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들 사이에 고민 해결사로 불립니다. 고민이 있을 때는 저한테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소한 가정사부터 남편의 외도 같은 엄청난 일. 고부갈등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까지 시시콜콜 저한테 털어놓지요. 사실은 제가 진짜로 해결해준 적은 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없고요. 그냥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정도예요. 때로는 같이 울고 같이 화를 내기도 해요. 그런 제가 편해 보였는지 친구들은 저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요즘 한 친구 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서 선생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집안 문제로 고민이 많은 제 친구가 하루
저는 시어머니와 안 맞아서 너무 힘이 듭니다. 결혼생활 20년이 넘었는데 하나도 좋아지지 않고 점점 더 사이가 나빠집니다. 이제 시어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쿵 뛰고 얼굴에 열이 오릅니다. 당연히 좋은 표정이 될 수가 없지요. 저희 시어머니는 너무 간섭이 심합니다. 제 옷차림, 반찬 가짓수, 집 안의 청소 상태는 물론이고 인간관계까지 간섭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말을 너무 막합니다. 신혼 때부터 제가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면 ”친정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면서 화를 냈어요. 제가 가장 참기 힘든 부분입니다, 제 친구들에 대해서
저에게 이런 일을 의논하셨으니, 이제 답답이님은 몇 가지 결정을 해야 됩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그 마음이 진심인지? 자신에게 되물어보세요. 아버지로부터 받는 경제적 지원과 그 덕분에 누리는 풍족한 삶 대신 어렵더라도 자신의 힘만으로 살 수 있는지? 진짜로 그런 선택을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안락하고 안전한 집과 값비싼 가방을 포기할 수 있으신가요? 혹시 필요한 것은 계속 누리고 번거롭고 싫은 것만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은 아닌가요?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돌아보세요. 진짜로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지금부
J님의 편지에 다 쓰지 못한 수많은 말들까지 읽힙니다. 마지막 줄에 계속 살 수 있는지?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지 물으셨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고통은 영혼을 단련시켜 이 일을 잘 견뎌내면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어”라고 위로하지만 지금 J님께 그런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함께 있던 날들이 좋았는데 혼자 좋은 곳으로 갔다고? 성숙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동생과 가족들이 단란하게 지냈던 날들이 좋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런 마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자기의 죽음과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이 언젠가는 오리라는 것을 알지만, 막상 실제로 닥치면 선생님 가족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막연했던 두려움이 삶 앞에 구체적으로 펼쳐질 때, 누구나 어느 가족이나 당황스럽고 고통스럽습니다.장례를 준비하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첫째, 가족들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가족이 화목한 것은 아니고, 장례 기간에는 평소의 약한 균열이 지구라도 두 동강 낼 듯 극대화하는 시기입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의사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은 같겠지요? 아이가 아플 때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선뜻 바꾸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입니다. 아픈 K를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이 됩니다. 더구나 아이가 아픈 것이 어머니 탓이라고 생각하시니 더 힘드시겠어요. K는 지금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하셨으니 의사선생님께서 잘 살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머니를 위한 조언을 해드리고 싶네요.아드님을 힘들게 하는 증상들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친구의 형에게 구타를 당한 것은 분명히 심각한 일이지만,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까운 친구가 큰 병에 걸렸다니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아이들 나이까지 비슷하니 더욱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친구의 상황을 그저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이렇게 마음 아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제 친구들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몇 해 전 떠난 친구에게 나는 뭘 해줬었나 생각하니 참 부끄럽네요.지금 친구 분에게는 "공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아픔에 공감해주고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준다면 큰 힘이 되겠지요! 공감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함께 울
선생님은 배려심이 깊은 분 같군요. 선생님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남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더 많이 베풀고 싶어하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주면 더없이 좋은 관계로 오래 인연을 맺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자주 봅니다.지하철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애미야 **이가 고생하다가 나왔으니 고기 굽고, 잡채도 좀 해라. 얘야 더 먹고 싶은건 없니?” 할머니 말씀입니다.“아유 엄마, 요즘 애들은 불고기, 잡채 같은거 안좋아해요 얘가 피자 먹고 싶다잖아.” 이건
모르는 개가 아니라 19년간 함께 생활하던 방울이와 이별하셨으니 지금 선생님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겨우(?) 개가 죽었을 뿐인데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나는 비정상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선생님처럼 중장년층 남성들은 슬픔을 드러내거나 위로 받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더 많이 힘이 들지요. 우선 지금 선생님이 느끼는 감정과 일상의 고통을 이상한 것,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을 읽으면서 “참 따뜻하고 다정한 성품을 지닌 분이시구나 방울이가 좋은 가
지난 겨울은 나쁜 소식들만 줄줄이 들리는 날들이었습니다. 매일 우울하고 불안한 뉴스만 듣다보니 올 봄에는 꽃도 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봄이 오기나 할까?” 당연한 계절의 흐름조차 의심이 될 정도로 상상해보지 못한 일들을 매일매일 눈 앞에 펼쳐졌지요. 오래 전에 읽은 책에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돌도끼를 휘둘러 큰 짐승을 사냥하고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해가 잘 드는 따뜻한 곳에 누워 편안하게 잠든 원시인은 우리의 조상일까요?” 이 질문의 답은 “아니오”입니다. 인간은 뱀처럼 치명적인 독을 갖지 못했고 치타처럼 빠르게 달리지도
이것은 안네의 일기의 한 부분이 아닙니다. 제 친구(대구에 사는 여성 다섯 명)들이 메신저로 나눈 대화예요. 2월 중순이 지나면서 코로나19는 소멸되는 듯했습니다. 곧 평화롭던 일상을 되찾겠지! 숨 쉬기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마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2월 18일을 기점으로 대구, 경북은 영화에서나 보던 일을 일상에서 경험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깊은 동굴 속에 사는 괴물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는 엄청난 공포가 삶의 터전을 점령했습니다. 매일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는 확진자와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맡고 계시는군요. 단 하루도 쉴 수가 없다니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이 됩니다. 말씀 하셨듯이 이런 집안 이야기는 드러내놓고 의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남성들은 더 힘들어하지요. 어려운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A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산소마스크 착용법이 떠올랐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반드시 안내를 받는 내용인데 혹시 기억이 나시나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을 때, 승무원이 시범을 보이면서 설명을 했는데 저는 교육 내용이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반드시 노약자에 대한
가끔 내가 꽤나 쓸 만한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알버트 밴듀라 교수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뿜뿜하는 상태다. TV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내 어깨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뽕을 잔뜩 넣어주겠지! 짧은 편지 하나로 잠시 기고만장한 기분을 누려본다. 나에게 뭔가를 물어봐주고, 내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편지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렇게 다정하면서도 굳센 마음을 적어 보내니 참 고맙다. 아버지가 말기암 투병 중이라는 여대생의 고민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