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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 아파트단지 상가. 계단을 내려가면 30㎡ 남짓한 공간에 사무용 책상과 온실이 환한 백색 조명을 받고 있다. 얼핏 보기에 실험실과 같아 보이는 온실을 열면 3단 선반 위에 하얀 꽃송이처럼 생긴 작물이 뽀얀 안개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에서 기르고 있는 꽃송이버섯이다.

김종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 이사장은 도심 속에서 작물을 기르며 지속가능한 농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스마트팜’을 선택했다. 스마트팜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자동으로 작물이나 가축의 생육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말한다.

김 이사장은 “옥상 텃밭이나 주말농장과 같은 다른 도시 농업 형태보다도 시설 마련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조합이 위치한 지하층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기 좋아 계절과 관계 없이 작물재배가 가능하다”고 스마트팜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설명했다.

김종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김종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보급형 스마트팜으로 조합원에게 스마트팜 진입장벽 낮춘다

꽃송이버섯은 상대적으로 재배 난도가 높은 작물이다. 종균 접종 과정에서도 오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종균이 접종된 배지에서 일반적인 실패 확률이 30% 정도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 그리고 대기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예민한 꽃송이버섯이지만 생장 조건을 제대로 맞추고 정성을 기울여 실패 확률을 10% 밑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은 보급형으로 스마트팜을 만들어 생산자들에게 공급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가격이다. 스마트팜을 하기 위해서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CO2), 양액 등 생장 조건을 조절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는 일반적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상당한 고가다.

조합에서는 직접 생장 조건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스마트팜에 활용하고 있다. 아두이노 기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똑같은 품질을 보다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생장 조건 분석이나 자료 축적도 마찬가지로 관련 전공자 조합원들이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꽃송이버섯으로 축적된 자료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물을 스마트팜 환경에서 키우는 연구도 계속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스테비아, 허브, 와사비 등 다양한 작물도 스마트팜 방식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되면, 조합에 새로운 사람들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실에서 발육 중인 꽃송이버섯. 종균이 접종된 버섯 배지에서도 토양 전체에 온전히 배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배지 색이 희끗희끗하게 변하면 잘 배양된 것이다./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온실에서 발육 중인 꽃송이버섯. 종균이 접종된 버섯 배지에서도 토양 전체에 온전히 배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배지 색이 희끗희끗하게 변하면 잘 배양된 것이다./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최종적인 목표는 관내 스마트팜 상품 판매하는 로컬푸드마켓 운영”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은 지난 해 3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로부터 초기성장지원사업에 참여해 설립 과정을 마쳤다. 등기 절차나 운영 방향에 있어 센터 내 전문가 또는 다른 조합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로부터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설립 과정을 마쳤지만, 여전히 판매와 유통 방식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설비 관련 기술, 종균 구매처, 판매 지원책 등을 갖추고 있지만, 앞으로도 유통 판로 보완이 필요하다.

올해 소비자를 쉽게 만나기 위한 방법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마케팅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 이사장은 “다른 지역에도 스마트팜협동조합이 생기면 연계해서 지역 상품을 판매하는 로컬푸드마켓을 만들고 싶다”고 최종적인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 모든 자치구가 각각 다른 특산품을 스마트팜에서 전문적으로 재배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관악구에 위치한 해피팜협동조합과 함께 유통망을 연계하고 로컬푸드마켓 구상을 실현하려고 논의 중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포털 사이트에서도 버섯이나 말린 버섯, 그리고 소금, 티백 등 가공품을 판매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종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 사무실 내에 위치한 스마트팜 온실에서 재배가 얼마 남지 않은 꽃송이버섯의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사진=이장원 청년기자
김종오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 이사장이 조합 사무실 내에 위치한 스마트팜 온실에서 재배가 얼마 남지 않은 꽃송이버섯의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스마트팜 운영도 농사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관심과 시간 필요”

구로스마트팜협동조합은 농업에 종사하지 않던 조합원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모였다. 김 이사장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다가 취미로 보리새싹이나 새싹인삼을 재배하면서 작물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어떤 계기로 꽃송이버섯 재배를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아 맛보고 은퇴 후 사업 아이템으로 좋다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재배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노인 일자리로 가치도 높다고 보았다. 올해 관내 기관과 연계해 스마트팜 교육 활동도 시작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꽃송이버섯에는 항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며 잠재적인 시장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에게 어떤 사람이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는 사랑과 관심을 강조했다. 습도나 온도 같은 생육 조건은 자동으로 조절되지만 사소한 차이로도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애완동물을 키울 때 사랑과 관심을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그는 “스마트팜을 하면 모든 게 자동화돼서 부업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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