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은주 교수는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기사를 조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똑같은 내용의 기사로 3가지 유형을 만들었다. ▲댓글이 게재되지 않은 원본 기사 ▲댓글 없이 ‘비추천’ 횟수만 높은 기사 ▲기사 내용에 반하는 비우호적 댓글이 대부분인 기사 등이다. 

원본기사와 비추천 횟수가 높은 기사는 사람의 생각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비우호적 댓글이 달린 기사의 독자 반응은 달랐다. 독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 현상을 나쁘게 생각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응답했다. 즉, 독자는 댓글을 보고 여론을 파악했다.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서울대 이은주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서울대 이은주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언론이 과거 이런 기능을 담당했다. 이은주 교수는 “댓글과 커뮤니티 게시글 등이 언론의 기능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 보는 일은 결국 동조하는 것

여론이 어떤지 인식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은주 교수는 침묵의 나선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침묵의 나선효과는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견이라고 판단한 개인이 공론장에서 침묵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람은 다수에서 분리되고 싶어 하지 않기에 끊임없이 자기 주변을 관찰한다. 여론이 이렇다는 인식은 자기 생각이 다수에 맞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동시에 다수 의견에 편승하게 한다.

직접 혐오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뉴스피드와 커뮤니티 게시글 등에서 혐오표현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이렇게 혐오표현을 보는 일은 여론이 차별과 배제에 서슴없다고 인식하는 일이다. 그리고 거기 동조하게 만든다. 

이은주 교수는 혐오표현이 왜 나쁜지에 대해 설명했다. ‘사회자본’이 붕괴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타인에 대한 신뢰, 믿음이 사회자본이고 사회자본이 두터울수록 공동체의 밀도도 두텁다. 이은주 교수는 “만일 사람이 혐오표현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난다면 공동체를 신뢰하는 정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혐오하지 않기 위해선 개별적 문해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혐오표현의 규모는 점점 불어난다. 조회수를 위해 혐오와 막말을 일부러 노출시키는 사례도 있다. 페이스북은 인종차별 시위에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게재해 비판 받은 바 있다. 막말과 공격은 재미를 유발한다. 일간베스트에서 쓰였던 ‘-충’이 유행어로 부상한 사례도 있다. 혐오 현상이 더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은주 교수는 “싸움구경을 재미있어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서울대 이은주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서울대 이은주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플랫폼별 규제와 예방책이 동원된다. 댓글창을 막거나 필터를 작동해 욕설이나 막말을 사전에 거르는 식이다. 개인정보를 드러내 익명성을 낮춰주는 시도도 진행되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사후적인 조치에 불과하기에 근본적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없다.

표현할 공간을 없앤다고 해서 혐오표현이 사라질까. 이은주 교수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개별적으로 문해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보 처리자로서 편향적 인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 혐오 표현에 내 입장을 세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티앤씨 재단의 컨퍼런스 ‘Bias, by us’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를 분석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은주 교수의 강연은 2일 진행된다.

컨퍼런스에 참여를 원하면 티앤씨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신청을 완료하고 2일 오전 9시에 별도 유튜브 링크를 받아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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