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 하잖아요. 제가 가난은 못 구할지 몰라도 우리 선생님들 마음의 문은 열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마음의 문을 열면 선생님들이 조금씩 밖으로 나오거든요.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청소·소독 전문 자활기업을 운영 중인 ㈜클린시티의 임은애 대표. 그는 인터뷰 내내 “나 같은 사람 한명 더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이야기에 “관리할 사람이 늘면 대표님만 더 힘든 거 아니냐”고 짓궂게 묻자 “그래도 된다. 나도 그렇게 도움을 받았으니까”라고 말했다.

"이혼 후 막막해 숨어 지냈던 시절, 찾아와준 사람들 덕에 힘 얻어...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임은애 대표는 아이 셋을 데리고 전 남편과 이혼했다. 임은애 대표는 이혼 당시 참 막막했다며 “머리에 모자를 쓰고 중앙분리대에 꽃을 심는 공공근로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딸린 식구가 있으니 일단 몸을 움직여야 했지만 사실 임 대표는 이혼 후 경제적·정신적으로 모두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이미 이혼 전부터 심각한 상황이었다. 드라마 보면 집안에 들어와서 빨간 딱지를 붙이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가 그랬다”고 술회했다. 결국 그는 너무 힘들어 집안에 숨어드는 것을 택했다.

임은애 (주)클린시티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임은애 (주)클린시티 대표/사진=정재훈 기자

“그때 사회복지사 한 분이 우리 집으로 거의 매일 찾아왔어요. 전화도 자주 해줬고요. 내 입장에서는 그분이 내게 손을 내밀어 준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조금씩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15년 후. 그는 한 기업의 책임자가 됐다. 그는 ‘직원’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으며 지난날 자신이 받았던 도움을 그대로 실천 중이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깨지거나 출근하지 못한 직원을 나무라기만 하지 않고 직원들의 사정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알고 보면 “잠을 못 잔다”거나 “가족이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는 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같은 수급자들은 다른 근로자들과 다르다. 관심과 배려를 통해 밖으로 나오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수급자들 중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온전히 바깥 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다른 근로자들과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클린시티 직원들이 건물 지하주차장 청소를 하고 있다./ 출처=클린시티
클린시티 직원들이 건물 지하주차장 청소를 하고 있다./ 출처=클린시티

공공근로 전전하던 수급자...매출액 약 7억원·직원 8명의 자활명장으로 거듭나

임 대표는 “돈도 결국은 사람이 버는 것”이라며 “사람을 키워야 돈도 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임은애 대표와 8명의 직원들은 공공기관 방역 및 소독, 아파트 입주 청소 등의 일을 수행하며 청소·소독 전문기업을 일궈가는 중이다. 2013년 4명이 자본금 120만원으로 시작한 자활기업 ㈜클린광주는 자본금 1억원이 넘는 사회적기업 ㈜클린시티로 사명을 바꾸며 성장했다. 2022년 기준 매출액은 약 7억원.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쓴 작년에는 약 1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방역과 소독분야에 편중된 매출구조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임 대표는 “방역·소독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코로나19 당시 우리가 맡아서 하던 방역·소독 분야는 대부분 입찰계약으로 바뀌었고 다른 기업들도 참여하는 상황”이라며 매출구조 다각화를 고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새 사업으로 출장 세차사업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출장 세차는 올해 7월부터 안산소재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가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연수원이 연수생들에게 무료 세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업 수행기관으로 우리가 된 거다.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회용기 세척 사업 및 소비재 제품을 개발을 시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 노력에 나서고 있다.

임은대 대표가 주간계획을 가리키며 클린시티의 사업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임은대 대표가 주간계획을 가리키며 클린시티의 사업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재훈 기자

사업 환경이 변화되는 시점.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상황이지만 임 대표는 "자원봉사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자원봉사는 클린시티를 지역에 소개하고 직원들의 업무 경험을 늘리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클린시티 입장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우리 기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직원들의 청소 및 방역 업무 숙련도를 높일 요량이었다”며 “자원봉사 덕분에 많은 분들이 우리 기업을 알아주고 직원들의 업무능력은 물론 자존감도 향상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는 임은애 대표 개인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혼하고 혼자서 우리 딸들 키울 때, 지역 내 많은 기관에서 도움을 줬다. 현재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북부 행복나눔센터는 축구선수였던 딸의 후원자를 연결시켜줬고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내가 일을 하는 동안 막내딸을 돌봐준 곳”이라며 “내가 배운 기술로 내가 받았던 도움을 다시 갚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외벽 청소중인 클린시티 직원들./출처=클린시티
건물 외벽 청소중인 클린시티 직원들./출처=클린시티

임은애 대표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22년 보건복지부 자활명장으로 선정됐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경제 활성화 ▲수익 모델 개발 및 경쟁력 강화 ▲지역사회 나눔 실천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나보다 더 오래 자활기업 해 오신 분들도 많은데, 내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나 싶다”면서도 “이건 철저하게 직원들과 함께 이룬 성장이다. 10년 동안 나 같은 사람 한 명 더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그 마음에 직원들이 보답해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성과를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