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팟코리아는 아이쿱생협, (재)자연드림씨앗재단, 바라봄사진관, 동네언니협동조합, 아트앤트레이드와 울진 산불 피해지역의 주민들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찾아가는 사진관, 다시 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출처=에이팟코리아
에이팟코리아는 아이쿱생협, (재)자연드림씨앗재단, 바라봄사진관, 동네언니협동조합, 아트앤트레이드와 울진 산불 피해지역의 주민들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찾아가는 사진관, 다시 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출처=에이팟코리아

“자~ 어르신, 여기 보시고. 너무 고우세요. 활짝 웃어볼까요?”

“곱다고와, 포즈를 그래하믄 어째, 웃으라는데!”

“집에 불이 나가 사진이 다 탔는데, 이래 사진을 찍으니까 기분이 좋네. 너무 감사하네.”

“내는 사진이 맘에 안드는데, 다시 찍어주면 안될까~?”

지난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지역에 발생한 산불은 9일 간 이어지며 마을 곳곳에 피해를 입혔다. 거주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임시주택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을 곳곳은 산불의 흔적이 가득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주변을 지나칠 때 마다 노랗게 말라버린 나무와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주민들은 물질적인 피해 뿐 아니라 정신적인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 물질적인 지원 외에 주민들의 일상회복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조수남 북면 사계1리 이장은 “화재 이후 트라우마로 호흡곤란이나 가슴이 빠르게 뛰는 증상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촬영부터 인화, 액자 작업까지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다./출처=에이팟코리아
촬영부터 인화, 액자 작업까지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다./출처=에이팟코리아

에이팟코리아(A-PAD Korea, 이사장 정미정)는 산불이 발생한 3월부터 화재 당시 필요한 자원들을 빠르고 신속하게 연결하는 긴급구호를 수행한 데 이어 주민들의 심리지원과 마을 커뮤니티의 회복을 돕는 일상회복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6일부터 8일까지는 일상회복지원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사진관, 다시 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산불피해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촬영해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프로젝트에는 아이쿱생협, (재)자연드림씨앗재단, 바라봄사진관, 동네언니협동조합, 아트앤트레이드가 함께 했다. 에이팟코리아는 마을 일일카페 체험, 이발 및 염색 봉사, 몸놀이 및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등으로 지속적으로 일상회복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에이팟코리아는 지난 2019년 발생한 고성 산불에서도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예술심리치료를 진행했다. 그림 그리기, 공놀이 등 레크리에이션과 서로를 지탱하고 지지해주는 몸놀이 등으로 이재민들의 심리치료 지원을 도왔다. 외에도 재난리더 양성 교육, 자가격리 매뉴얼 등 일상에서 재난에 대처하도록 하는 교육 등을 진행했다.

정미정 에이팟코리아 이사장은 “구례 홍수, 고성 산불 등의 재난 지원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고립된 감정, 에너지의 침체 등을 느끼고 일상회복 지원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 홍수 등을 비롯한 재난의 빈도가 증가하면서 재난 발생 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며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협업하는 모델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진산불 이재민들이 지내는 소곡1리동회관 앞 임시주택의 모습. 동회관 주변까지 산불이 내려왔다./출처=에이팟코리아  
울진산불 이재민들이 지내는 소곡1리동회관 앞 임시주택의 모습. 동회관 주변까지 산불이 내려왔다./출처=에이팟코리아  

지역리더십, 재난대응의 또다른 성공방정식...마을 커뮤니티 회복 위한 지원 필요

울진은 산이 많은 지형상 한 마을이더라도 주민들이 모여 살지 않고, 한 고개 넘어 집이 있는 거주 형태가 많다. 그런데 유래 없는 장기적인 산불이었음에도 인명피해는 적었다. 지역 리더십의 역할과 함께 마을이 커뮤니티로 연결 돼 있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사계1리도 31가구 중 18채가 전소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마을 이장을 비롯해 젊은 구성원들은 지속적으로 상황을 순찰했고 산불이 마을 인근으로 다가오자 거동이 힘든 주민부터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방송을 통해 회관으로 사람을 모으고 주민들의 상황을 확인했다. 조수남 북면 사계1리 이장은 “물질적인 피해는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며 “이장들이 마을에서 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의 상황이나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상황을 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 후, 집을 기준으로 피해 기준이 책정됐다. 같은 마을에서 지내왔지만 거주지가 전소 되었는지, 세입자인지 집의 소유자인지, 월세·전세·연세 등 거주비용의 방식 등을 기준으로 해 미묘한 차이가 생겨났다. 이재민이지만 이재민이 아닌 주민들이 생겨났다. 집이 전소된 사람들을 기준으로 지원이 진행 돼 구호품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구분됐다. 조수남 이장은 “마을사람들은 집만 소실이 안된거지 정신·육체적으로 같은 피해를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지역주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지침상 쉽지 않았다”며 “이후에는 형평성을 고려한 지원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운을 띄웠다.

산불 피해의 흔적들/출처=에이팟코리아
산불 피해의 흔적들/출처=에이팟코리아

산불, 홍수 등의 재난을 경험한 지역은 보이지 않는 마을 커뮤니티의 균열도 함께 겪고 있다. 보상기준으로 이전과는 다른 경계가 생겼다.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는 마을도 있다. 또 마을로 도착한 구호품의 배분으로 구성원 간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마을 리더십에도 크고 작은 흠집이 생긴다.

이동환 에이팟코리아 이사는 “지원 기준의 공백에 따른 상황으로 이재민들이 분노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심리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마을이 지속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회복도 중요하기 때문에 보편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내에 일상회복지원을 위한 코디네이터가 있다면 마을이 무너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급구호 당시 각종 구호품들이 이재민들의 임시 거주처에 도착한 모습/출처=에이팟코리아
긴급구호 당시 각종 구호품들이 이재민들의 임시 거주처에 도착한 모습/출처=에이팟코리아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까지 전해야...체계적인 배분 시스템 필요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까지 전달하는 게 재난지원입니다. 물건을 기부하는 행위가 재난지원이 되는 게 아니에요. 이재민들에게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고려하고, 적합한 시기에 전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완결적으로 신경써야 합니다.” - 정미정 에이팟코리아 이사장

구호물품 배분과 지원방식에 있어 다양한 사항들이 지적돼 왔다. 에이팟코리아 구성원들은 현장밀착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곳까지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로 전해진 구호물품의 배분은 대부분 마을의 이장들이 도맡는다. 울진의 경우 고령화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마을에서 젊은축으로 분류되는 구성원도 대부분이 70대 이상이다. 배분 시 물건 외에 배분을 담당할 인력 배치나 관련 지원이 없어 생수같이 무게가 나가는 물건이나 배분이 어려운 물건이 들어오면 어려움이 많다. 

에이팟코리아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이재민들에게 물품을 지원하고 있는 모습/출처=에이팟코리아
에이팟코리아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이재민들에게 물품을 지원하고 있는 모습/출처=에이팟코리아

이장들이 직접 방문해 구호품을 전달하는 마을도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마을 입구나 정해진 장소에서 물건을 배분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거동이 불편하거나 거리가 먼 경우 등이 있어 이재민들이 구호품을 전달받지 못하는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조수남 북면 사례1리 이장은 “화재 직후에 생활가구, 옷가지, 주방용품, 의류, 식료품 등등 다양한 물건이 지원됐다”며 “직접 주민들의 집에 방문에 구호품을 나눴는데 하다보니 80대 이상인 연세드신 이장님들이 직접 배분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필요를 고려하지 않은 물건이 구호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울진의 경우 대부분의 피해 가구의 인구가 노인이었지만 구호물품에 생리대가 포함되기도 했다. 또 시기를 놓쳐 솜이불 등이 겨울을 지나 전달되기도 한다. 긴급구호는 보통 72시간 내에 필요한 물품이나 인력을 통해 현장에 필요한 구호활동을 전개한다. 이후 일상생활회복에서는 주민들의 심리회복에 초점을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

이동환 이사는 “긴급구호는 순간순간 그에 맞는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면 일상회복지원은 이재민들의 필요와 심리상태에 따른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장, 지역주민, 공공 등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재난대응 전문기관과 배분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지원품의 효과적인 배분과 이재민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지원품의 활용방안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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