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임팩트가 펼치는 사회혁신 지원사업의 차별점은 규모가 크고 방식이 유연하다는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인공지능(AI) 추천시스템을 도입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고 광범위하게 후보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도 갖춰나갈 계획입니다." -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하며 지난해 설립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는 혁신조직과 혁신가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올 한해 지원을 결정한 금액만 250억 원이 넘는다.

임팩트 그라운드((Impact Ground)는 비영리 사회혁신조직을 지원하는 브라이언임팩트의 핵심사업이다. 지난 12월 14일 '2기'를 발표했다. 1기보다 지원 조직 숫자가 크게 늘었고(6개→15개), 전체 지원 규모도 커졌다(100억 원→150억 원). 조직별 운영상황을 고려해 지원금액을 세분화했으며 외부 전문가추천제도를 확대해 수도권 외 지역의 더 많은 혁신조직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등 1기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진화했다. (관련기사: 브라이언임팩트, 사회문제해결 혁신조직 15곳에 150억원 지원)

올해 5월부터 브라이언임팩트를 이끌고 있는 김정호 이사장은 우리나라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를 공동창업했고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설립해 300명이 넘는 발달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한 천생 사업가다. 이러한 비즈니스 마인드와 사회공헌 경험은 브라이언임팩트 운영에도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

임팩트 그라운드 2기 발표를 계기로 지난 26일 김정호 이사장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임팩트 그라운드를 중심으로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 철학과 방법론이 갖는 차별점을 들어봤다. 김 이사장은 개인 출자 재단의 강점인 '운영의 유연성'을 최대한 활용해 사회혁신조직에게 과감하게 지원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토양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정호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 제공=브라이언임팩트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 제공=브라이언임팩트

Q. 임팩트 그라운드는 기존의 다른 지원사업과 어떤 부분이 차별화되는가.

두 가지다. 일단 지원규모가 크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회환원 의지를 바탕으로 설립한 민간재단인 만큼, 제대로 활동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에는 아낌 없이 지원한다. 임팩트 그라운드 2기에서 현재까지 단일 기준 최고 지원금인 50억 원(서울재활병원)이 나왔다. 앞으로 100억 원을 넘는 더 큰 규모의 지원사례도 등장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원금 사용의 유연함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수많은 지원기관과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막상 조직들이 지원금을 실제 사용할 때 용처에 제약이 많다. 일을 하다가 먹는 식사의 단가까지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치를 창출한다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비싼걸 먹느냐는 논리다. 또 지원금을 사용한 이후에는 형식적인 서류를 하나하나 챙겨내느라 조직의 담당자가 지쳐서 퇴직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브라이언임팩트는 신뢰를 바탕으로 지원금 활용의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한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묻지는 않는다. 물론,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금 역시 막 쓸 수 있는건 아니다. 큰 틀에서는 승인받은 사업계획서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지원받기 전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이 몇 개월 후에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재단과 협의해서 실행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해나갈 수 있다. 이러한 자유도는 사회혁신활동의 창의성을 보장하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두 가지 차별점 모두 개인이 사재를 투입해 만든 재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임팩트 그라운드 1기를 돌아보고 2기를 기획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1기는 재단 사무국이 제대로 체계를 갖추기 전이었기 때문에 외부 전문기관 6곳에 의뢰해서 추천받은 내용 그대로 지원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추천과 선정이 이루어지는 등의 아쉬움도 있었다.

2기는 기존 외부 전문기관 외에도 언론사 파트너나 개인 추천네트워크 등을 통해 130여개의 후보를 추천받은 후에 재단 사무국이 직접 찾아가고 검증해서 15개를 최종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양한 추천네트워크를 활용해 수도권 외 지역의 조직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었다는게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지원금 역시 1기 때는 10억 원 또는 30억 원으로 고정해서 결정했던 것과 달리 조직의 사업규모와 사업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2억 원부터 50억 원까지 세분화했다. 혁신활동의 실행가능성에 중심을 두고 맞춤형 지원을 했다는 의미다.

물론, 1기 선정결과를 떠올리며 기대했던 조직 중에는 지원금의 규모가 작다고 실망한 곳도 있을 것이다.(웃음) 하지만 브라이언임팩트는 단발성 지원으로 그치지 않는다. 성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번 지원금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Q. 임팩트 그라운드 사업의 향후 운영방향은.

브라이언임팩트가 제대로 지원할 만한 후보를 더욱 광범위하게 많이 찾는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현행 추천시스템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추천시스템을 더해 발굴범위도 넓히고 객관성도 키워가려 한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포상하는 수많은 제도가 있다. 포스코청암상이나 가나안농군학교의 일가상처럼 의미 있는 포상이 굉장히 많다. 정부에서 수여하는 훈장과 민간에서 만든 포상 등을 모아보면 수천 건에 이른다. 일종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모든 포상자 정보를 모으고 포상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개별적으로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매우 가치 있는 기본자료가 될 것이다. 작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쪽에서 상을 받은 내용이 어딘가에서는 발표되고 기록에 남아있을텐데, 그런걸 다 긁어오고 분석하려는 것이다.

브라이언임팩트는 비전 있는 혁신 조직을 발굴하고 과감히 지원하여 사회문제 근본을 해결하는 ‘빅 벳 필란트로피(Big Bet Philanthropy)’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미 다른 곳에서 한차례 인정받은 사람이나 조직 역시 중요한 지원대상이다. 내 주변에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아는 조직과 같은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 정보에만 의존하는게 아니라 AI시스템으로 모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규모를 키우는게 가능해진다. 이 시스템은 초기에 부족함이 있겠지만 운영하면서 계속 개선해나간다면 결국 재단의 중요한 지원 방법론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모든건 발굴과 지원의 객관성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Q. 임팩트 그라운드 외에도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와 그외 개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 한 해 재단 지원사업의 규모와 방식을 평가하고 내년의 지원 방향을 말해달라.

평가는 기부자(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받는거다. 내가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웃음) 올해 사업에 대한 평가를 기부자에게 1월 초에 받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사무국 전체가 워크샵을 통해 성과를 돌아보고 2023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주제별로 집중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기는 하다. 지금은 임팩트 그라운드(조직), 카카오임팩트 펠로우(개인), 각각의 프로젝트 등 형태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형태는 통합하고 주제로 구분해 지원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들어, 임팩트그라운드 3기에는 '환경'을 주제로 활동하며 성과를 내는 조직과 개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데 집중하는 식이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브라이언임팩트는 돈을 몇천억 원씩 미리 쌓아놓고 이자로 운영하는 재단이 아니다. 기부자에게 어떤 영역에 지원을 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승인되면 그때그때 지원을 받는다. 올해 기부자가 사무국의 제안을 수용해 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서 기부했고 이 돈을 다 썼다.

브라이언임팩트는 기부자가 재단을 통해 우회증여하거나 상속을 할 수도 없으며, 이사장이 이사들을 데리고 전횡을 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회혁신 현장에 지원을 하는게 목표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갖추는게 나의 역할이다.

Q. 이사장을 맡고 7개월이 지났다. 재단 운영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향후 브라이언임팩트가 지향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현장에 집중한 것이다. 브라이언임팩트 사무국 구성원들은 역량이 뛰어나다. 사회가치 창출을 지원한다는 진심도 갖췄다. 유일하게 채울 부분은 현장 경험이다. 재단 사무국의 특성상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을 직접 운영해본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현장을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임팩트 그라운드 2기를 선정하면서 사무국 직원들이 현장에 30번 나갔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부딪히면서 해본게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아예 1년에 100일 이상을 현장에서 뛰도록 할 생각이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브라이언임팩트만의 구체적인 지향점이라고 할만한건 아직 없다. 사실 역사가 오래된 재단들 중에도 딱 떠오르는 대표사업이 없는 경우도 많다. 브라이언임팩트도 운영을 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현재 시점에서도 지원규모가 크고 유연성이 좋다는 강점은 분명히 있다. 이를 살려서 당분간 여러가지를 실험하며 브라이언임팩트에 걸맞은 지원방향이 어떤건지를 찾아나가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자가 어떤 쪽에 관심을 갖느냐일 것이다. 기부자가 최근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들과 5시간 동안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를 통해 방향성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재단 사무국은 기부자가 생각할 수 있는 직간접적인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계속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2023년에 임팩트 그라운드 사업에 선정되기를 기대하는 전국의 비영리 혁신조직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2023년에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추천네트워크를 주로 활용할 지, 아니면 또다른 방식을 도입할 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맹목적으로 매년 어떻게 할지를 정해놓지 않았다. 올해 지원한 활동을 돌아보며 어떤 의미가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치열한 내부토론을 진행중이다. 브라이언임팩트 맞춤형 지원전략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Q. 결국, 브라이언임팩트의 지원을 받으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알아서 잘 써달라.(웃음)

브라이언임팩트 ‘임팩트 그라운드 2기’ 협약식에서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김정호 이사장(윗줄 가운데)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공=브라이언임팩트
브라이언임팩트 ‘임팩트 그라운드 2기’ 협약식에서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김정호 이사장(윗줄 가운데)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공=브라이언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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