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연대와 협동의 정신으로 통합과 혁신을 이루고, 전국 17개 지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 신임 상임대표는 지난 18일, 2022 정기총회에서 전체 유효표 84표(전체 대의원 138명) 중 87.8%인 72표를 득표해 당선됐다. 2년간 한기협을 이끌 고진석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한기협 정상화’를 강조했다. 한기협 사태를 완전히 종식시키고, 사회적기업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지난 18일, 2022 정기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고진석 신임 상임대표를 선출했다./출처=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지난 18일, 2022 정기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고진석 신임 상임대표를 선출했다./출처=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한기협 사태는 지난 2020년 9월, 박진범 당시 한기협 상임대표가 변형석 전 상임대표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변 전 대표는 재임 중 한기협 공제사업단을 분리독립했는데,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변 전 대표가 정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기협 정관에 따르면, ‘법인 재산 관련 일체 행위는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해 12월 출범한 ’한기협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제사업단은 임의 이전된 것이 아니라 구성원 동의를 거쳤다고 반박하며 박 상임대표에 맞섰다. 이들은 박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다행히 한기협은 지난해 8월, 상호합의 하에 총회를 개최해 쟁점이었던 ▲한기협 공제사업단 분리 ▲공동대표 조항 삭제 안건 등을 통과시켰고, 이후 갈등은 일단락됐다. (관련기사 : 한기협 갈등 해소국면... “7월 총회 안건처리 후 정상화 예상”)

24일 임기를 시작한 고진석 대표는 당일 진행된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한기협 사태 종식‘을 위한 통합과 혁신을 거론했다. 고 대표는 “2008년 한기협 설립취지문에서 결의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국 모든 지부가 사회적경제의 호혜적 연대·협동 정신으로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하나된 한기협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소통과 중재 활동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법적 분쟁의 조속한 해결 △한기협사태 진상을 밝힌 결과보고서 작성 및 공유 등을 약속했다.

인터뷰하고 있는 고진석 한기협 상임대표
인터뷰하고 있는 고진석 한기협 상임대표

고 대표는 제주도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공동체를 구현해왔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사회학을 공부한 그는 자활운동에 투신해 약 10년간 제주지역 자활센터에서 일했다. 이후 다양한 사업을 연계해 노동자협동조합이자 자활기업인 제주희망협동조합(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창업했다. 자활·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 여러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온 셈이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동대표와 제주사회적기업협의회장을 역임했다.

만 38세인 그는 청년 사회적기업가로서 정체성도 강조한다. 공약에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내용도 담겨있다. 전국 지부와 한기협에 ’청년 사회적기업가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조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한기협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국 지부와의 소통강화도 핵심키워드 중 하나다. 고 대표는 인터뷰내내 회원 조직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전국 각지 현장 조직을 먼저 찾아 뵙고 의견을 수렴해 진흥원 등과 소통할 것”이라며 “해야하는 일들을 정리해 차근차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고진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Q. 한기협 상임대표로 당선된 소감.

한기협이 지난 2년간 내외적으로 혼란과 부끄러운 언론 노출이 있었다. 그런 일들이 발생한 건 정관과 이사회 합의가 존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기협 혼란을 수습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되지 않은 법적 분쟁을 조속히 해결할 것이다. 또한 지난 2년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회의록 등 자료를 검토해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회원들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가감없이 알리는 것이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약, 정책제안, 예산확보 이전에 내부 안정화와 전국 17개 지부가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것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동의를 얻었다.

Q. 만 38세 청년 사회적기업가이고, ‘청년의 패기’를 강조하며 대표에 당선됐다.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공약도 내걸었는데.

사회 초년생으로 자활 영역에서 일을 시작했고, 10년간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청년들과 함께 사업을 하다보니 인맥, 인프라, 자금 등에서 애로사항을 많이 경험했다. 자문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일이 법조문을 찾아보는 등 직접 부딪히며 협동조합을 운영해왔다. 이런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할 청년협의체가 없어 아쉬웠다.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많다고 알고 있다. 열정있는 분들이 모여서 연대하며 고민을 나누고,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편히 가까이 할 수 있는 한기협이 됐으면 한다.

청년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조직을 먼저 꾸리고, 한기협 이사회 임원으로도 들어올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 공약이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위원회를 전국에 설치하고, 당연직 이사를 둘 계획이다. 청년 원탁회의와 정책의제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Q. 약 2년간 한기협은 내홍을 겪었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먼저 사실관계를 한기협 회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그간 조각난 정보들, 법적분쟁 등으로 모든 정보가 다 전달되지는 못했다. 한기협에서 중립적 인사를 통해 공식 정리보고서를 만들어 널리 알리겠다. 

2년간 법적 갈등에 지친 지부들이 있다. 민주적 절차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복원할 계획이다. 그 후 순차적으로 지부들의 어려운 점을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다. 한기협은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함께 지성을 모은다면 충분히 갈등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고진석 한기협 신임 상임대표는 한기협 정상화를 강조했다.
고진석 한기협 신임 상임대표는 한기협 정상화를 강조했다.

Q. 국내 사회적기업의 현황을 짚어본다면.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초기창업 육성 관련 재정지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육성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는데, 정책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데 있다. 재정지원사업에 방점을 둔 정책기조가 이어지다보니 사회적기업 양적 확대는 가능했지만 5년~10년차를 맞은 고연차 사회적기업의 피로도가 쌓였다. 이들 사이에서는 지원은 없고, 점검이나 강요만 커진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고연차 사회적기업들이 방치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 이들이 더욱 활발히 사회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핵심이다.

초창기에는 초기 창업 및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유의미했지만, 15년이라는 기간동안 다양한 유형과 높은 연차의 건실한 사회적기업이 다수 출현했다.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는 의미에서도 다양한 유형과 연차의 모든 사회적기업을 진단하고 진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방향성은 전국 순회 지부 토론회를 통해 정립해나갈 계획이다. 현장조직과 전문가, 그리고 사회적기업진흥원, 고용노동부 등 관과 함께 토론회를 진행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볼 생각이다. 

Q. 새정부 출범기에 한기협 대표를 맡게 됐다. 현장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정책대응 계획은?

우선 ‘사회적기업’이 명시된 국정과제가 없다는 점에서 섭섭함은 있다. 다만 44번째 국정과제인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에 사회적경제가 언급됐다. 사회적기업 스펙트럼은 넓고, 사회적경제와 사회서비스가 밀접하기 때문에 제시된 국정과제 내에서 정부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이외에도 ESG경영 강화, 가치소비 확대 등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우리의 역할을 널리 알리지 못했다. 정부와 국민에게 우리가 충분히 유의미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법안 제·개정을 통해서도 우리의 역할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을 비롯해 국민과 정부에게 차근차근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알려나갈 것이다.

고진석 상임대표 프로필./출처=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고진석 상임대표 프로필./출처=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Q. 사회적기업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관광·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관광의 경우, 2020년 서울혁신로드, 대전 공정관광 프로그램 등 관광분야에서 진행했던 사업 모델을 참고해 지역 사회적기업의 성과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기획해볼 생각이다. 

문화예술 분야는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사진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말해놓은 상황이다. 이렇듯 개별 사회적기업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한기협이 함께 해결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판로지원사업 역시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의 공공구매 비율 확대, 판로 확대를 위해 경북종합상사, 대구종합상사 등과 함께 포스트코로나 이후 판로 관련 협업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지역별 공공구매 확대를 위한 조례 제·개정에 한기협이 지원체계를 만들고 선진사례 공유, 전문가 토론회, 지역현장 간담회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 판로지원을 위해 관련 법안 및 조례 제정운동이 함께 한다면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Q. ‘낡은 사회적기업 육성법 개정’이 공약에 포함됐다.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전국에 3000개소나 있는 기업조직은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사회적기업과 한기협의 위상이 그 정도로 높다. 위상에 맞게 사회적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법에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관심있는 사안은 육성법 개정을 통한 한기협 법정 단체화다. 민간단체 한기협이 전국 사회적기업을 위해 교육 등 간접지원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전국 지부에서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한기협 지역 지부들과 현장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낼 계획이다.

Q.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기협은 어떤 입장인가?

사회적경제 기본법은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에 당연히 중요한 법이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과 협력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모색해 제정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간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제정요구를 해왔는데, 중앙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를 할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우선 전국 각지 민간 조직들을 신속히 찾아뵙겠다. 다양한 의제들을 이사님들과 논의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과 정책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특히 올해는 사회적경제 3법 제정 노력에 힘을 실어볼 것이고, 공공구매 판로지원법안·조례 제정 운동과 관련해 내부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다시 한번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존중받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가치가 널리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잘 정리해서 차근차근 추진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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