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은 산업혁명의 주요 원동력이자 경제산업의 핵심 에너지원이었지만, 2022년 현재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퇴출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석탄발전은 단일 배출원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전 세계 탄소 배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각국에서는 탈석탄을 위한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탈석탄 흐름에 동참을 선언했다.

문제는 탈석탄이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아 국내외 관심이 높아졌으나, 탈석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해관계자 사이 갈등과 비용 발생에 관한 논의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입법‧정책 거버넌스를 연구하는 국회기후변화포럼에서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탈석탄 주요 갈등 쟁점과 사회적 비용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회기후변화포럼이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탈석탄 주요 갈등 쟁점과 사회적 비용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회기후변화포럼이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탈석탄 주요 갈등 쟁점과 사회적 비용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앞서 국회미래연구원과 탈석탄 정책 대응방안 및 입법과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탈석탄 분야 전문가와 주요 이해관계자를 한자리에 모아 합리적인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갈등을 점검하고 사회적 비용을 검토했다.

먼저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탈석탄 과정에서의 갈등 이슈와 제도적 해결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에는 석탄발전소가 약 2400기 운영 중이며 총 용량은 2000GW로, 전체 전력의 1/3 이상을 생산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해 전 세계 탄소 배출의 40%나 차지한다.

지구 온도 상승과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중립을 위해 선진국은 2030년, 나머지 국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 중단을 촉구했다. 탄소중립에 선도적인 유럽 국가 중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웨덴, 포르투갈 등은 이미 탈석탄을 완료했으며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도 2030년 내 탈석탄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돼 법제화는 됐으나, 탈석탄의 구체적 시기는 명시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이후 재생에너지 비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석탄발전 비중은 40% 수준으로 여전히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현재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는 57기며, 심지어 4기는 신규 건설 중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및 감축 등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탈석탄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탈석탄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화면 갈무리

탈석탄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예측되는데 △일자리 △발전소 보상 △지역사회 피해 △에너지 안보 △전력산업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발전소 정규직 종사자들의 고용 보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발전소 폐쇄로 인구가 유출되거나 부지가 공동화하는 문제가 예상된다. 

정 연구위원은 “탈석탄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과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원칙과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며 “비용 부담 및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고, 탈석탄위원회 같은 협의기구를 마련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향후 석탄발전소의 운전 대수 및 이용률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ㅊ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향후 석탄발전소의 운전 대수 및 이용률이 점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ㅊ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탄의 경로 및 비용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했다. 탄소중립 관련 여러 시나리오를 수립해 분석한 결과, 석탄발전은 2030년대 들어서 대부분 경쟁력을 잃고 상대적으로 비싼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교수는 “탄소중립과 탈석탄을 위해서는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투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에너지전환에 따라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늘어나지만, 석탄발전 관련 노동자 및 지역사회의 손실은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은 “최근 전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 및 수급 불안으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진 동시에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의지도 강해진 상황”이라며 “정부는 에너지원별 조화를 감안해 올해 연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상준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충분히 고려하며 석탄발전 감축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석탄발전 상한제와 에너지 전환 지원법을 마련해 탈석탄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탈석탄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을 어떻게 보완할지, 기존 및 신규 석탄발전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등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철 고성그린파워 부사장은 “정의로운 전환은 절차적 정당성, 합리적 보상, 일자리 전환으로 요약된다”며 “탈석탄에너지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남태섭 전국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실장은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고용 보장”이라며 “고용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노동자들은 저항하기 마련이고, 이는 탄소중립 실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박지혜 플랜 1.5 변호사는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석탄발전 감축 정책의 가시화가 필요하다”며 “석탄산업 사업자의 빠른 퇴출과 연료전환 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에서는 김일중 환경정의 고문(가운데)이 좌장을 맡아 탈석탄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화면 갈무리
패널 토론에서는 김일중 환경정의 고문(가운데)이 좌장을 맡아 탈석탄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출처=국회기후변화포럼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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