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에서 극단 무하가 오프닝 무대를 선보였다.

# 강원도 춘천에서 활동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무하’는 청소년 배우 9명으로 꾸려진 극단이다.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 공연을 목표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결과, 목표 금액인 4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665만6000원을 모았다. 해당 프로젝트는 166% 달성률로 ‘대박’을 이뤘고, 무하는 지난 10~11일 대학로에서 아카펠라 뮤지컬 ‘H-스쿨’을 공연하며 꿈을 이뤘다.

극단 무하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 11월 오프닝 무대에 올라 대학로에서 ‘H-스쿨’ 앙코르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오늘’은 ‘모두에게 동등한 창작의 멍석을!’을 주제로 진행됐다. 창작자 중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과 이를 통해 꿈을 이룬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최휘수 단원(19)은 “극단 활동을 하면서 어른들이 많은 지원을 해줬는데, 우리도 무언가 주체적인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텀블벅을 통해 대학로 프로젝트 펀딩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고, 덕분에 꿈을 이루게 됐다”며 웃었다.

강원도 춘천의 청소년 극단 무하는 '꿈의 무대'인 대학로에 서기 위해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출처=텀블벅 홈페이지 갈무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은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재학하던 염재승 대표가 영화 제작비 수급을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총 누적 후원금 500억 원, 후원자 60만명, 8000여 개의 프로젝트를 달성하는 등 성장했다. 창작자와 후원자를 매개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고, 새로운 취향과 가치를 확산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텀블벅이 탄생한 계기는 2010년대 가속화한 2가지 변화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영화 촬영 방식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변화해 큰 자본 없이 DSLR,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촬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발전하면서 내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면, 적은 비용으로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이다. 염 대표는 “영화뿐 아니라 출판, 음악, 제품 등 창작자들의 제작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고, 나 역시 영화 말고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텀블벅 초기 가장 집중한 건 의외로 기술적 부분이다. 기부, 후원 등 좋은 목적을 가지고 참여하는 참여자들이 복잡한 결제 방식 때문에 심리적 장벽을 느끼는 것을 막기 위해 보다 쉽게 결제가 가능한 기술을 구축했다. 또한 전략적으로 성공 경험을 만들기 위해 1000만원, 1억 등 큰 단위의 목표 금액보다는 30만~100만원 등 적은 돈이라도 펀딩에 성공한 사례들을 만들어갔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오른쪽)과 김동현 팹랩 서울 랩디렉터가
'모두에게 동등한 창작의 멍석을!' 주제로 강연했다.

다양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가운데 텀블벅은 특히 예술가, 창작자, 메이커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한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천편일률적 상품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 덕분이다. 염 대표는  텀블벅이 추구하는 목표로 ‘주류와 비주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 허물기를 강조하며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출판 프로젝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다. 텀블벅에서 2번의 펀딩을 통해 3000만원 넘는 돈을 모아 책을 정식 출판했다. 의사, 심리학자 등 전문가 입장이 아닌 불안장애를 직접 겪은 작가가 펀딩을 시도해 책을 낸 것이다. 염 대표는 “독립출판에서 시작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 비주류와 주류의 경계를 무너뜨린 사례”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패션 프로젝트 ‘참새한텐’으로, 무대미술을 전공한 두 디자이너가 연극 의상을 일상에서 입기 좋은 아이템으로 만들어 1억 5000만원 이상 펀딩에 성공한 사례다. 이들은 1회성 펀딩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팬덤을 구축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염 대표는 “텀블벅 창작자의 44%는 후원자이기도 한데, 후원하러 왔다가 직접 제품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판 프로젝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정식 출판에 성공했다.
출처=텀블벅 홈페이지 갈무리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닌 사회적 가치와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소비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어요. 그동안 이미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제작 과정부터 참여하면서 새롭고 재밌는 소비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러한 흐름은 당연해졌고 더 강화될 거예요.”

염 대표는 “창작자나 메이커들이 텀블벅을 ‘커머스’가 아닌 ‘유틸리티’로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람들이 전기나 수도, 가스 등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듯, 어떤 아이디어를 실현할 때 지지와 자금이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텀블벅을 떠올리고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5년부터 시작해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관객을 맞이하는 무료 행사다. ‘인문360°(inmun360.culture.go.kr)’에서 누구나 관람 신청이 가능하며, 모든 강연은 ‘인문360°’ 유튜브,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영상으로 다시 볼 수 있다. 다음 회차는 12월 27일 발레무용가 김인희가 ‘내일을 여는 행복의 춤’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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