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33만의 부산광역시는 한국의 두 번째 대도시이자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런데 최근 부산의 영도·중·동·서구 등 원도심 4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인구 감소와 지역 유출이라는 흐름이 농어촌과 소도시뿐만 아니라 대도시까지 덮친 탓이다. 부산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을 되살리기를 위해 똘똘 뭉친 이유다.

27일 열린 ‘제6회 소셜임팩트 레시피 클럽’에서는 로컬을 통한 소셜벤처 활성화를 주제로 로컬 브랜딩으로 부산을 디자인하는 여러 기업들의 사례가 공유됐다. 이날 행사는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오프라인 개최됐으며,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제6회 소셜임팩트 레시피 클럽’에서 김철우 RTBP얼라이언스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출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제6회 소셜임팩트 레시피 클럽’에서 김철우 RTBP얼라이언스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출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1부에서는 김철우 RTBP얼라이언스 대표가 ‘지역 혁신가와 브랜드 소셜벤처까지’를 주제로 발제했다. ‘RTBP’는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Busan Port)’의 줄임말로, 부산 영도를 중심으로 지역 내 쇠퇴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을 한다. 영도는 국내 조선산업의 1번지로 한때 인구가 23만명에 이르렀으나, 2010년대 조선업 불황으로 사람들이 유출되면서 현재 11만명 까지 쪼그라들었다.

RTBP얼라이언스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다양한 물자가 오가던 문화의 보고인 영도를 재해석해 다양한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콘텐츠를 생산해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쇠퇴한 공업‧주거‧상업 지역을 살리고, 지자체‧주민들과 커뮤니티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지역 자체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는 “영도를 매력적인 도시,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며 “지역 자산을 개발하고 물건과 콘텐츠를 유통하고,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발굴해 확장하는 3가지 일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역의 정체성을 소설, 애니메이션 등 온라인 콘텐츠로 생산하고 영도의 과거와 미래까지 내다보는 등 세계관을 확장해 타 지역은 물론 글로벌로 확장까지를 목표로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6회 소셜임팩트 레시피 클럽’에서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출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제6회 소셜임팩트 레시피 클럽’에서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출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대표가 ‘로컬 브랜드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단디벤처포럼은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내 청년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로컬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부산진구의 전포공구길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구상점이 많았던 옛 전포동 골목길에 카페, 공방 등을 입주시켜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했다.

권 대표는 “로컬 브랜딩은 공간‧역사‧사람‧스토리를 넣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단순히 공간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진심‧호흡‧심장이 담겼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지역 내 로컬 브랜딩을 잘하는 기업들이 들어오고, 이들이 진심을 담아 콘텐츠를 발굴해 서로의 업적을 공유한다면 풍성한 열매가 맺혀 지역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토크콘서트에서 토론하는 김성진 부산디자인진흥원 취창업진흥팀 팀장(사회자), 김철우 RTBP얼라이언스 대표,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의장, 서무성 디자인부산 대표,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대표, 홍순연 사단법인 삼진이음 이사(왼쪽부터)의 모습./출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토크콘서트에서 토론하는 김성진 부산디자인진흥원 취창업진흥팀 팀장(사회자), 김철우 RTBP얼라이언스 대표,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의장, 서무성 디자인부산 대표,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대표, 홍순연 사단법인 삼진이음 이사(왼쪽부터)의 모습./출처=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2부에서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패널들이 모여 토크 콘서트를 이어갔다. 스타트업과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부산에 지점을 두고 있다. 권혁태 의장은 “벤처캐피털로서 로컬 스타트업에 큰 가능성을 봤다”면서 “이런 기업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지역이 활성화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부산의 대표 어묵 브랜드인 ‘삼진식품’의 비영리법인 ‘삼진이음’은 지역 내 노포를 살리는 브랜딩을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대표적으로 모두부만 만들어 판매하는 동네 가게를 브랜딩해 전두부‧두유‧콩국‧쯔유까지 제품을 확대했다. 홍순연 이사는 “로컬 브랜딩의 답은 결국 지역 상인‧주민들과의 소통”이라며 “실제 팔아서 얼마나 돈이 되느냐처럼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한 디자인 기업 ‘디자인부산’은 지역의 시어(市魚)인 고등어를 활용한 캐릭터 ‘꼬등어’를 개발했다. 커다란 눈, 푸른 등을 지닌 꼬등어는 생선이지만 두 발이 있는데, 부산 곳곳을 여행한다는 콘셉트를 통해 다양한 관광자원을 소개한다. 서무성 대표는 “지역 캐릭터를 개발해 알리기까지 큰 비용이 들었지만, 부산의 기업인 만큼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참여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소셜임팩트 레시피 클럽’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하는 ‘2022년 소셜벤처 육성사업’ 중 하나다. 지난 4월부터 서울‧대구‧전주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매월 개최되고 있다. 향후에는 창원과 논산 등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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