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해주’라고 마포 전통주가 있어요. 마포 주민도 대부분 잘 몰랐는데 6년 전, 저희가 취재하다가 알게 돼 방송에서 삼해주를 소개했죠. 아예 삼해주 관련 행사들을 열기도 했어요. ‘삼해약주빚기’, ‘시음회’ 등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는 것들이죠. 덕분에 이제는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렇게 지역에 밀착해 특산품을 찾고 지역주민들에게 돌려드리는 것도 저희 매체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삼해주/출처=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
삼해주/출처=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

2005년 설립된 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이하 마포FM)는 ‘마포속으로’, ‘리얼망사(망원동)’, ‘인사이드 연남(연남동)’, ‘어쩌다 합정러(합정동)’ 등으로 구성한 마포 ‘전문’ 라디오방송국이다. 주민들이 직접 제작에 나서기 때문에 ‘삼해주’처럼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정보와 소식들을 만날 수 있다.

급여를 받고 일하는 상근직원들도 있지만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지역주민들로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다. 대본작성과 프로그램 엔지니어링 등 5~6주 정도의 기초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면 방송 경력이 없어도 누구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약 120명의 활동가가 46개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보통의 방송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공동체라디오’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공동체라디오교실/출처=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
공동체라디오교실/출처=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

“공동체라디오의 매력은 가장 쉬운 매체라는 거죠. 말만 할 줄 알면 누구나 라디오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공동체라디오’는 FM 주파수 대역에서 10W 이하의 소출력으로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 지역을 커버하는 비영리 라디오 방송을 말한다. 규모가 작아 거대자본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문턱이 낮아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지역밀착형 방송을 제작하기에 용이하다. 아예 지역주민들이 방송국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마포FM도 마찬가지. 지역주민들은 프로그램의 PD⋅작가⋅출연자이면서 동시에 사단법인의 회원으로 방송국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한다.

동네 인기스타부터 소수자 이야기까지...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 담는 라디오

‘홍대’라는 문화예술공간을 보유한 덕분에 다수의 인디밴드가 거쳐 가기도 했다. 지금은 지상파FM 라디오 진행자인 싱어송라이터 ‘옥상달빛’도 몇 년 전에는 마포FM ‘뮤직홍’의 진행자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기가 많진 않았지만 그때도 이쪽 인디음악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저희 방송국에 출연하는 인디밴드들은 인디음악축제 나가서 입상도 하는 등 실력이 보장된 친구들이 많아요”

물론 ‘지역’만이 편성기준은 아니다. 다만 우선권을 줄 뿐이다. 가급적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민들과 지역소식을 전하려고 노력하지만 미디어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담아낸다. 레즈비언들이 직접 제작하고 출연하는 ‘L양장점’이 그렇다.

“2005년 프로그램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왔어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그거 왜 하냐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었지요. 근데 저희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공동체라디오라면 그동안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간을 내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레즈비언들은 어쨌든 미디어 접근성에 있어서는 약자였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방송 했고 지금까지 잘 운영 중입니다”

송덕호 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 대표/촬영=정재훈 인턴기자
송덕호 사단법인 마포공동체라디오 대표/촬영=정재훈 인턴기자

코로나19, 시민사회 기반 부족 등 좋지 않은 여건 속 돌파구 찾을 것

하지만 마포FM을 둘러싼 경영여건이 좋지만은 않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사업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

“마포FM은 라디오 방송이긴 하지만 광고가 많이 붙지 않아요. 그래서 라디오 방송과 별도로 다른 수익사업을 해야만 해요. 지역의 크고 작은 축제나 행사들이 열리면 음향장비가 필요하잖아요. 그 때 방송국인 저희가 가서 일정 역할을 하고 수익을 얻곤 했어요. 그게 전체 수입의 40% 정도를 차지했는데, 코로나19로 지역행사⋅공연 등이 많이 취소돼서 저희도 타격이 큽니다”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지 않은 부분도 마포FM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해외에서 커뮤니티 라디오가 활성화된 곳은 대부분 시민사회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다. 애시 당초 공동체라디오가 지역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태동했기 때문이다.

“설립할 때도 다른 어려움보다 설립자금 1억원을 만드는 게 제일 어려웠어요. 주민참여도 그래요. 저희가 나가서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잘 안 모여요. 보통 모집하면 10명은 모이는 데, 이 정도로는 규모 있는 방송을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서울이라는 지역이 소속감을 갖기 어려운 것도 있고요”

이처럼 쉽지 않은 여건이지만 마포FM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특히나 송 대표는 유튜브 등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활용 의지를 내 보였다.

“뉴미디어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에요. 라디오에만 갇혀서 ‘라디오만 해야지’라는 생각은 안 할 겁니다. 오늘 총회가 열리는데, 뉴미디어 특별위원회 조직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우선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라디오보다 유튜브를 더 할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라디오를 포기하는 건 아니고요. 상반기에 준비해서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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