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EU택소노미, 탄소중립 등 기후위기 문제 해결은 대선정국에서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도 ESG가 대두되고, 기후위기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관심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시민적으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회적경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는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충북 청주 에이치호텔 세종시티에서 ‘2022년 제1차 정책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정책워크숍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경제의 역할,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미래 등을 주제로 다뤘다.

네트워크는 지난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바이소셜’을 주제로 기념식을 갖고, 이를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단순히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서비스 구매만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매개로 기후위기 대응활동을 이어나가자는 의미다. 바이소셜(Buy Social)은 2012년 영국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시작한 캠페인으로, 시민들의 일상 속 소비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적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경민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가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사회적경제 운동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하며 성장해나갔으면 한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탄소발자국·모니터링·지역자원순환 등 기후위기와 바이소셜 접목

서순아 인천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사회적경제활성화인천네트워크의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서순아 인천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사회적경제활성화인천네트워크의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행사 첫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네트워크의 운동성과 및 향후계획 등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인천네트워크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사회문제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모니터링하고 올바른 방향을 찾아보고자 발족한 ‘청소년 모니터단’이 올바른 바이소셜을 주제로 잡아 활동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기후위기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들어 심각성을 널리 알렸다. 또한 친구들과 대나무칫솔, 고체비누 등 친환경제품을 나누는 등 온라인·오프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역 제로웨이스트 관련 사회적기업 견학도 추진했다. 

서순아 인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를 전파하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봤다. 아이를 통해 가족과 이웃 친구들이 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것들을 사회적경제조직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가 숙제”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활성화부산네트워크는 지난해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회적경제’, ‘ESG경영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2차례 토론회를 가졌다. 이 과정을 거쳐 사회적경제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다.

부산네트워크는 올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포장재 친환경적 전환 ▲지역내 탄소발자국 측정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보름 사무국장은 “부산네트워크는 영세한 사회적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 포장재 전환을 위해 노력해보자고 결정했다”며 “지역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해야할 영역을 찾아보는 작업도 진행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울산네트워크는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과 지역적 특색에 맞는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을기업 수다장이와 사회적기업 우시산과의 활동을 가동했다. 청소년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놀이 형태로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는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과의 협업을 통해 장난감 순환활동을 할 계획이다. 

전북네트워크는 기후위기 시대 지역자원순환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구체적 사례를 발굴하고, 전북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 시민사회와 사회적경제 힘합쳐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발표 이후에는 지역별 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제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정부가 무엇을 해주기 바라기보단 구체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지역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사례를 보니, 구호를 넘어 무슨 실천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지점이 인상깊었다”면서 “특히 청소년 실천을 중심으로 활동해나가는 것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 실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돼야 하고, 많은 이들이 행동을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공동체 중심의 접근에 방점을 찍었다. 기후위기 대응의 길은 자본의 길과 시민의 길로 나뉘는데, 시민의 길에서 기후위기 운동단체와 사회적경제가 결합할 수 있다는 것. 

오 이사는 미국 클리블랜드 사례를 거론하며, 지역자원순환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클리블랜드는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러스트벨트가 되고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소도시로 쇠락했으나,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나갔다. 

자원이 많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군대 등의 공공시설이 지역의 취약계층이 만든 노동자협동조합, 주민협동조합등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졌다. 오 이사는 “이런 시스템을 체계화해내고 설득하는 작업을 해낸 곳은 바로 현장활동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이라며 “이들은 커뮤니티 공동체 풀뿌리에서 진행되는 온갖 정책을 만들어 반영했고, 정책을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사회적경제계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는 기후위기 전문가 및 활동가들과 함께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2022년 제1차 정책워크숍 단체사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2022년 제1차 정책워크숍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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