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가들이 ‘소셜 디자이너’가 된다면?
[기자수첩] 정치가들이 ‘소셜 디자이너’가 된다면?
  • 양승희 기자
  • 승인 2019.01.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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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두 계절이 필요했다. 무더운 여름 요청한 인터뷰는 쌀쌀한 겨울이 돼서야 성사됐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역대 최초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동분서주하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6개월을 기다려도 인터뷰를 못 하는 매체도 많다”는 시청 언론담당관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연말 바쁜 스케줄 가운데 진행된 ‘이로운넷’과의 인터뷰는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한 박 시장의 특별한 관심과 애정, 남다른 자신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저도 이로운넷 (정신적) 주주인 거 아시죠?”라며 반갑게 웃는 그는 알려진 대로 오래 전부터 사회적경제 분야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2002년 국내 1호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를 설립해 전국 16개 도시 100호점의 문을 열었고, 2006년 재단법인 ‘희망제작소’를 출범해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사회혁신을 이끌었다. 2011년 서울시 수장으로 부임해 7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사회적 기업가’ ‘소셜 디자이너’라 소개했다. “사회혁신으로 세상을 더 좋게 바꿔가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강조하면서.

‘사회적경제’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해당 분야에 몸 담았던 그가 시장이 되면서 서울시도 큰 변화를 겪었다. 7년 사이 사회적경제 기업 개수가 4배(882→4337개)로 늘고, 전 세계 사회적경제 정책을 공유하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를 창립해 3번의 총회를 주도했으며, 2018년 세계 최대 규모의 공정무역 도시로 인증받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사회적’이라는 수식어 탓에 ‘색깔’ 있는 경제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프랑스, 스페인 등이 속한 EU에서는 전체 GDP 중 사회적경제가 10~20%를 차지하며 자본주의 병폐를 보완하는 경제로 떠올랐다. “거스를 수 없는 크고 도도한 흐름이 있다”는 박 시장의 말은 세계 경제의 커다란 물결이 사회적경제 쪽으로 향했음을 의미했다.

최장기 임기를 경신 중인 박 시장은 ‘사회격경제’ 개념을 안착시키고, 양적‧질적 발전을 이끌었다. 서울시의 정책 방향과 성패는 국내 사회적경제 분야 전체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게 됐다. 더 많은 정치가들이 사회혁신을 앞세운 소셜 디자이너가 된다면, 한국 경제 역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를 마친 뒤 박 시장이 보내온 문자에서 작은 희망을 엿봤다. “우리는 늘 하나의 비전으로 함께 나아가는 동지입니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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