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8」. 국내외 총 350여팀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와 서울디자인재단의 주최로 개최됐으며, 올해가 5회째 행사다. 이번 주제는 ‘리폼’으로, 핸드메이드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해 업사이클링부터 도시재생까지 다룬다.


KOICA 개발협력연대 사회적경제분과와 함께일하는 재단 스마일투게더파트너십이 함께하는 DAK TALK - 라운드테이블: 한국과 개발도상국의 핸드메이드 사회적기업 상생을 위한 노하우 및 정보 공유 (사진 : 함께일하는재단)
국제핸드메이드페어(SIHF)에 앞서 23일 열린 개발도상국 수공예 사회적기업 라운드테이블 현장. 동대문 DDP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서 온 참가자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핸드메이드 사회적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각기 다른 수준의 성장단계에 있어 유의미한 조언들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수공예 제품은 설비 및 기술 부담이 적어 비즈니스 모델로서 진입장벽이 낮다. 이런 이유로 개발도상국 사회적기업 중 많은 곳이 수공예 사업을 하지만 수공예 제품은 기계공예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만들 수 있는 물건이 한정적이라 구매자가 적다. 작은 시장이지만 수공예 사회적기업들이 사회적 목적을 이루려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수공예 사회적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도 사업 범위를 넓히려 노력한다.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업체의 규모가 작아 직접 소비자에게 닿기 힘들 때 파트너 기관이 징검다리가 된다. 특히 수공예 사회적기업이 외국에 판로개척을 할 때 그 국가의 파트너 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에게 제품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가 가진 사회적 가치도 함께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공예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가진 업체의 경우 수익과 가치를 함께 지향하는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 한국 공정무역브랜드 얼스맨(Earth Man)의 최희진 대표는 “비전과 소셜미션에 공감하는 파트너 기관을 찾아야 장기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스맨 최희진 대표

국가마다, 연령층마다 유행과 관심사는 다르다. 제품을 판매하려는 곳에 대해 철저한 마케팅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아름다운 가게의 박봉우리 그린사업국장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포인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션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면 유명한 한국 쇼핑몰 사이트를 찾아서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천연 잎으로 잡화를 만드는 두안얌(Dua’nyam)의 멜리아 위나타 대표는 “자국에서 잘 팔린다고 외국에서도 꼭 잘 팔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안얌이 일본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소개하며 “인도네시아에 사는 일본인들에게 먼저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일본인들이 주로 좋아하는 색, 디자인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얼스맨의 최 대표는 “한국에서 런칭을 하고 싶다면 이번 페어에서 직접 한국인들에게 제품을 어디서 팔면 좋을지 추천을 받고, 한국인들이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어떤 소품을 들고 다니는지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지역 산물을 활용해 각종 잡화를 만드는 필리핀 사회적기업 우븐크래프트(Wovencrafts)의 패트리샤 림(Patricia Lim)은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념품 위주로 제작·판매를 했는데 지역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좀 더 실용적인 물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노트북 파우치 등 실용성이 높은 제품도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수공예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차지하려면 앞서 말한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업체가 수익 창출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함께 이루려는 사회적기업일 경우 더 어렵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라운드테이블 참석자들은 동종업자들끼리 연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두안얌 위나타 대표는 “일시적으로만 만나고 각자 나라로 돌아가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며 “여러 국가의 핸드메이드 사회적기업들이 오늘 같은 행사에서 자주 만나 시장 확대와 가치 실현에 대한 고민을 나눠야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안얌 멜리아 위나타 대표
인도네시아 농식품 사회적기업 자바라(Javara)의 페르난두스 와투(Ferdinandus Watu) 대표는 “오늘 행사와 국제핸드메이드페어를 통해 한국에서 더 적극적으로 판로개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일하는재단 이명희 책임매니저는 “수공예품으로 가치를 전하는 지역 기반 비영리기관과 핸드메이드 사회적기업들이 만나 비슷한 문제의식을 확인하고, 고민과 해결책을 서로 나누고 배웠다”고 행사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라운드테이블 참가자 단체사진 (사진 제공: 함께일하는 재단)

‘스마일 투게더 파트너십(STP)’은 개발도상국의 사회적기업 설립을 운영·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함께일하는재단이 2011년부터 기획·추진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현재 14개국에 28개 사회적기업과 협력하는 중이며, 이날 행사에는 우간다, 인도, 네팔, 말레이시아 등에서 핸드메이드제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10팀이 참여했다. 이번 SIHF2018에서 국제관에 부스를 열었다. 이들의 비즈니스모델과 사회적 목적을 소개한다.

1. 네팔-굿핸즈 소셜엔터프라이즈(Good Hands Social Enterprise)

굿 핸즈 소셜엔터프라이즈의 재봉 파우치
비영리단체 ‘굿핸즈 네팔’의 프로그램인 재봉공동작업장에서 출발한 사회적기업이다. 저소득 기혼 여성들에게 소득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데이케어센터를 운영해 재봉사 자녀들의 보육을 지원한다.

2. 네팔-트립티(Tripti Group of Nepal)

트립티가 제작한 네팔 전통 인형
지진 피해를 입은 여성 청년들에게 봉제, 인형 만들기 등 다양한 기술을 가르친다. 주요 사업은 네팔 전통인형 제작이다. 네팔에서 버려지는 옥수수 껍데기를 사용해 친환경 인형을 만든다. 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은 네팔 지진 피해자들을 돌보는 꼬빌라그룹홈(Kovilla Group Home)으로 전해져 그곳에 머무는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사용된다.

3. 인도네시아-두안얌(DU’ANYAM)

천연잎으로 엮은 바구니, 잡화
고리버들 공예품을 생산·유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인도네시아 여성들에게 자립할 힘을 실어주고 여성과 어린이 보건을 개선하자는 취지를 갖는다. 현재 인도네시아 동부지방에서 450명이 넘는 여성들이 공예품을 생산한다.

4. 말레이시아-PSPK

PSPK의 손재봉 가방 소품
싱글맘들이 재봉, 제빵 기술을 익혀 소득창출을 하도록 돕는다. 초과 수익금으로 여성의 경제적 자립 기회 마련, 직업훈련, 자녀 교육 지원 등을 실시한다. 여성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목표를 갖는다.

5. 미얀마-더프라미스 미얀마(APYSD)

더프라이스 미얀마(APYSD)의 틴 돗자리
미얀마 판타나에 위치한 ‘틴’ 수공예 협동조합으로, 지리·기후 요인으로 빈곤을 겪는 시골지역에서 수공예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 틴은 미얀마의 전통 천연 식물로, 갈대의 일종이다. 틴 매트와 틴 수공예품을 주로 판매한다. 사업을 통해 기능공들과 마을의 생활수준을 향상하는데 전념한다.

6. 베트남-떠헤(Tohe)

무명 캔버스로 만든 떠헤의 인형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학습환경을 제공한다는 사명으로 매주 아이들에게 예술 놀이터를 마련한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재디자인해 의류, 가정용품 등 생활용품에 프린트해서 판매한다. 무명 캔버스를 사용해 친환경 제품을 제작한다. 판매액의 5%는 아이들에게 로열티로 배분한다.

7. 인도-인적자원개발재단(Human Resource Development Foundation)

HRDF의 수공예 기념품
소외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자는 비전을 갖고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조직들을 지원한다. 특히 쓰나미로 피해를 입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과 여성들에게 수공예를 가르친다. 이들은 재봉제품을 비롯해 나무와 돌을 이용한 조각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8. 인도네시아-자바라(Javara)

자바라의 인도네시아 가공식품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소규모 자작농의 부가가치 상품 판매를 돕는다. 잼, 소스, 향신료 등 인도네시아 농부들이 직접 만든 가공식품을 팔며, 지역 청년들과 함께 플로레스섬의 저소득층을 위한 농부 교육을 실시한다.

9. 필리핀-우븐 크래프트(Woven Crafts)

우븐크래프트의 노트북파우치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베이시 섬 마을을 강타한 이후, 그곳에 거주하는 직조공들과 자수 기능공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말린 잎을 꼬고 엮어서 만든 필리핀 전통 수제 매트인 ‘바닉’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공예품을 생산·판매한다.

10. 우간다-제리백(Jerrybag)

우간다 여성들이 만든 가방(왼쪽)을 팔아 생긴 수익으로 우간다 아이들에게 제리백(오른쪽)을 제공한다. 노란색 플라스틱 물통이 제리캔.
‘제리캔’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을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물통이다. ‘제리백’은 제리캔을 담는 가방을 의미한다. 우간다 지역 여성들이 만든 가방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아 생긴 수익으로 제리백을 제작해 우간다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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