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만져서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시계
발달장애인 디자이너의 그림이 들어간 그립톡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23일 진행된 ‘SOVAC 2020’에서 이 제품들의 공통점을 ‘공감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미래 인재의 핵심 DNA, 공감’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경영, 뇌과학, 사회혁신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출연해 공감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사진=SOVAC 유튜브 갈무리.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사진=SOVAC 유튜브 갈무리.

허 대표는 사회혁신가에게 공감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공감이 있어야만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생각을 증명했다.

26세의 패트리샤 무어는 관절염 환자였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관절염 환자도 쉽게 사용 가능한 냉장고를 디자인하가를 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노인에게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할머니 분장을 하고 79년도부터 3년간 11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체험을 통해 노인의 심리적, 신체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다했고, 나아가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셜 디자인’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었다. 양손잡이용 가위, 저상버스, 물이 끓으면 소리 나는 주전자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한 비결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가 있다. 그는 2011년 서울역 노숙인을 강제 퇴거시킨다는 기사를 보고 이들의 상황에 공감했다. 누구나 빈곤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숙인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울역을 찾아가 노숙인을 만나고, 실제 노숙 생활을 경험한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노숙인 중 자활 의지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두손컴퍼니를 창업했다.

허 대표는 “체인지메이커를 보면 문제해결의 시작에는 공감이 존재하고, 새로운 솔루션 제공을 진행함에 있어도 공감을 바탕으로 목적의식이 단단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공감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의도적인 노력과 경험을 통해 심화한다”고 분석했다.

뇌 과학자들은 공감을 지능의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사진=SOVAC 유튜브 갈무리.
뇌 과학자들은 공감을 지능의 영역에 속한다고 본다./사진=SOVAC 유튜브 갈무리.

공감, 감정이 아니라 지능의 영역

뇌과학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뇌과학 전문가로서 공감을 지능의 일종 정의했다. 공감은 저절로 배워지는 게 아니라 노력하고 뇌를 써야만 발달하는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흔히 공감은 온전한 감정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오해다. 그는 “공감은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인지적 과정’과 이를 기반으로 감정을 느끼는 ‘감정적 과정’으로 이뤄지며 이 중에서도 인지적 과정의 중요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인지적 과정의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그는 “인지적 과정이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공감을 감정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자연스럽게 놀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고, 연습을 통해 이 감정을 어떻게 타인을 위한 행동으로 옮기는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의 반대말은 선택적 공감

언론분야에서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무차별한 허위정보 수용 문제를 공감과 연관 지어 설명했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대 사회를 어느 때보다 공유되는 정보가 많고 소통이 늘어났음에도, 양극화가 드러나고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 원인으로 ‘선택적 공감’을 지목했다. 선택적 공감은 공감의 반대말로 원하는 정보와 집단, 단체와만 공감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선택적 공감은 허위정보를 받아들이는 데도 기여하는데 이를 통해 양극화는 더 심화한다. 여러 집단에 대한 공감은 균형감과 포용력을 증진하지만, 선택적 공감은 타 집단과 정보에 대한 배타성을 강화한다. 그 결과 자신의 성향과 맞기만 하면 허위정보라 할지라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 교수는 선택적 공감이 차별, 편견, 혐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사진=SOVAC 유튜브 갈무리.
이 교수는 선택적 공감이 차별, 편견, 혐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사진=SOVAC 유튜브 갈무리.

허위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심리 이론을 통해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사람은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가치관, 신념, 지식, 태도에 맞지 않는 정보를 접하면 불편감을 느낀다. 이 상태를 인지부조화라고 부르는데 이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자 사람은 선택적 노출, 선택적 지각, 선택적 기억을 활용한다. 

선택적 노출은 자기 생각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을 배제하는 현상이고, 선택적 지각은 다른 정보를 전달받더라도 정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석, 인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적 기억은 자신과 맞지 않는 정보는 기억하지 않고, 반대의 경우에만 기억하는 상태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금의 뉴스 소비 방식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시키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통해 뉴스를 소비해야 하는지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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