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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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그 가정은 환자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치매예방과 치료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는데, 그만큼 가정에서 치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 코로나로 인해 돌봄노동에 대한 관심도 커져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네덜란드에서 치매 환자들을 농장에서 일하게 하는 치유 농업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농업’이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여겨져 자료를 조금 본 적이 있다. 유럽의 경우, 90년대 부터 ‘치유’를 위한 농업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었다. 실제 의료진들은 처방으로 농업을 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아예 의사가 농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지역을 다니며 대통령 선거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중에 ‘사회적 농업’을 주된 미션으로 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듣고 보니 사회적 농업이 그 치유 농업이기도 했다. 실제로 치유농업은 영어로는 ‘care farm’, ‘healing farm’, ‘social farm’ 등으로 불린다. 시작하는 주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다를 지도 모르겠다.

충남 논산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하며 장애인이나 아동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최선희 대표는 농업을 통한 ‘돌봄’ 문제에 관심이 큰 사회적 기업가였다. 최 대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사회적 농업이 최근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2018년 농림축산부 지원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사회적 농장은 2021년 60곳에 이를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그 이유로는 사회적 농장으로 지정된 경우 5년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5년 이후 얼마나 자립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농장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시작한 경우도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의료나 사회복지쪽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꽤 익숙해 보인다. 대표적으로 재활치료를 돕는 푸르메재단의 ‘푸르메스마트팜’을 들 수 있다. 2005년 장애아이들의 재활을 위해 창립된 푸르메재단은 2018년부터 발달장애청년들을 위한 케어팜을 구상 및 준비해 왔고 2021년 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청년들이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때문에 부모들은 늘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푸르메재단이 치유농업이라는 사회적 농업을 통해 문제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들과 비장애 청년들이 어울려 일하는 이곳은 사회적 농업으로서 치유농업의 본격적 현장이기도 하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하는 사회적 농업에 대한 지원에 대한 본격적인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인 사회적 농업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고, 지원이 시작된 것이 큰 계기이기 때문에 아직은 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그 자체로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사회적 농업은 단순히 농업의 외연 확장은 아니다. 돌봄과 치유, 사회적 약자의 고용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도전하는 다른 패러다임의 것이다. 치유 농업으로서의 사회적 농업에 대한 성과는 앞서 시작한 유럽에서는 이미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막 시작된 사회적 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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