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생태계' 라는 단어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듣게 된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는 생산자부터 3차 소비자까지 이르는, 먹이사슬에 기반한 생태학적 순환구조를 생태계라 불렀다. 사회에서도 어떤 시장에 대해 논할 때 생태계를 말하곤 한다. 각각의 기능이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형태를 띌 때, 우리는 이를 생태계라고 부른다.

중장년 일자리 사업을 9년째 하다보니 이 시장도 하나의 생태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싶다. 중장년 일자리 시장이 다양한 기능들로 나누어져 있지만 이 기능들이 가치사슬의 형태로 연결돼 하나의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유기적인 체계들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나 거시적으로 이러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13년, 중장년의 빠른 퇴직 직후의 공백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인 동시에 그들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셜미션으로 상상우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창업 초기에는 중장년의 경험이 사용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비, 청소, 단순용역, 공공일자리 혹은 프랜차이즈 창업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때는 그들의 경험을 요구하는 시장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창업 후 몇 년 동안은 일자리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고 중장년들의 사회적기업 창업을 도와드리거나 퇴직 준비에 대한 교육 정도만 제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수영을 해야 되는데 수영장에 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서 수영 대신에 수영장 옆에서 준비운동만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상상우리의 소셜미션을 달성하고 임팩트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에 2017년,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처음으로 역량 있는 중장년들을 교육시키고 사회적경제기업에 취업을 연계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 이 시장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2018년부터 고용노동부, 현대자동차,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함께 '굿잡5060'이라는 사업을 론칭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중장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5년째 해오며 취업율 60% 이상의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중장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시장도 점차 다양해졌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사회서비스기업 일자리 매칭에 나섰으며 한국관광공사와는 관광 상품・콘텐츠 기획 및 사업화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2022년부터는 하나금융그룹과 지역의 중소기업에 서울의 우수한 인재를 연결하는 '하나파워온 세컨드라이프' 사업을 벌여 중장년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소재 중소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활성화까지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디지털마케터, 디지털크리에이터 등 디지털 시장에서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다들 중장년 일자리 사업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디지털 시장'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지역이나 참여자의 수에 제한이 없는 대규모의 일자리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상상우리는 그동안 경비나 단순노무로 생각하는 중장년의 일자리 시장에 사회서비스, 관광, 지역, 디지털 일자리 등 다양성을 불어넣었다. 상상우리가 교육과 상담, 일자리 매칭에 머물지 않고 중장년에 맞는 일자리 시장 창출에 기여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장년 일자리 시장도 하나의 생태계의 모습을 띈다. 모든 과정들이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돼 있고 각 단계가 성장할수록 다음 단계가 더욱 활발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다.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출처=상상우리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출처=상상우리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첫번째 단계는 '일자리 발굴'이다. 일자리 발굴이 가장 첫번째에 위치한 이유는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중장년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일자리 시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중장년 일자리 시장은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이며 흔히 말하는 3D업종의 직무들이 많다. 하지만 일자리 시장의 형태는 각 지역이나 업종, 산업의 규모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얼마나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발굴하느냐에 따라 일의 규모와 질이 달라진다.

상상우리는 좋은 일자리 시장을 발굴을 위해서 다섯가지의 조건을 말하고 있는데 ▲최소한의 수입 이상이 보장될 것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할 것 ▲참여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 일 것 ▲충분한 양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 ▲그 일자리에 중장년이 참여함으로써 더 큰 임팩트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의 두번째 단계는 '당사자의 인식 확장'이다. 변화된 시장과 일자리 환경에 대해 당사자들인 중장년 스스로가 충분한 인식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 이후의 단계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두번째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중장년들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시장에 대한 속도에 맞추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채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교육, 세미나, 모임, 캠페인 등을 통해 변화된 트렌드를 인식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의 세번째 단계는 '프로그램 참여'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그램은 교육이나 상담, 실습 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과 비전을 진단하고 분석하며 재설정 하는 과정도 있을 것이며, 새로운 직무를 배우는 것도 포함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시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인턴십이나 프로보노 활동을 통해 본인의 역량과 열정이 그 직무와 시장에 맞는가에 대한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의 네번째 단계는 '일자리 매칭'이다. 발굴된 일자리 시장에서 찾은 채용정보와 중장년을 연결하는 과정은 유사한 청년일자리 사업의 매칭이나 온라인 매칭플랫폼과는 많은 부분 비슷하지만 명확하게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우선 실제 채용의뢰가 있더라도 해당 직무기술과 100% 일치하는 중장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공백은 기업과 당사자의 합의 하에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 때 매칭을 담당하는 전문가나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상상우리의 경우에는 매칭만족도를 극대화 하기 위해 전문 교육을 받은 상담사가 기업과 당사자 입장에서 조정을 하고 있으며, 인재파견형태의 취업 방식을 통해 3개월 정도의 수습 후 취업으로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의 다섯번째 단계는 '업무온보딩'이다.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보딩은 청년이 취업했을 때 진행하는 온보딩보다 특히 중요하다. 온보딩을 통해 업무를 조정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의 이해, 세대간의 협력,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성과도출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기업-중장년 둘만의 커뮤니케이션만으로 쉽지 않아 외부의 조력을 통해 완성해야 한다.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의 마지막 단계는 '임팩트 확산'이다. 생태계의 첫번째 단계에서 발굴한 일자리 시장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중장년의 참여를 통해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Input, Activities)을 통해 만들어진 중장년의 일자리 참여(Output)가 어떠한 성과(Outcome)와 임팩트(Impact)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성과조사와 측정, 그리고 확산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참여하는 당사자와 기업과의 인터뷰 및 성과측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으며, 장기적인 조사분석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그 이후 보고서나 보도자료, 홍보영상 등을 통해 다른 기업들과 가능고객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임팩트를 보여줌으로써 또다시 새로운 일자리 시장이 발굴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이클을 돌면서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생태계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생태계가 올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도록 중장년의 일자리 문제와 해결방법에 대한 당사자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토양에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시장들을 발굴하여 씨앗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씨앗으로부터 새싹이 제대로 자라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과 조직들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활동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따뜻한 햇볕과 비료역할을 해주는 정부, 지자체, 대기업, 비영리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중장년의 일자리 생태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으며 있다 하더라도 데스크에서만 연구가 되어 현실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이 생태계를 모두 경험하거나 실행한 조직이 없었으며, 중장년 대상들에게 적용하기 위해 기존의 다른 세대나 계층들에게 제공했던 서비스를 중장년으로 옮기는 정도의 실행만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각 단계를 서로 다른 주체들이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에서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며 이 생태계가 더욱 정교화되고 객관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실행이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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