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119레오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출처=온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이승우 119레오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출처=온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소방관은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그럼 소방관의 생명은 누가 구할까?”

119레오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는 것처럼 시민들도 소방관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2016년. 유난히 소방관에 집중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부분은 “장갑을 직접 사서 쓴다, 소방관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시선을 보며 소방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직접 소방관을 찾아가 만나기 시작했다.

“만나보니 소방관이야 말로 존경의 대상이었어요. 이야기 나눈 소방관 중에 장갑을 직접 사서 쓴다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진 전문성을 더 높이기 위한 장비를 쓰는 건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되물은 분도 있었어요. 그때 소방관들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암으로 투병중인 故김범석 소방관을 알게됐다는 이승우 대표. 암에 걸려도 질병에 대해 입증하지 않으면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왜 장갑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지' 화가 났다고 했다. 그렇게 소방관을 구하기 위한 119레오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브랜드경험 플랫폼 비마이비(Be my B)가 15일 'ESG시대 달라진 브랜드 생존 방식'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이날 세션 발표는 이승우 119레오 대표가 맡았다. 

소방관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장비 ‘방화복’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방화복을 입었을까요? 2003년부터예요. 전세계에서 방화복을 구매해서 입을 수 있는 나라는 20국가가 채 안된다고 해요. 방화복이 부자나라의 특권 인거죠. 우리나라도 부유해 지면서 입을 수 있게 된 거고요.”

119레오는 가장 밀접하게 소방관의 생명을 지켜주는 장비인 방화복을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폐 방화복을 구하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소방서에서 아직 119레오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인데 방화복을 선뜻 내주기 어려웠을 거라고. 이 대표는 “강원도 지역에서 우리를 믿어줘 폐 방화복을 얻을 수 있었다. 강원도 산골을 헤집고 다니면서 폐 방화복을 수거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제품을 제작·판매해 1년후 7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당시의 경험이 즐겁고 행복했다는 이 대표.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껴졌다. 처음으로 돌아가 “700만원을 기부하는게 서로를 구할 수 있는 일일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처음 故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가 자신보다 더 힘든 소방관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왔다. 일년만 하고 일을 정리하려던 이승우 대표의 마음을 붙잡았다.

“암 투병중인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죽고싶다’는 말을 많이 해요. 소방관이 암으로 돌아가시면 가족들이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데, 현장에서 죽으면 국가가 인정을 해주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은 이승우 대표를 괴롭게 만들었다. 기부금을 전달한다고 삶이 변하는게 아닌데 괜히 헛바람을 들게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됐다. 그는 “암 투병중인 소방관 가족들에게 ‘소방관에 대해 많이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힘이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소방관의 권리보장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방관이 기억될 수 있도록 전시회·소통자리 등 이벤트 진행

“기부금만 전달하는 것이 소방관을 기억될 수 있게 하는 일일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그러다가 방화복으로 전시를 해보기로 했어요. 당시 우리가 벌었던 4000만원은 다 기부를 해 버려서 돈이 없었죠. 그냥 제 사비로 전시회를 진행했죠.”

전시는 119레오의 시작인 故김범석 소방관의 삶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태어나서, 소방관이 되고, 일을 하고, 투병을 하다가 사망한 과정을 보여줬다. 진정성 있는 이 대표의 마음에 전시회 마지막날 밤 유가족들이 현장을 찾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시회를 하면서 정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부터 119레오는 국제소방관의 날인 5월 4일을 기점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소방의날인 11월 9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소방관의날은 없다”며 “유럽에서 5월 4일을 소방관의날로 지정하고 있어 우리도 소방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위해 5월 4일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119레오는 소방관과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통해 전해듣는 것 보다 소방관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판단해서다. 더구나 119레오 역시 소방관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당시 이승우 대표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느낀 감동을 시민들도 느끼길 바랐다.

“소방관과 시민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고, 요즘은 가끔 라이브방송으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출처=온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출처=온라인 방송화면 갈무리

버려지는 방화복 업사이클링해 패션 소품으로

“일년에 70톤의 방화복이 버려지고 있어요. 119레오는 이것을 업사이클링 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죠.”

119레오는 다양한 패션 소품을 생산한다. 방화복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의 가방, 지갑, 파우치, 패션굿즈 등의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제품명에는 ‘1021’, ‘751’, ‘270’ 등 특정 숫자를 삽입했다. 119레오의 시작인 故김범석 소방관을 기억하기위한 숫자로, 해당 숫자는 故김범석 소방관이 했던 소방구조업무(1021), 구조출동(751), 화재출동(270) 횟수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714라는 숫자를 붙였다. 소방관 심박수와 일반 시민들의 심박수를 나누면 7.14 정도가 나오는데 여기서 착안해 제품명에 삽입했다”고 말했다.

“소방이라는게 지역기반 색을 많이 갖고 있어요.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된지도 얼마 안됐죠. 때문에 지역사회를 위해 환원 하는게 방화복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 했어요.”

이를 119레오는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했다. 이 대표는 “현재 2개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22명을 간접고용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었다. 향후 추가 지역거점을 생성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방화복으로 뭔가 해보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제품에 집중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패션 카테고리 안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할 것인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19레오의 목표는 전세계 소방안전 장비를 다 업사이클링 하는 거에요. 해외에서 사용된 폐방화복이 119레오 제품이 되는 그날이 될 때까지 노력하려고요. ‘소방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119레오가 생각나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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