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오피스타운이나 상업시설만 있는 곳은 어려워졌다. 주거밀집 지역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직주근접 상권이 충격을 덜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이동이 줄어들면서 소비패턴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요 관광지 등의 상권이 주목받았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필요한 것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런 변화가 로컬의 개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종린 교수는 “코로나19 전에는 지역 관광지를 로컬이라고 했다면, 요즘 로컬의 의미는 자신이 사는 동네다. 즉, 슬세권(슬리퍼를 신을 정도의 편한 복장으로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이라고 말했다.

<이로운넷>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를 만나 최근 상권 트렌드와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모종린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로운넷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를 만났다. 사진 촬영을 취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 사진=박초롱 기자
이로운넷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를 만났다. 사진 촬영을 취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 사진=박초롱 기자

Q.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면.

소상공인들의 서비스 제공 방식이 온라인(디지털) 방식으로만 가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오프라인에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봐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온라인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SNS 위치기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오프라인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온·오프라인을 구분한다면 오프라인에서도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앵커스토어 비즈니스 ▲인프라 비즈니스 등 세가지 유형의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창의성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시장의 다양한 콘텐츠 수요를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공동 마케팅이나 브랜드를 개발할 때 협동조합 방식을 취해야 한다. 또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해 다양한 도시 안에서 생활환경, 상업환경을 조성하면서 도시를 활성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동네를 바꾸는 방법도 제안한다. 협동조합 등의 방식이 아니라, 그냥 동네에 살고있는 주민들이 변화 시키는 것이다. 실질적인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다.

Q. 코로나19 이후 골목상권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는데.

코로나19 이후부터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동네에서 필요한 것을 소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 로컬의 개념이 ‘자신이 살고있는 동네’로 바뀌게 되고, 골목상권에 집중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골목상권은 주거밀집지역 뿐만 아니라 문래동, 을지로, 해방촌, 만리동 등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의 지역을 순식간에 문화지구로 되살린다. 상권이 없거나 골목상권으로 성장하지 못한 동네에는 카페, 복합문화공간 등이 들어서며 지역 문화를 창조한다.

지역주민의 일상에서 배어 나온 개성과 다양성을 로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획일적인 상권에서는 찾을 수 없다. 즉 사람들은 단순하게 ‘로컬’이 아니라 다양하고 창조적인 '크리에이티브 로컬'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로컬을 재발견 하고 이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당분간 골목에 집중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Q. 코로나19 이후 공공에서는 소상공인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공공 배달앱 개발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부 찬성한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규제를 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영업하지 못한 상황이 됐으면 손실을 보전해 주는 건 당연하다.

공공 배달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도 좋다. 배달 주문이 늘면서 많은 소상공인들이 배달앱을 이용하게 되고, 그에대한 비용을 과도하게 지출한다. 그렇다면 공공에서는 실패할 때 하더라도 시도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역화폐 사용도 문제 없다는 생각이다. 지역화폐를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에 가서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지역화폐의 취지가 소상공인 지원이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된다. 

Q. 골목상권이 활성화 되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다고 건물주를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소상공인과 건물주가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주로 중심지역을 찾았다. 골목은 말 그대로 주민들만 찾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동네가 ‘뜨고, 지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동네가 특색이 있어야 하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건물주들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동네가 함께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내 건물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하고, 자신이 원하는 건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사람(건물주)이 많아지면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상생하기 위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소상공인도 콘텐츠가 있으면 약자가 아니다. 동네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콘텐츠가 중요해지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예전처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상공인들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소상공인들도 협상력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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