍부해지고 사치가 민주화된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득템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꺼이 밤샘 줄 서기를 하고 텐트가 동원된다. 수량이 한정된 제품에 대해 구매 자격을 온라인 추첨으로 선정하는 래플(raffle)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상품 과잉의 시대, 돈만으로는 부를 표현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짓기 경쟁이 시작됐다.

4. 러스틱라이프 (Escaping the Concrete Jungle –‘Rustic Life’)

재택근무, 원격학습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꼭 비싸고 복잡한 도시에 살아야 하는가라는 당위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러스틱라이프란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을 지칭한다.

완전히 도시를 떠나기보다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이라도 시골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은 ‘러스틱 라이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러스틱라이프는 과밀한 주거 업무환경에서 고통받는 대도시나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트렌드이자 기회의 물결로 다가오고 있다.

5. 헬시플레저(Revelers in Health – ‘Healthy Pleasure’)

전 세계를 휩쓴 역병의 시대에 건강과 면역은 모두의 화두가 됐다. 젊은 세대가 건강관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절제하려 하지 않는다. 저칼로리로 즐길 수 있는 자극적인 ‘속세의 맛’이 나는 다이어트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재미로 보는 운세로 멘탈을 관리하기도 한다. 헬시플레저란 힘들고 어렵고 엄격했던 건강관리가 쉽고 재미나고 실천 가능한 건강관리로 변모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헬시플레저의 확산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건강관리의 중심축이 이동함을 뜻한다. 몸과 마음 그리고 일과 휴식의 조화를 도모하는 선진국형 라이프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다.

6. 엑스틴 이즈 백 (Opening the X- Files on the ‘X-teen Generation)

최근 MZ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소비자가 화두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과 양적, 질적 변화를 보이는 세대는 바로 40대, X 세대이다. 이들 가운데 특히 1970년대생이 대한민국의 소비시장을 이끌고 갈 것으로 내다봤다.

밀레니얼이 대한민국 역사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라면, 4050세대는 반대로 부모 세대보다 더 잘 살고 자녀보다 돈이 많은 첫 세대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10대인 자녀와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부모 세대라는 의미에서 엑스틴이라 이름 붙였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앞서서 받아들이는 것은 MZ 세대이지만 시장에 정착하게 하는 것은 X 세대이다. 엑스틴의 지갑을 열지 못하는 브랜드는 시장을 확장하기 어렵다.

7. 바른생활 루틴이 (Routinize Yourself)

한정된 자원과 시간으로 더 많은 벌이를 만들려면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루틴이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를 의미한다.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바른생활 루틴이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루틴이의 자기통제 노력은 단순히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힐링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미세 행복을 추구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8. 실재감테크(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

인간 모델을 능가하는 가상 인간 ‘로지(Rozy), 가상 공간을 현실화하는 메타버스, 소비자와 함께 호흡하는 라이브 커머스 , 오프라인 공간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에 이르기까지 실재감 테크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핵심 기술로 대두하고 있다.

실재감이란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의미한다. 실재감 테크란 ‘얼마나 현실에 근접했는가’라는 기술적 잣대가 아니다. ‘수용자가 얼마나 몰입하고 실제처럼 존재한다고 인지하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다. 생활의 모든 영역이 실제를 초월하고 있는 시대. 앞으로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의 핵심은 누가 더 실재감을 잘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9. 라이크커머스 (Actualizing Consumer Power- ‘Like Commerce’)

좋아하면 산다. 제조사가 생산해 유통업자가 판매하면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장의 오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제는 쇼핑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아무 때나 구매 버튼을 눌러서 사는 항시 쇼핑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소비자 주도의 유통과정은 동료 소비자들의 ‘좋아요’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라이크 커머스'라고 이름 붙였다.

10. 내러티브 자본 (Tell Me Your Narrative)

서사(내러티브)의 힘은 세다. 강력한 서사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것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기업문화와 브랜드, 고객과의 관계, 경영진과 직원의 자질 등 다양한 내러티브가 사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자신만의 서사를 들려줄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한 자본력이 될 것이다.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 트렌드코리아 2022 = 김난도,전미영,최지혜,이향은,이준영,이수진,서유현,권정윤,한다혜,이혜원 지음/  미래의창 발행/ 455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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