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에 관한 생각: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책 표지 이미지./출처=세종서적
‘차이에 관한 생각: 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책 표지 이미지./출처=세종서적

인간의 성차(性差)는 문화에서 기인하는가, 본성에서 기인하는가? 젠더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에 진화론적 접근을 시도한 신간 ‘차이에 관한 생각’이 출간됐다. 

저자 프란스 드 발은 40년 동안 동물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영장류학자다. 1948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 동물행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중 저술가로도 활동해온 그는 동물의 지능과 감정을 다룬 작품인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등을 낸 바 있다.

이번 책 ‘차이에 관한 생각’에서는 현재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남자와 여자의 성차와 젠더의 기원에 대해 탐구한다. 프란스 드 발은 수십 년간 사람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은 기존의 젠더 불평등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생물학적 성이 관련이 있지만. 생물학이 인간 사회에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자동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관한 다양한 믿음들과 권위와 지도력, 협력, 경쟁,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대, 성 행동에 관한 보편적인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울러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남녀 간의 선천적인 차이점들은 무엇이며, 문화가 아닌 생물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영장류 연구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수컷 원숭이는 바퀴 달린 자동차 같은 장난감을 더 선호하고, 암컷 원숭이는 봉제 인형같이 돌볼 수 있는 장난감을 더 선호한다. 남자 어린아이 또한 바퀴 달린 자동차를 더 선호하고, 여자 어린아이 또한 봉제 인형을 더 선호한다. 이처럼 인간을 설명할 때 문화적 젠더와 본능적 성차를 전부 고려해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상호작용주의’라고 설명한다.

또한 침팬지와 보노보의 차이를 통해서도 본능적 차이를 알 수 있다. 침팬지 사회는 공격적이고 세력권을 중시하며 수컷이 지배하지만, 보노보 사회는 평화적이고 짝짓기를 좋아하며 암컷이 지배한다. 인간의 행동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진화적 사촌인 침팬지와 보노보와 비교해 어떤 요소들이 문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차이에 관한 생각’은 인간 성차에서 비롯되는 본래의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포용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학관계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열어젖힌다. 

차이에 관한 생각=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펴냄. 568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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