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처에 영등포 청과시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트럭 등과 같은 큰 차가 다니니까 통행도 불편하고, 시장이 영업을 안 할 때는 굉장히 슬럼화되죠. 그런데 여기 과거의 문래동이랑 굉장히 비슷해요. 하지만 문래동은 단점을 활용해서 정말 유니크한 지역이 됐잖아요.”

이소주 보노보씨 대표는 “단점은 매력이 된다. 인근에 청과물시장이 있는게 주민들은 반갑지 않겠지만, 지역을 알릴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당산골 모습./출처=이소주 보노보씨 대표 
최근 당산골 모습./출처=이소주 보노보씨 대표 

지역 단점을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이소주 대표는 나쁜 카페 골목이 많았던 당산골을 유니크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산골은 '카페형 일반음식점'으로 운영되는 유흥주점, 소위 나쁜 카페가 몰려있던 거리였다. 주택가 한 복판에 운영되던 유흥주점에 대해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지만 쉽게 수용되지 않았다.

그런 당산골이 최근 변화하기 시작했다. 영등포구에서 ‘당산골 문화의거리’ 사업을 진행하면서다. 건물주와 협의해 유흥주점을 주민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도로 바닥에는 과일 그림이 그려졌고, 과일 모양의 전등이 거리를 밝혔다.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당산골이 변화하는데 사회적기업 보노보씨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보노보씨는 당산골에 소재한 사회적경제기업을 모아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라는 모임을 만들어 거점화했다. 이소주 보노보씨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거점에 흡수되면, 거점의 대표가 모여 위원회가 만들어질 수 있고,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지원조직과 연결되면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노보씨가 운영하는 카페 동양화점./출처=이로운넷 
보노보씨가 운영하는 카페 동양화점./출처=이로운넷 

사회적경제기업이 연결되고, 지역에 거주하는 1인 가구를 위해 공유주방을 만들어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게 하고, 오래된 수제화 가게를 장인의 정신이 깃든 카페로 만들었다. 황무지 같았던 당산골은 유니크한 공간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인근에 영등포청과물시장이 있다는 특징을 살려 과일을 이미지화 시켰다. 이 대표는 “베트남 호이안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전통 등이 쭉 걸려 있어서 너무 예쁘다. 당산골도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거리의 과일 등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참여해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등은 축제를 하거나 지역을 알릴 때 지역사회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산골을 ‘제대로 변화시키기 위해' 주민들과 지역 커뮤니티를 찾는 것은 물론 건물주 등 지역유지들도 만났다. 그는 “특히 지역의 유지들에게 구상 중인 생활상권사업에 대해 설명했는데, 모두들 나를 믿고 맡겨 주셔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공소 밀집지역이었던 ‘문래동’을 ‘문래창작촌’으로 만들기까지

사실 이소주 대표는 철공소들이 밀집해 일반인들의 접근이 낮았던 문래동을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문래창작촌’으로 만든 인물 중 하나다.

최근 당산골로 이사를 했지만, 이소주 대표는 2005년 문래동 최용호 작업실에 입주했다. 2006년에 독립(문래동 3가 54-34번지)하면서 한 건물 3층에 3개 단체가 모이게 됐다. 이 대표는 “사방이 공장이기에 6시가 넘으면 사방이 조용하고 암흑으로 변해 숲에 있는 것처럼 조용해진다”면서 “그런 여유가 신기하고 좋았다. 같은 층을 사용하는 세 개 단체가 모여 문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만들어보자는 정서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아트페스티벌, 개인전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문래동에는 예술가들이 점점 많아졌다. 작업실은 낡고 오래됐지만 임대료가 저렴했고, 같은 동네에 동료 예술가들도 있으니 하나 둘씩 예술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7년 12월 ‘문래예술공단’이라는 반상회 모임이 생겼고, 문래동을 어떻게 예술의 동네로 만들지, 이것이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때 이소주 대표는 사무국장 역할을 맡았다. 이 대표는 “처음 3팀이었는데, 2008년이 되니 30팀이 됐고, 점점 늘어 300팀이 됐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임대료가 올라서 많은 예술가들이 떠났지만, 문래동에 국한해서 예술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영등포 전체에 네트워크 망을 만들고, 간격을 유지시키는것도 확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이소주 보노보씨 대표./출처=본인제공
이소주 보노보씨 대표./출처=본인제공

정기적인 수입 없는 예술가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노보씨는 문화 기획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문화 기획을 통해 지역을 재생하거나, 교육 네트워크망을 만들어 지역의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소주 대표는 “우리 기업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청년 예술가들이 우리와 함께 문화 기획 활동을 하면서 이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이들이 가진 문화적 재능을 지역에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지역 아이들이나 시민, 기업 등에서 문화교육을 할 수 있게 한다. 기업 CSR 사업으로 특정 기업의 임직원들이 가구 만들기 체험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동대문 두타몰 앞에서 120명의 직원들이 목공으로 가구를 만들고, 중구에 거주하는 취약계층들에게 만든 가구를 전달했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펼쳐져 있는 것을 그냥 두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각각의 재능을 진주목걸이처럼 꿰면 그곳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된다. 공간, 사람, 현장 자체가 다 교육 현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산골을 건강한 상인의 밀집한 지역으로 만들어 주민들이 슬리퍼를 신고 나와서도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중심이 됐을 때 재미있고 건강한 상권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당산골은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 가치가 들어가 있는 소셜 스트리트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노보씨는 당산골을 '과일'을 테마로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출처=이소주 보노보씨 대표 
보노보씨는 당산골을 '과일'을 테마로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출처=이소주 보노보씨 대표 

 

취재 후: 보노보씨는 보노보 원숭이와 씨티(City, 도시)의 합성어다. 보노보 원숭이는 침팬지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공동체적 생활을 한다. 이 대표는 “보노보 원숭이는 촬영을 위해 엎드려있는 기자를 보고 아파서 쓰러져있는줄 알고 먹을걸 주고, 부모가 없는 원숭이는 공동육아를 해요. 굉장히 배려있는 생명체죠”라고 말했다. 그는 “보노보 원숭이처럼 평화롭고 조화로운 도시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보노보씨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보노보씨는 메타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캐릭터가 메타버스 ZEP(https://zep.us)에 입장해 지역을 여행하고 그 동네에 놀러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해결이 가능한 문제와 오프라인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균형감 있게 다뤄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 수 있게 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실험적으로 활용해 함께 하는 느낌, 연결돼 있어서 외롭지 않은 느낌, 소외 받지 않는 느낌을 주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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