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875원 대파를 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 = 대통령실통신기자단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875원 대파를 들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사진 = 대통령실통신기자단

이로운넷 = 이화종 기자

총선을 앞두고 때 아닌 대파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민생점검 날 대폭 할인? 때아닌 대파 논쟁'에 대한 민원이 방심위에 접수됐다.

MBC는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발언을 전하며 온라인과 정치권까지 뛰어들어 '대파논쟁'이 뜨겁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의 농협하나로마트에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서 "저도 시장을 많이 봐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되고..."라고 발언한 것을 전했다.

그러면서 "3일전만 해도 3배 이상 높은 2760원이었는데 이틀 전부터 1천 원에 팔더니, 대통령이 방문한 당일에는 추가 할인행사까지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에 선거방송 특별규정 제12조(사실보도) 제1항, 포괄규정인 제8조(객관성) 제1항 등을 적용해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채널A등이 전했다.

MBC가 보도한 내용은 윤대통령의 발언과 우연히 대통령의 방문일정과 겹치는 하나로마트의 가격인하 행사에 대한 사실뿐인데 선거방송심의회에서 어떤 검토를 할지 주목된다.

이수정의원의 '한뿌리' / 사진 = MBC갈무리, 뉴스1
이수정의원의 '한뿌리' / 사진 = MBC갈무리, 뉴스1

◆ 이수정 "대파 한단이 아니라 한뿌리"···875원 행사 대파는 한단 가격 875원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는 지난 25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 봉지에 세뿌리냐 다섯뿌리냐가 중요하다"라면서 "(875원 대파는) 한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당시 진행자가 "윤 대통령이 1kg 한 단에 875원이라고 지칭했다"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는 "시장에 가서 한 단이라고 얘기할 땐 그 안에 수십 뿌리가 들어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윤대통령이 18일 들고 있던 봉지에는 1kg의 대파가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 문제의 대파가 875원이 된 경위를 매우 자세히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875원 대파는 권장 소비자가 4250원에서 정부의 납품 단가·할인 쿠폰 지원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을 거쳐 책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도입한 도매상 납품 단가 지원 2000원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이 들어간 1250원에서 추가로 정부 농산물 할인 쿠폰 지원 30%(375원)까지 더해져서 총 3375원의 할인이 적용된 금액이 875원이다. 

정부의 납품 단가·할인 쿠폰 지원은 하나로마트는 물론 대형마트도 똑같이 적용된다.

신문은 하나로마트 관계자를 인용해 "14~17일 대파 한 단에 1000원에 판매됐고 18일부터는 정부의 할인쿠폰 지원이 20%에서 30%로 올라가면서 875원에 판매되고 있다"며 "때마침 18일에 윤 대통령이 방문하셔서 오해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수정 후보가 무슨 저의로 윤대통령의 대파가 한단이 아니고 한뿌리라고 했는지는 해석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후보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상경 KTX에서 기사 검색하다 '아이 이럴수가'했다. 대통령께선 (말한 가격이) 한단이 아니라 한뿌리였다고? 수원시정에서 출마하신 범죄심리학전공 교수라는 이수정 후보의 기막힌 설명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대파를 뿌리로 파나? 단으로 판다. 모르면 가만히 계시지 대통령 또 바보만드시나"라며 "방귀뀐 이승만 대통령께 '각하 속이 시원하시겠습니다'라 한 모 장관이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이수정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해보니 반짝 대박세일이 맞다"고 인정하며 875원 가격표가 붙은 대파 한단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공식적이지 않은 유튜브 방송에서 관련 보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채 사회자의 리드에 따라 언급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사회자는 대파 한뿌리가 아닌 한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방송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지역구 현안인 '3호선, 수원재정파탄'은 온데간데없고 대파논란만 남았다"라며 "제발 좀 본질에 집중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라고 화제를 바꿨다.

이 후보는 한 영상에서도 "오늘 제가 아주 대파 격파합니다. 하나는 우리 아버님댁 대파, 요쪽 거는 우리 어머님댁 대파에요"라면서 "요쪽에 한 단에는 7개 들었고요. 요쪽에 한 단에는 8뿌리 들었어요. 가격으로 따지면 한 단에 2,500원씩 재래시장에서 두 단 사니까 5천 원밖에 안 합니다. 그러면 15뿌리죠 5천 원에 15뿌리 한 뿌리에 얼마일까요?"라고 말했다.

'한뿌리'라고 무리하게 우기다가 875원 대파 가격이 한단의 가격인 것을 인지하자 진행자 탓으로 돌리면서 본질에 집중해 달라는 이 후보의 발언에서 '태도가 곧 본질'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주 하던 말도 떠오르게 된다.

◆ 대통령실 "문재인 때는 더 비쌌다"···대파 프레임에 갇힌 정치권

용산 대통령실은 지난정부 때는 더 비쌌다면서 다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대통령실은 26일 누리집 ‘사실은 이렇습니다'에 글을 올려 "채소류는 가뭄·장마·폭설 등 기상상황에 매우 민감하고, 대파는 주 산지가 순환돼 일부 지역 피해 파급력이 높다"라며 "지난 정부 시기인 2020년∼2022년에 채소류 가격이 가장 높은 흐름을 보였다. 2021년 3월 평균 소비자 가격이 6981원까지 상승해 '파테크' '반려 대파'와 같은 신조어가 유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유튜브에서 "국민들은 물가가 비싸서 죽겠는데 대통령은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하고, 이수정 후보는 한 뿌리라고 국민들을 약올리고 있다"라며 "대파전쟁 시즌2가 시작되는 것 같다. 제2의 '바이든-날리면' 사건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박성준 대변인은 "언제까지 남 탓으로 허송세월할 건가. 국민이 화가 난 것은 대파 가격이 아니라 물가 관리를 포기한 대통령의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25일 세종 기획재정부 앞에서 시위 중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소속 농민들 / 사진 = 뉴스1
25일 세종 기획재정부 앞에서 시위 중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소속 농민들 / 사진 = 뉴스1

이런 가운데 대파가 시위 아이템으로도 등장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 소속 농민들이 25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기획재정부 앞에서 수입농산물 철폐 전국농민대표자대회를 갖고 국내과일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과일 대체 및 물가상승에 따른 할당관세(TQR) 수입물량 도입 등을 규탄했다.

이들은 대파를 손에 들고 구호를 외치며 현정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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