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착취와 환경문제를 입은 ‘패스트 패션’으로 멋내기
[기자수첩] 착취와 환경문제를 입은 ‘패스트 패션’으로 멋내기
  • 양승희 기자
  • 승인 2018.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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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한 장에 5000원, 3장 사면 1장은 공짜.” 얼마 전 친구와 서울의 한 지하쇼핑몰에 갔다가 놀랐다. 멀쩡한 새 옷의 값이 너무 쌌다. 아무리 계절이 지난 여름 옷이라지만,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할까 입이 벌어졌다. 친구는 ‘싸게 득템했다’며 3장을 고르더니 덤으로 받은 1장을 나에게 건넸다.

평소 유니클로, H&M, 자라, 미쏘, 에잇세컨즈 등 이른바 ‘스파(SPA) 브랜드’ 의류를 찾는 나 역시 싼 가격 때문에 지갑을 연다. 여태껏 사둔 옷들의 태그를 살펴보니 ‘방글라데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저개발국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누가 어떻게 내 옷을 만들었는지 궁금해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SPA 시장 규모’는 2008년 5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7000억원으로 10년 동안 7배 이상 급성장했다. 금방 제작해 급속도로 유통시키는 ‘패스트 패션’ 산업 이면에는 심각한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가 문제가 얽혀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가 붕괴해 1135명이 숨지고, 250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세계 사회에 알려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SPA 브랜드의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시간당 불과 24센트를 받으면서 일했다.

패스트 패션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요 오염원이기도 하다. 면화 재배시 쓰는 살충제, 염색‧가공시 필요한 화학물질은 토양과 수질을 망친다. 옷을 만들고 세계 각국으로 운반할 때 드는 물‧전기‧가스 등 에너지 소비량도 엄청나다. 버려지는 양 또한 만만치 않은데,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의류 폐기물은 하루 259톤에 달한다.

지난달 열린 ‘지속가능한 윤리 패션 포럼’을 통해 의류산업의 변화 가능성을 엿봤다. 버려지는 옷을 업사이클링 하는 패션브랜드 ‘래코드’, 빈곤국 생산자들이 만든 친환경 의류를 파는 사회적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열악한 임금 해결을 위해 뭉친 성동구 봉제기술인 협동조합 ‘소셜패션’ 등의 활동은 윤리적 의류 생산과 소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 안전한 먹거리, 편안한 주거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만, 매일 입고 신고 쓰고 차는 의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신경한 것 같다. 의식주 중 ‘의’가 가장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내가 입은 옷이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 한다면 노동자의 인권, 자원 낭비, 환경오염 문제도 개선될 것이다.

양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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