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외출 자제령이 떨어진 날, 산으로 갔다. 그리고 바다로 갔다. 미세먼지도 숨어서 피할 수 있는 강동사랑길 3구간과 4구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감탄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우리 곁의 놀이터로 가보자. 

 

지루하지 않아요 
강동사랑길은 일곱 가지 사랑 이야기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트레킹 코스이다. 
흔히들 울산 바닷가에서 강동사랑길 팻말을 여러번 스쳐 지나 갔을 것이다. 관심이 없다가도 자주 마주치는 팻말에 어느덧 호기심이 발동했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근사한 곳이 있었다니! 해외여행은 왜가!” 수 십 년을 살아도 몰랐던 명소를 감탄하는 동행자들이다. 대만족하면서 한적한 산길과 바닷길을 걸었다. 

산과 바다를 품어요 
강동축구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우가산 까치전망대까지 오순도순 이야기하면서 자연을 즐기며 가볍게 산책하였다. 산을 둘러 둘러온 아카시아꽃 향기에 오감 테리피를 즐겨 본다. 까치전망대에 마련된 쉼터에서 맛난 간식을 챙겨 먹고 포토존에서 인생 샷도 찍어본다.  

강쇠와 옹녀를 만나요 
'평생 알아가는 사이 부부'라는 까치전망대 이야기 팻말도 정겹다. 이어 3구간까지 넘어가서 옹녀가 인간으로 귀화한 옥녀봉 이야기도 읽어 본 후 다시 돌아서 나왔다. 승천할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옹녀가 지상의 선녀가 되어 강쇠와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설이 있는 길이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은 인연이라도 이 길을 걸으면 새로운 사랑이 싹튼다고 하니 사랑이 필요한 분은 꼭 걸어 보시길. 

상상! 그것이 무엇이든... 
옹기를 타고 나온 용왕의 딸 옹녀와 바다에서 낚시하던 강쇠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있는 일명 강쇠길, 옹녀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강쇠나무와 옹녀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 나무를 옹녀나무,  강쇠나무라고 정했는지 설명은 없다.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상상하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내리막길을 사뿐사뿐 걸어 내려왔다. 

그림같은 제전마을 
우가산 아랫동네 제전마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맞서야 했다. 스쳐 지나간 제전마을 벽화와 바다가 어우러짐이 예쁜 항구 마을이다. 제전항을 에둘러 끊길 듯 이어진 초병의 길과 금실정 강동사랑길에서 또 한 번 가슴 후련한 풍광에 놀란다. 자갈돌로 이어진 해변길은 어민들의 생활 터전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와 산과 들 풍경이 조화롭다. 
 

숨겨진 해안길 걸어요  
한여름이 아니어도 적당히 불어오는 상큼한 해풍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정보 빠른 이들은 벌써 텐트촌을 만들어 캠핑도 즐기고 있다. 
해안 데크를 따라 우가마을로 들어서면 울산 연예인 해남 고정우 트로트 가수의 집 벽화도 보인다. 두 그루가 한 그루가 되는 '이일송'이 있는 금실정을 배경으로 부부 그네도 타보며 아이들처럼 즐겼다. 부부금실이 좋아지는 곳인 '금실정'에서 소나무의 금실을 잠시 질투해 본다. 

걸으면 만날 수 있죠!
걷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만날 수 없는 숨은 보물 같은 우리동네 길을 찾았다. 해변 드라이브를 하든지 그냥 땀 뻘뻘 등산을 하기에는 아까운 곳들이다. 
 총 7개 구간으로 나누었지만 이어진 강동사랑길은 대부분 한두 시간이면 끝나는 코스이다. 왕복 코스가 지루하다면 곳곳에 즐비한 뷰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하면서 쉬어가도 좋다. 

사랑이 그리우면! 
이야기가 있는 강동사랑길은 재미난 길이다. 유럽을 가지 않아도 유럽 멋을 낼 수 있는 곳, 동남아시아를 안 가도 시큼한 짠내에 기분을 낼 수 있는 정겨운 코스이다. 
사랑길을 다 돌고 나서야 알았다. 왜 사랑길인지. 이곳 어디를 가든 주제는 '사랑'이다. 스토리텔링에서 관광의 승부사가 결정되듯 앞다투어 어색하게 만들어낸 스토리보다 순박한 우리네 이야기이어서 친근감이 더해졌다. 모든 연인들이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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