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넷 = 윤병훈

우리는 대한민국이 아닌 서울공화국에 살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국가의 잘못된 정책이 수도권 집중현상을 초래했고,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저출생과 양극화 같은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의 근본에는 수도권 집중화라는 망국적 현상이 도사리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민은 다 같이 수도권 집중화의 피해를 입고 있다. 한번 서울로 들어간 사람은 다시 지방으로 나가지 못한다. 인구 과밀화는 빈부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야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은 예정된 미래이다. 

늦었지만, 지방분권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섬뜩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는 데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지방분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전국적 사회단체이다. 이로운넷은 중앙집중과 지역소멸을 막고, 저출산 고령화 위기를 극복하는 지방분권의 미래 대안을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를 만나 들어보았다. 

20일 목포에서 열린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후보'선택기준 제시 토론회의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
20일 목포에서 열린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후보'선택기준 제시 토론회의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

동·읍·면이 '민주주의 사각지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시민사회 운동을 하다가 2000년 초반부터 지방분권운동에 뛰어든 이창용 위원장은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주민간의 공적소통을 촉진하는 풀뿌리민주주의 제도화이다. 풀뿌리 기초공동체인 동읍면에서 주민자치가 실행가능하도록 법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주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만드는 동읍면자치단체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6일 동대구역 신세계플라자에서 이대표를 만났다. 큰 키에 다부진 몸매의 전형적인 중년신사의 모습이다.

지방분권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난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여년을 지방분권운동을 해오고 있는 그는 시민운동가이다. 자기만의 삶을 가꾸는데 그치지 않고, 늘 소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다. 

매월 각 지방을 순회하며 '지방분권 토론회와 정책세미나' 행사를 개최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인터뷰 직전인 20일에도 전남 목포에서 이틀 동안 '제22대 총선 대응 기자회견 및 신년 토론회'를 개최하고 곧바로 다음 달 세미나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분권과자치 기반 남부권 발전 구상 발표
분권과자치 기반 남부권 발전 구상 발표

"지역균형발전은 정당과 상관없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는 국정 테마이자 국가적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역대 정권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 정책들이 수립되고 때로는 실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어떤 정책들도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수도권 인구 비율은 더 높아졌고 수도권-비수도권 소득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균형발전을 위해 선언되고 추진된 많은 정책과 사업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간의 경험에서 보면 지방분권에 기반하지 않는 균형발전정책으로는 정책효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균형발전정책으로는, 지방분권에 대해 관심이 없이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정당과 정치인, 관료로는 청년유출, 지역소멸, 지역대학 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이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분권자치제도 도입을 통해 작은 곳에서부터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해 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가 얘기하는 '작은 곳'은 '동읍면'이다. 마을, 동네 단위로 해당 지역 거주 주민들이 주민총회, 주민투표, 주민발안 등을 통해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자치제도를 말한다. 

"동읍면 단위에서 주민자치가 실현되고, 주민의 의식이 바뀌고 그로 인해 동네가, 마을이 변화하면 더 큰 단위의 지자체도 자연히 진화하게 됩니다. 진짜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죠.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사람들이 쫒아 가지 못하면 없는 것보다 못합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동읍면이 '민주주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현재에도 동읍면 단위로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어 있거나 시범실시 되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주민에 의해 동읍면장, 주민자치위원을 직접 뽑지 못하고 있다며 해결책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제시했다. 

"모든 주민이 살고 있는데 주민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행정이 주민을 지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 동읍면입니다. 동읍면은 자치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개정을 통해 시군구까지로 한정된 자치권을 동읍면으로 넓혀 동읍면에서부터 자치행정 실행이 가능하도록 법적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9대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공약' 4월 총선 후보 선택기준으로 제시

국토 균형발전 또는 지역 간 균형발전은 우리 헌법에 세 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다. 지난해 11월 20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인구감소로 소멸이 우려되는 지방 도시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의 지원 정책을 국가균형발전 계획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는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수십 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하여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에 5년간 총 50조 원을 투자하는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 어느 곳에서도 인구가 늘어나는 등 과거보다 나아졌거나 균형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허공에 뿌리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

이 대표는 지방분권전국회의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후보' 선택기준과 '9대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공약'을 제시 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한 ‘9대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공약’은 주로 시스템(조직)과 법령에 관한 사항들입니다. 정치인과 정당간 경쟁을 촉진하고 지역대표성을 강화하는 분권형 선거제도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 지역정당 설립이 가능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하는 것, ‘인구분권균형발전부’를 신설해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 등입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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