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共感)’이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공감의 감정은 늘 인간에게 긍정적이기만 할까?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은 좁고 깊어 우리끼리만 뭉치게 하고 타인에겐 눈멀게 한다. 혐오와 분열의 시대, 단순히 감정을 넘어선 진정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신간 ‘공감의 반경’은 경계 없이 확장돼 우리와 다른 존재에게까지 가닿는 것이 진정한 공감이라고 말한다. 즉 혐오와 분열을 극복하는 일은 “공감의 깊이가 아니라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공감의 반경: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책 표지 이미지./출처=바다출판사
‘공감의 반경: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책 표지 이미지./출처=바다출판사

장대익 작가는 인간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탐구해온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다. 인간의 사회성과 공감 능력에 관한 진화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의 연구 성과를 탐구해왔다. 이를 통해 진짜 공감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려낸다. 

저자는 “타인에게로 향하는 공감은 감정에만 기반을 두지 않으며 이성을 발휘해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이라며 “그때 공감의 힘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원심력의 형태를 띠며 반경을 점점 넓혀 비인간 동물과 기계까지도 포용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의 특별한 공감력이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점점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내집단 편향을 만드는 깊고 감정적인 공감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구심력’으로, 외집단을 고려하는 넓고 이성적인 공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원심력’으로 부른다. 이 공감의 구심력과 원심력은 서로 투쟁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 강화하느냐에 따라 문명에도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감의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제이자 7장인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에서는 정서적 공감이 따뜻한 감정의 힘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따뜻한 사고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인지적 공감은 공감의 원심력을 강화해 공감의 반경을 넓힌다. 다만 의식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인지적 공감을 활성화하려면, 인간 본성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주의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9장 ‘마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에서는 인간은 공감의 반경을 인공물에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강조한다. 사람의 공감력은 물론 개인마다 차이를 보이고, 공감의 반경 역시 각자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작가는 “어떤 이들에게 공감의 반경은 자기 친구들까지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인류 전체, 또 다른 이는 생명 전체,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인공물까지 확대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공감의 반경을 어떻게 넓힐 수 있을까. 15장 ‘접촉하고 교류하고 더 넓게 다정해지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은 문화 다양성 지수가 매우 낮아 편협한 편인데, 이는 인지적 공감력의 확대를 억제하는 족쇄로 작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정치 이념 때문에 대립하다가도 사소한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 계층, 이념 등을 가진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인식을 확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감의 반경=장대익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296쪽/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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