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출처=국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5일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개최 요구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다가 마침내 열리면서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관심이 국회로 집중됐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지난 2014년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 이래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는 윤호중·강병원·김영배·장혜영·양경숙 의원 등이 발의한 5개 법안이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사회적경제계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행동’을 조직하는 등 이번 국회에서 기본법이 통과되길 염원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국회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청취한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향후 법안 심사에 나설 계획이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오른쪽부터 아래로) 김재구·하재찬·권재열·이수천 진술인./출처=국회
'사회적경제 기본법안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재구·하재찬·이수천·권재열 진술인./출처=국회

공청회 진술인으로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이수천 건국대 겸임교수,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등이 참석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진술인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먼저 사회적경제 기본법의 통과를 바라는 측은 사회적경제가 양극화·기후위기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다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끈다며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본법이 포괄하고 있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다양한 성격의 사회적경제 주체를 하나를 묶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구 “기본법, 중요한 전환의 기틀 마련하는 법”

김재구 진술인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회
김재구 진술인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회

먼저 김재구 명지대 교수는 기본법이 중요한 전환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IMF 금융위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자립·자조할 수 있는 기반을 풀뿌리부터 마련해 왔다는 것. 

김 교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률 하락 속에서 경제양극화는 심해지고, 국민의 삶의 질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기후위기, 지역공동체 붕괴, 사회안전망 취약성 등 언제든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회 취약계층이 스스로 서도록 하는 사회적경제 역할을 강화해야 할 때다. 자립능력을 향상시키고, 국민 전체의 행복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정책 및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발의된 5개의 기본법안은 제안이유로 ‘고용없는 저성장과 고질적 경제양극화 문제 해결, 건강한 공동체 조성,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동의한다는 김 교수는 “사회적경제는 국가와 시장사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통해 포용과 협력성장의 핵심수단으로, 우리 사회가 처한 많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대안”이라며 “특히 ‘사람 중심 경제’와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로서의 역할을 통해 사라져가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제정되면 통합적 정책을 통한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생협, 소셜벤처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모법이 없기에 행정·재정적 효율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이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끝으로 “국회 3대에 걸쳐 발의된 법은 드문 것으로 안다. 민간 사회적경제기업의 열망도 큰 상황”이라며 “대전환 기틀 마련을 위해 국회가 아름다운 매듭을 지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하재찬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적경제... 제도적 기반조성 필요”

발언 중인 하재찬 진술인./출처=국회
발언 중인 하재찬 진술인./출처=국회

하재찬 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상생의 역사와 현장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기본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이나 사회의 어려움이 있을 때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하재찬 상임이사는 “IMF 금융위기때 노동 취약계층을 보듬었던 것은 사회적경제 주체인 자활”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고통받을 때도 사회적경제는 고용을 유지하고, 서로 협력하며 경제적 약자를 보호했고, 2009년 EU에서는 ‘사회적경제 관련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경제계의 역할이 돋보였다고 언급했다. 하 이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는 ‘고용조정 ZERO 선언’에 231개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했고,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을 돕기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원했다. 생협도 사회적경제기업을 돕기위해 ‘사회적경제 상생마켓’을 운영했다”며 “폐업하거나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해야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노동자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품으려 함께 애썼다”고 소개했다. 

하 이사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통과가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기본법이 더욱 빨리 통과됐다면, 사회적경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빛났을 것”이라며 “특히 기본법을 통해 사회적금융이란 인내자본이 활성화됐다면, 사회적경제기업의 폐업은 줄고 활성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경제는 이미 공익과 사회적 가치 창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들의 경영 역량과 자본을 투입하는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며 “기본법 통과를 통해 국회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주고, 정부는 정책으로 노력을 촉진하면 이는 국가적·사회적 이익을 늘리는 것”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권재열 “과도하게 구체적 내용담아... 공공구매 비율도 조정해야”

권재열 진술인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회
권재열 진술인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회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적 측면에서 제출된 기본법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권 교수는 사회적경제조직이 여러 법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5건의 기본법안이 모두 제도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 등을 담고 있어 다른 법률과의 충돌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본법은 다른 법령의 총칙규정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사항 등만 정하고, 제도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관련 개별법령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발의된 5개의 기본법안은 너무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세부규정을 두고 있다보니 기존의 다른 법률과의 충돌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호중·양경숙·김영배안에서 명시한 ‘윤리적 소비’를 의무로 두는 것이 소비자 주권을 경시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권 교수는 “법안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윤리적 소비’라고 전제하고 있다”며 “윤리적 소비를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인정되는 소비자의 경제적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공공기관 우선구매 비율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하면 안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는 “사회적경제기업 공공기관 우선구매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몇몇 법안에서 명시한대로 공공기관별 총구매액의 10%를 설정한 것은 과도하다. 이것이 사회적경제조직의 발전, 궁극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수천 “기존 개별법 침해해선 안돼... 신중한 입법 필요”

이수천 진술인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회
이수천 진술인이 발언하고 있다./출처=국회

이수천 건국대 겸임교수는 정책 입안의 필요성, 법률형식 구체화 필요성, 시의성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했다. 

먼저 정책입안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이 교수는 “약 2만2000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풀뿌리에서 활동중이고,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가 다수 제정돼있다”며 “흩어진 법을 통합해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화 필요성과 시의성에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미 사회적경제 개별법들이 작동하고 있고, 충분한 지원과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입법 타당성은 인정하지만, 기존 개별법을 침해하면서까지 만들어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의성에 대해서는 “코로나19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빌미로 기본법을 입법하려는 거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그는 이외에도 사회적금융기관 강제규정에 대한 제고 필요, 정부 재정투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을 거론했다. 특히 “국가재정이 사회적경제기업에 투입되면 경제적 효과도 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관리체계를 만들고 주무부서에서 이 부분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미 많은 개별법이 존재하고, 오랜기간 논의해왔기에 기본법 입법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중하고 절제된 입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진술인 전원 “사회적경제 기본법 필요성에는 공감”... 13명 의원 질의나서

진술인 4명의 진술 이후에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날 양경숙·조해진·추경호·고용진·김수흥·장혜영·김경협·박형수·서병수·윤희숙·양향자·류성걸·김영진 등 13명의 의원이 질의에 나서면서 기본법에 대한 높은 관심를 보여줬다. 

특히, 권재열, 이수천 진술인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본법 제정 찬반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권 교수는 “현재있는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다양한 법을 일원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동의한다”고 밝혔고, 이 교수 역시 “사회적경제기업이 풀뿌리처럼 상당수 운영되는 상태”라며 “절제된 기본법이라면 찬성하는 편”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경숙 의원이 진술인에게 질의하고 있다./출처=국회
양경숙 의원이 진술인에게 질의하고 있다./출처=국회

양경숙 의원은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을 위해 법안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자립성 및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재구 교수는 “사회적경제조직은 경제조직체다. 이념에 의해 좌우되는 조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 자립, 공동체를 강조하는 보수의 정신과 사회적경제의 정신이 맞닿아 있기때문에 여야를 떠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답했다. 

장혜영 “사회적경제, 기존에 놓쳐온 가치 규명하고 있어”

진술인에게 질의하고 있는 장혜영 의원./출처=국회
진술인에게 질의하고 있는 장혜영 의원./출처=국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우리 경제가 전통적 부가가치 창출의 눈으로 경제를 바라봤기 때문에 놓쳐왔던 가치를 사회적경제가 규정하고 규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사회적경제가 최전선에서 기존에는 노동으로 여기지 않았던 돌봄, 장애인 노동, 가사노동 등을 조명받게끔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재찬 이사는 “사회적경제 주체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소외됐던 이들을 찾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며 “새로운 노동을 만들어내는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사회적경제가 공공과 민간이 수행하지 못하는 많은 영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면서 “기본법내 ‘윤리적 소비’ 조문이 소비자 주권 침해가 아닌 소비자 선택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제기했다.

권재열 교수는 “법조문에 이를 권장하는 자구를 두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윤리적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희숙 “공적 기능 못하는 사회적경제기업 거르는 게 우선”

윤희숙 의원이 진술인에게 질의하고 있다./출처=국회
윤희숙 의원이 진술인에게 질의하고 있다./출처=국회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공익적 기능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문제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가 인간적인 얼굴을 한 다채로운 모습을 띄기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 정신을 공유하지 않는 협동조합이 존재할뿐더러 정부가 교육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지원대상을 잘 가려 지원해야 하는데, 개선노력 없이 법을 만드는 게 타당한가”라고 질의했다. 

김재구 교수는 이에 대해 “공익성을 충족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나 교육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면서 “공공구매 역시 사회적가치 창출효과가 뚜렷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류성걸 “사회적경제기업간 연대로 이어져선 안돼” VS 김영진 “이념·진영 문제 아냐”

질의는 양당 기재위 간사인 류성걸·김영진 의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먼저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법은 제정 필요성부터 근본적인 문제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이렇게 세부적 사항을 규정한 기본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류 의원은 “사회적경제조직이 내부 구성원의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적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기본법은 사회적경제기업간의 연대와 협력도 긍정한다. 변질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회적경제조직의 과도한 정치세력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수천 교수 역시 “사회적연대조직 등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함께 발의했었고, 논의해 온 사회적경제를 이념·진영의 문제로 바라보면 안된다”면서 “현재 기본법 내용 중 문제되는 지점은 걸러내고, 합의 가능한 부분은 논의해 나가야 한다. 진술인의 입장을 들려달라”고 주문했다.

이수천 교수는 “기본법이기 때문에 기본적 취지나 목적, 정의, 관리감독, 벌칙 등으로 구성된 간소화된 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답했고, 김재구 교수는 “기존 개별법을 고려해 통합적 조정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큰 취지는 그대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향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관련법 처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초 공청회 이전인 지난 11일 당정청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소속 의원 및 보좌진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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