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는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사형제도 찬반을 조사해 두 무리로 나눴다. 이후 사형제도의 범죄억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 2개를 보여줬다. 결과가 상반된 연구들이다.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학생 무리는 범죄억제 효과가 없다는 연구를 혹평했다.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신뢰했다.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학생 무리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 실험은 ‘확증편향’을 증명했다. 확증편향은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 찾고 다른 의견은 부정하는 성향을 뜻한다. 온라인의 ‘필터버블’ 기능이 확증편향에 부채질한다. 필터버블은 검색기록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정보만 제공하는 기능이다.

한국외대 언론정보학과 김민정 교수는 온라인 공간이 확증표현을 키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게 아니라 편향성을 부풀리는 꼴”이라며 “확증편향에 갇힌 개인은 극단적 생각에 이르기 쉽고 혐오 표현을 더 많이 말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은 혐오표현의 장이다. 오프라인이나 미디어보다 수위가 세고 퍼지는 속도도 빠르다. 왜 유독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자주 접할 수 있을까. 확증편향은 그 이유 중 하나지만 현상 전체를 설명하지 못한다. 김민정 교수는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한국외대 김민정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한국외대 김민정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그는 우선 인터넷상의 혐오를 분석했다. 지금 나타나는 혐오의 종류는 ‘투사적 혐오’다 특정 집단과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표현을 투사적 혐오라고 부른다. 동성애자·장애인·흑인·여성이라는 정체성이 혐오의 이유가 된다. 투사적 혐오는 특정 집단이 열등하고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그래서 차별, 폭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거짓과 혐오, 편견 같은 부정적 소문이 더 잘 퍼진다”

김민정 교수는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이 더 퍼지는 이유로 연쇄 하강 효과, 집단극화, 침묵의 나선 효과 3가지를 꼽았다. 

연쇄 하강 효과는 다수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한다. 인터넷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거짓과 혐오, 편견 같은 부정적 소문을 훨씬 더 잘 믿고 퍼트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집단극화는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며 극단적 사상을 갖는 경우다. 앞서 언급한 확증편향과 같은 맥락이다.

침묵의 나선 효과는 자기 생각이 여론과 일치하면 의견을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다. 온라인은 혐오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수 의견인 것처럼 보인다. 자기 생각이 소수의견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개인은 침묵을 지킨다. 결국, 자정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대응 표현 대응,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방법이 있을까. 김민정 교수는 혐오에 대응하는 ‘대항표현’을 정리했다. 거짓에 근거한 혐오표현을 올바른 사실로 바로잡는 방법이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혐오표현은 역사적 사실을 교정하는 것으로 반박 가능하다. 

진정성에 호소하는 대항표현도 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효과가 분명하다. 공론장에서 혐오 표현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전복과 탈환 방식도 있다. 코미디언 김숙의 “남자 목소리가 담장 넘으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그 예다. 혐오 언어를 바꾸고 전복해 원래 표현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한국외대 김민정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티앤씨 재단의 ‘Bias, by us’ 콘퍼런스에서 혐오표현을 분석하는 한국외대 김민정 교수./사진제공=티앤씨재단

그러나 대항표현은 피해 받은 이가 전면에 나서야하는 문제가 있다. 김민정 교수는 “권위 있는 공인이나 국가가 대항표현의 화자로 나서는 행위가 필요하다”며 “대항표현을 장려하기 위해 인권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인권의 가치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달 2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티앤씨 재단의 컨퍼런스 ‘Bias, by us’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를 분석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민정 교수의 강연은 2일 진행된다.

컨퍼런스에 참여를 원하면 티앤씨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신청을 완료하고 2일 오전 9시에 별도 유튜브 링크를 받아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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