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사회적경제 기업과 지역 소상공인은 여전히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1년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존의 길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앞으로 계속될 불확실한 위기 속에서 어떤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지 머리를 맞댔다.

9일 열린 ‘2021 마포구 사회적경제 포럼’은 ‘코로나19 팬데믹 1년 후 사회적경제의 경험과 대안’을 주제로 개최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행사는 서울 성산동 마포FM 플루토 스튜디오에서 진행됐으며,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9일 열린 ‘2021 마포구 사회적경제 포럼’에 참여한 윤성일 마포공동체경제 모아 대표, 임상희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최현정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 사회를 맡은 이무열 와월당 대표, 이명희 재단법인 밴드 전문위원, 주수원 SE연구소 소장(왼쪽부터)의 모습./출처=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9일 열린 ‘2021 마포구 사회적경제 포럼’에 참여한 윤성일 마포공동체경제 모아 대표, 임상희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최현정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 사회를 맡은 이무열 와월당 대표, 이명희 재단법인 밴드 전문위원, 주수원 SE연구소 소장(왼쪽부터)의 모습./출처=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최현정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 대표가 ‘문화예술’ 분야의 상황을 공유했다. 센터는 핸드메이드페어, 플리마켓, 마을박람회 등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행사를 주로 열어왔으나, 대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최 대표는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영상 장비나 원천기술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목적사업으로 가져가기엔 한계가 존재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한 해 사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지만 내부 구성원의 역량을 키우고, 업무 체계를 개편하는 등 기회로 삼았다.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각 개인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섰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해 모델화할지 고민하는 등 여러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임상희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돌봄의료’ 분야에 대해 발표했다. 동네에서 1차병원을 운영하는 마포의료사협은 환절기 감기 환자 등이 크게 줄면서 매출의 30% 이상이 급감했으며, 지난 연말 7000만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조합원과 주민, 단체를 대상으로 모금 캠페인을 벌인 결과 6주 만에 목표액 3000만원을 모았다.

경영의 어려움으로 시작한 모금 덕분에 조합의 가치를 깨달은 이후, 마포의료사협은 ‘자기돌봄, 서로돌봄(이웃), 함께돌봄(지역)’을 목표로 내걸고 사업을 재정비했다. 코로나 이후 부각된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마음건강 돌봄 캠페인’, 병원에 가기 어려운 환자를 돌보기 위한 ‘방문진료’ 등이 대표적이다. 임 사무국장은 “지역사회에서 의료사협의 역할과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정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윤성일 마포공동체경제 모아 대표는 ‘지역소상인’ 관점에서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 이후 지역소상인은 재난지원금 등 공공의 지원 없이 경영 활동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모아와 마포구사경센터가 지난해 말 113개 가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매출이 줄어든 가게는 92%에 달했으며, 이 중 절반은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직원을 줄이거나 휴업한 곳도 30%를 넘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망원시장, 두레생협, 알맹상점 등은 약진을 보여줬다. 비대면 활동이 늘어났지만 대면 거래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고, 안전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며,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다. 윤 대표는 “코로나 시대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사와 사회적경제가 강조해온 ‘가치소비’를 접목해 고민하면, 소상공인의 실질적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발언하는 구은경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주수원 SE연구소 소장, 이명희 재단법인 밴드 전문위원(오른쪽부터)의 모습./출처=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토론에서 발언하는 구은경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 주수원 SE연구소 소장, 이명희 재단법인 밴드 전문위원(오른쪽부터)의 모습./출처=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토론에서 구은경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기민하게 대응 중”이라며 “시민들은 일상에서 안전과 환경을 따져보는 등 다른 방식으로 자발성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기에 올해는 ‘강력한 연대’를 통해 지역사회와 더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수원 SE연구소 소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가 메꿔내지 못한 사각지대를 사회적경제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채워나갔다”며 “공공의 역할을 사회적경제가 대신 한다는 측면에서 공공의 자원과 적절히 결합될 수 있다. 특히 마포의료사협의 마음건강 돌봄 캠페인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 가능한 사업이라고 본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명희 재단법인 밴드 전문위원은 “마포처럼 사회적경제의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주체들간 네트워크를 키우고 상호거래를 활성화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업종별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각자의 전문성에 맞게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주체들과 연대를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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