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법제구조와 발전방향 토론회가 지난 9일 공간채비에서 진행됐다.
협동조합 법제구조와 발전방향 토론회가 지난 9일 공간채비에서 진행됐다.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해 기본법 중심의 법개정과 이를 위한 13조 1항(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설립되는 협동조합에 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의 개정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쿱비즈협동조합,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가 후원한 협동조합 법제구조와 발전방향 토론회가 지난 9일 공간채비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김민석 (사)경남협동조합협의회 회장 ▲이상훈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 ▲박노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송재일 명지대학교 법학과 교수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김용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변철환 법학박사(국회 이수진의원실 정책비서관) ▲송남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본부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현장의 요구 사례, 법제구조와 이슈, 해외사례 등을 주제로 협동조합 발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이상훈 교수는 최근 공청회를 거친 학교협동조합지원육성법(안)을 설명하고 학교협동조합의 특징인 학교법인·교육부·교육청 등의 이해관계자 공존, 조합 운영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노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인한 기업계승 문제, 실업률 문제 등의 대안으로 노동자협동조합과 지원육성법의 현안을 전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김민석 (사)경남협동조합협의회 회장,  변철환 법학박사(국회 이수진의원실 정책비서관), 송재일 명지대학교 법학과 교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김민석 (사)경남협동조합협의회 회장,  변철환 법학박사(국회 이수진의원실 정책비서관), 송재일 명지대학교 법학과 교수

협동조합 법안 개정, 기본법과 개별법 사이 공백 잡아야

법안 개정 방안과 요구사항으로 ▲종합기본법(기본법 중심 개정) ▲진흥법 제정(별도 지원법률 제정) 등이 논의됐다. 현재 기본법, 개별법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출자관리과,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가 소관하고 있다. 통합된 소관부처가 없는 경우 협동조합이 정책 자체가 아닌 정책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나 특성이 결여된 정책이 집행되거나 집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김용진 변호사는 "기본법을 상위에 두는 방향의 개정은 협동조합 소관부처를 통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통합부처가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과 체계를 설계해나가야 한다”며 기본법 우선지위의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법률 해석에 있어서도 기본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판례의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단일한 규범이 있어야 한다”며 동일한 판단기준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협동조합기본법이 다루는 범위의 한계도 지적됐다. 협동조합 13조 1항과(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거나 설립되는 협동조합에 대하여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2항(협동조합의 설립 및 육성과 관련되는 다른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의 목적과 원칙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에 따라 기본법은 개별법 협동조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기본법 이후의 협동조합 관련 법안에 영향을 미친다. 13조 1항 때문에 기본법이 ‘기본법’으로의 역할을 완전히 하기보다 보충적인 성격에 머무르고 있다.

송재일 교수는 “노동 환경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학교, 플랫폼 등과 관련한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여 기본법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라며 “기본법의 성격을 강화한 1+N 형태로 법제를 구성하면 좀 더 많은 유형의 협동조합에 맞춤식으로 입법서비스를 제공하고 명확한 성장방향을 제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민석 회장은 “협동조합기본법 내 지원 및 진흥 정책이 부재해 기본법 외 지원법률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 이상훈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 송남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본부 본부장,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 이상훈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 송남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협동조합본부 본부장,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업종제한 폐지, 독점금지법 적용제한 등 개정 필요

2012년에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은 입법 당시 이미 존재하던 개별법과의 충돌, 법안 조항에 대한 근거, 협동조합의 사업 범위 제한 등의 한계 속에서 법안논의와 제정이 진행됐다. 때문에 제정 이후 약 7차례 개정을 거쳐왔지만 개정에 대한 필요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협동조합 업종제한 폐지(금융·보험업 허용) ▲협동조합 고유의 특징이 반영된 법안 마련 ▲비조합원 거래 범위 조정 ▲협동조합 공동사업, 독점규제법 적용 제외 등이 논의 됐다. 강민수 센터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이 부족하면 실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생협공제, 연대신협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에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운용할 수 있는 자본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법은 10여년 간 역할을 했고 부족한 지점을 메워 2.0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경우 민법과 상법을 준용한다. 영리와 비영리로 분리해 상법상 유한책임회사와 민법상 사단법인에 대한 조항을 준용한다. 때문에 협동조합 고유의 특성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강 센터장은 “협동조합은 영리와 비영리로 나뉘는 것이 아닌 고유의 특성을 가진 하이브리드 조직”이라며 “상법과 민법으로 나눠지면서 지난 10년간 협동조합의 하이브리드성이 해체됐다며 이후 해당 성격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재일 명지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유럽의 협동조합법은 주식회사 등을 포함하는 일반기업과 관련된 법제와 협동조합 법제로 나뉜다. 협동조합 법제에 따라 협동조합 고유의 회계, 자본 기준 등이 정비됐다. 그렇기 때문에 법제 안에서 유형별 맞춤 지원이나 입법이 가능하다. 송 교수는 “쉽게 말하면 한국의 협동조합은 고유의 법제가 없는 것”이라며 “비교적 선진화 된 유럽법을 참고해 협동조합의 법제 변화를 고려해야한다”며 앞으로의 협동조합 법안의 성장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공동사업과 관련하여 독점금지법 적용제한을 위한 개선 사항이 논의됐다. 우리나라 독점금지법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적용제외 조항(제60조)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독점금지법 적용제외를 받으려면, 일정한 소규모성이나 의결권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일본의 경우 개별 협동조합법에서 독점금지법과의 관계조항을 두어 소규모 협동조합으로 의제하거나 상세한 요건을 두어 개별 산업별 협동조합들의 공동행위를 보호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개별 협동조합법들에는 독점규제법 적용배제 조항이 없다. 2012년에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도 협동조합의 독점금지법 적용 제외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 송 교수는 “독점규제법과 같은 법제도가 정비, 개선 된다면 영세한 규모의 협동조합에서 벗어나 규모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협동조합법제 체계분류/출처=전국협동조합협의회
국가별 협동조합법제 체계분류/출처=전국협동조합협의회

각 국가별, 사례별 조항 참고해 개선해 나가야

협동조합법제는 협동조합의 특성상 어느 나라에서나 동태적(動態的)이다. 김용진 변호사는 “협동조합법제 설계에 있어 현장의 요구나 전문가의 연구결과를 적시에 법제화할 수 있도록 가급적 법개정이 쉬운 체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법제는 ①단일한 협동조합법을 가진 국가 ②민법이나 상법 등 기존 법률의 일부에 협동조합 관련 규정을 담고 있는 국가 ③산업정책상의 필요에 따라 특별법만을 두고 있는 국가 ④개별법과 기본법이 공존하는 국가로 나눠진다. 한국은 개별법과 기본법이 공존하는 네 번째 유형이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캐나다 등 협동조합법제가 비교적 발달했다고 평가받는 국가들은 협동조합을 하나의 단일한 법률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김용진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모든 협동조합에 공통되는 규범을 추출해 단일한 공통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발전 방향과 방법은 국가나 사회가 처한 상황마다 다르다. 협동조합법제는 국제적으로 유형의 법제화나, 협동조합의 상호성을 관리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자본주의를 선두적으로 발전시킨 영국이나 미국은 협동조합의 자생적 움직임을 법으로 보장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사회민주주의 등의 배경이 있어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사회문제의 해결과의 접목을 고려한다.

변철환 법학박사는 “한국의 방향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접근방식이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협동조합이 사회문제를 사회적경제 주체로 접근하고 해결해 나가고 이를 통해 성장해나가는 것을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강태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는 “종합기본법으로 볼 수 있는 유럽의 모델은 이상적이고 효과적이지만 한국에는 실현을 위한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이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합의를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오늘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전국협의회가 법제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참석했으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영상축사로 인사를 전했다.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은 “다양한 연대활동들이 잘 연결되면서 협동조합기본법은 앞으로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질 것”이라며 “오늘 자리가 이후 10년을 내다보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노동조합 활동과 이후 퇴직자 협동조합 운영 등의 경험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최근 발의한 사회적경제판로지원법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