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사막 한복판에서 10년째 사는 스틴 베드 씨(56)는 화학물질민감증(MCS) 증후군 환자입니다.

향수나 섬유유연제의 향을 맡으면 통증이 며칠씩 지속되고 사고기능이 마비되어 저능아처럼 됩니다. 그는 슈퍼마켓에서 방독면을 씁니다. 사온 물건은 햇볕에 며칠씩 말립니다.

스틴 베드 씨는 화학물질민감증 증후군 환자라 향수나 섬유유연제의 향을 맡으면 통증이 며칠씩 지속되고 사고기능이 마비된다. 자료사진 : KBS

‘KBS 스페셜’은 28일 오후 8시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 편을 통해 합성향의 위험성을 보고했습니다.

제작진은 향수회사들에 공문을 보내 향료의 성분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회사 영업 상의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작진은 향의 비밀 찾아 향수의 도시 프랑스 그라스로 갔습니다. 제작진은 그라스에서 재스민을 재배하는 농장을 찾아 갔습니다. 1Kg의 꽃을 다 따는 데에 2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도시화로 19세기말, 20세기 초에 번성하던 꽃 농장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면 대체 향료 원료는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요?

천연향료를 제조하는 공장장은 100kg의 꽃에서 9g의 향료를 얻어낸다고 했습니다. 제작진은 다른 공장으로 갔습니다. 향료의 원료 물질은 석유에서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석유 가격이 향료 가격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19세기에 나온 최초의 합성 향료 지키(Jicky)는 석유 추출물에서 비트아몬드 향을 뽑아낸 덕분에 만들졌습니다. 이 후 향료는 대중화되었습니다. 천연 향료에 비해 훨씬 싼 덕분이었죠. 천연 장미향이 1300만 원인데 비해 합성 장미향은 그 1000분의 1 가격대입니다.

합성향료는 새로운 맛의 젤리를 만드는 데에도 쓰입니다. 형형색색, 색마다 다른 젤리의 맛과 향은 시럽에 색소와 합성향을 섞어 만듭니다.

커피에 올라가는 생크림에도 우유향이 들어갑니다. 많은 제과점과 커피 전문점 직원들은 생크림을 연유나 우유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커피전문점 12 곳 중 4곳에서 유크림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유를 한 방울도 넣지 않고도 생크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식물성 휘핑크림’을 쓰면 됩니다. 첨가물 혼합액을 휘저어 생크림 형태로 만든 후 합성착향료로 우유향을 내면 식물성 휘핑크림이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오미자차에는 오미자향이, 옥수수빵에는 옥수수향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합성향은 과연 우리 몸에 안전할까요?

천연 장미향과 합성 장미향을 물고기가 들어 있는 수조에 넣었습니다.

합성 장미향을 넣은 수조의 물고기들은 3분 후 괴로워하더니 9분 후 배를 뒤집고 죽을 지경으로 갔습니다. 반면 천연 장미향료를 넣은 수조의 물고기는 큰 변화가 없었지요. 제작진은 서울대에 실험을 의뢰했습니다. 합성향수가 천연향수보다 독성이 2배 이상 강했으며, 이 상태는 수서 생물에게 독성이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제작진은 비트아몬드향을 내는 니트로 벤젠을 만드는 과정을 봤습니다. 석류콜타르에서 추출한 1급 발암 물질 벤젠에 황산을 섞어 끓인 후 독성물질을 빼내면 니트로 벤젠이 형성됩니다. 자칫하면 독성 잔류물질이 남을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제작진이 한 가정에서 향초를 피운 뒤 30분 후 공기의 질을 측정했더니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275ppb, 매연이 나오는 승합차 배기구의 7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미세먼지는 10만, 자동차는 14만 ppb였습니다. 즉 향초를 피우면 방안에서 자동차 하나가 엔진을 공회전 하고 있는 수준으로 공기의 질이 떨어지는 셈이었습니다. 방향제와 향수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승합차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이기영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환기 없이 이런 제품을 쓰면 인체에 영향이 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KBS스페셜이 조사한 향 제품들. 자료사진 : KBS
제작진은 향 첨가제품의 독성을 알아보기 위해 향수·화장품·방향제 등 15개 기업의 23개 향 제품을 대상으로 독성물질을 검사했습니다.? 일부 제품에선 1급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나왔습니다. 향 제품에선 내분비계장애 의심 물질 DEP(디에틸프탈레이트)를 포함해 총 24가지의 화학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소량이라고는 하나 장기간 어린이나 노약자한테?는 건강에 우려를 일으킬 수 있는?있는 물질이었습니다.

제작진이 위 내용을 공식 질의하자, 향료업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준에 따르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영화관에서 우리가 자주 먹는 팝콘에는 합성버터향 즉 디아세틸을 추가해 풍미를 더합니다. 이 팝콘 버터향엔 충격적인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팝콘공장에서 일했던 제리 블레이락 씨는 폐 기능의 80%를 잃었다. 자료사진 : KBS
팝콘공장에서 일했던 제리 블레이락 씨(63)는 합성버터향 피해자 13명 중 한 명입니다. 그의 폐는 80% 가량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팝콘폐 소송'이 줄을 이었습니다. 웨인 왓슨 씨는 팝콘 조리시 발생하는 물질로 인해 폐질환을 얻었다는 게 법원에서 인정되어 우리 돈 70억 원 가까운 돈을 배상 받았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담배처럼 향 제품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한 병원은 2005년부터 향수를 뿌리거나 애프터쉐이브를 사용하면 출입을 금지 당합니다. 이곳에서 향수는 담배와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병원에서 쓰는 모든 제품도 무향료 제품으로 구입합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담배와 향료가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지역의 시타델고등학교, 달 하우지 대학교

무향 캠페인. 자료사진 : KBS
등 130여곳의 학교에서도 ‘무향 및 금연 환경’을 선언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건강을 위한 무향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향기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건 담배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국내에서 1214명의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62%가 향에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더군요. 나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무향 제품 혹은 천연 제품을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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