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돌봄 수요는 증가하지만, 돌봄 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 취약계층의 돌봄서비스 공백 문제가 커지면서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찍이 지역밀착형 통합돌봄을 실현해온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이러한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주요 전달체계다. 은평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의료사협)과 노원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함께걸음의료사협)은 코로나 기간에도 꾸준히 방문의료와 건강돌봄학교 운영 등 주민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돌봄활동을 이어갔다. 두 단체는 작년부터 함께 지역 통합돌봄 욕구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의료-주거 기반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실험을 추진 중이다. 11월, 살림의료사협 민혜란 팀장과 함께걸음의료사협 최봉섭 이사를 만나 지역돌봄의 필요와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함께걸음의료사협 최봉섭 이사(왼쪽)와 살림의료사협 민혜란 팀장/사진=나현윤
함께걸음의료사협 최봉섭 이사(왼쪽)와 살림의료사협 민혜란 팀장/사진=나현윤

의료사협의 활동 소개를 부탁드린다. 

살림의료사협 민혜란 팀장(이하 민혜란) : 살림의료사협은 크게 의료, 돌봄, 협동 3가지 영역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의료영역에서는 의원(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한의원, 재택의료센터 운영을, 돌봄영역에서는 어르신 돌봄기관인 데이케어센터에서 주야간보호서비스와 방문요양서비스를 진행한다. 협동 영역에서는 건강모임, 건강교육, 자원활동, 자치모임 등을 운영한다. 자치모임 ‘다짐자치회’와 조합원 스스로가 인지증 당사자와 돌봄자의 휴식공간이 되는 ‘구산동 서로돌봄카페’ 운영이 대표적이다.

함께걸음의료사협 최봉섭 이사(이하 최봉섭) : 함께걸음의료사협은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위해 장애인, 의료인, 지역주민이 협동으로 창립했다. 적정진료와 만성질환 관리, 예방적 의료, 방문의료를 통해 지역사회 주치의 역할을 해 온 마을한의원, 마을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함께걸음의료사협의 경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설립 주체라, 장애인의 건강권에 관심이 많다. 장애인 주치의 사업이 대표적이다. 장애인의 참여를 통해 스스로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건강강좌, 건강실천단 운영, 장애인 나들이, 무장애 등반 등 건강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했다.

장애인들과 어르신들이 함께한 함께걸음의료사협 주최 무장애 나들이/제공=함께걸음의료사협
장애인들과 어르신들이 함께한 함께걸음의료사협 주최 무장애 나들이/제공=함께걸음의료사협

건강안심주택사업도 특징적인 사업이다. 안정적 주거를 위해 LH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하여 임대운영 및 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사업으로 주거 취약계층이나 건강관리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주거와 의료, 돌봄사회서비스 프로그램을 연계 지원한다. 이 외에도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주민의 참여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진하고자 건강활동가 양성을 위한 건강돌봄학교, 건강마을 만들기 ‘어르신 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협은 지역주민, 의료인, 복지전문가 등이 함께 건강·의료·복지·돌봄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운영되는 조직이다. 현재 전국에 25개의 의료복지사협이 설립·운영되고 있으며, 믿을 수 있는 의료 및 돌봄서비스, 다양한 건강증진활동, 건강강좌 등을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역 내 돌봄 공백이 커졌다. 지역 분위기는 어떤가?

최봉섭 : 지역민들과 부대끼는 활동이 많다 보니 피부로 느끼는 체감도가 크다. 고령자나 장애인의 경우 위기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코로나에 걸리면 활동지원사의 방문이 어려워져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마스크 공급을 받지 못해서 아예 외출이 어려운 장애인 분들도 있다.

어르신의 경우도 보통 경로당을 가거나, 아파트 정자 등으로 산책을 나오고, 조금 더 건강한 분들은 복지관을 갔는데, 코로나로 그런 기관들이 전부 폐쇄되고 갈 곳이 없어 힘들어하셨다. 고령자는 일주일만 움직이지 않아도 하체 근력이 약해진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을 때는 우리도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아파트 단지 내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돌아가신 어르신들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민혜란 : 은평구도 노원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코로나로 병원이나 요양원 면회가 어려워지면서 마지막 순간만큼은 집에서 임종을 지켜보고 싶은 분들이 늘었다. 그래서 임종 전 단계에서 살림의료사협으로 의뢰가 많이 왔다. 장기입원에 대한 부담으로 재택치료를 선택한 분들도 살림의료사협의 문을 두드렸다.

코로나 기간 지역사회 내에서 안정적인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어떤 노력을 했나?

민혜란 : 살림의료사협은 안심하고 나이 들고 싶은 마을을 만들자는 기조 아래 지역민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을 지향해왔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근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이 누구일까? 바로 노년 여성이다. 코로나로 멈춰 있다 올해부터 노년 여성의 건강을 위한 ‘흰머리 휘날리며’라는 프로그램을 재개했더니 반기는 분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주민들이 만남이 중단되었을 때도 서로돌봄카페 운영 등을 통해 주민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의료영역에서는 은평구가 감염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담당할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었을 때 살림의료진이 요일과 시간을 나누어 생활치료센터 전체 의료 업무를 담당했었다. 보건소 등 지역의 공공의료기관들이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했을 때도 살림의료사협에서는 방문의료를 지속했다.

살림의료사협은 코로나 기간에도 방문의료를 지속했다. 사진은 의료진들의 왕진 출동 모습/제공=살림의료사협
살림의료사협은 코로나 기간에도 방문의료를 지속했다. 사진은 의료진들의 왕진 출동 모습/제공=살림의료사협

최봉섭 :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모임이 어려울 때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는 주민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5인 이하의 소모임을 지속했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서 80~90대 어르신들의 경우 우리 활동을 통해 친구도 생기고, 삶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셨다. 소모임에 참여하며 앉아서 옷을 입던 어르신들이 서서 옷을 입을 정도로 건강해진 경우도 있다.  

아파트 단지 내 거주자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어르신 휴 센터’ 사업을 통해서는 코로나 기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단지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단지 걷기 모임, 단지 내 공간을 구해 동화책 읽기 모임, 점심을 함께 먹는 모임, 콩나물 기르기 등이다. 상계동 7단지에서 시작해 주변 아파트로까지 확산된 모범 사례다.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는 노원구와 함께 서로돌봄 활성화 조례도 만들었다. 또한, 저녁 한끼 밥상 시범프로그램도 1개의 아파트에서 운영 중이다.

커뮤니티케어, 서울시 돌봄SOS센터 등 국가적으로도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동체 중심의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주민들이 단순 수혜자에서 돌봄 제공자 또는 정책 참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은?

민혜란 : 국내에서 통합돌봄사업이 여러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비어있는 부분이 주거안정, 의료안정이다. 의료기관이 많지만 의료취약계층 또한 많기에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여전히 중요하다. 함께의료사협의 경우 건강안심주택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살림의료사협은 마을간호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주거와 의료를 통합한 지역돌봄을 실험하고 있다.

살림의료사협과 함께걸음의료사협은 오티드림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은평사회혁신기업네트워크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고 은평구, 노원구 지역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주거 기반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마을간호스테이션’과 ‘의료복지안심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시작해 4차년도에 걸쳐 진행되는 이 사업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사회적 약자의 고립은 더욱 심화 되고 의료접근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기에 마을간호스테이션을 통해 고립된 의료취약계층을 발굴 및 지원하고, 의료복지안심주택으로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후 살림의료사협과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 선경험을 가지고 있는 각 분야 사업을 상호 지역에 확산하여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의료-주거 기반 통합 돌봄 모델을 만들어 가고자 계획하고 있다.

장애인지원주택 입주민 및 실무자 대상 교육/제공=살림의료사협
장애인지원주택 입주민 및 실무자 대상 교육/제공=살림의료사협

최봉섭 :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지역에서 봤을 때는 결국 재원 조달 문제다. 주치의 제도나 지역통합돌봄은 지방에서 더 필요하지만 중앙정부 기준으로 재원 운영이 이뤄지면 재원 능력이 떨어지는 지방의 경우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렵다. 지자체나 자치구가 더 자율권을 가지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 준비를 위한 핵심인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5년 후부터는 의사 빈곤 상태를 전망한다. 정부가 충분한 의료진 인프라를 확보해 현장에 공급하기 위한 사회 재교육  등 인프라 확보를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서는 지역통합돌봄 활성화를 고도화한다는 명목하에 큰 법인이나 기업 재단을 통해 사업 진행을 추진한다. 오랜 기간 주민들과 밀착해 지역사회 돌봄을 고민했던 사회적경제조직을 돌봄사업 실행기구로 고민하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세한 지역단체, 사회적경제조직 간의 연대를 통한 지역돌봄의 필요성과 지역 통합돌봄 욕구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해주셨다. 현재 이를 위한 지역의 움직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최봉섭 : 노원구에서는 2021년 지역에서 돌봄사업을 하는 개인, 단체들과 함께돌봄사협(함께걸음, 사랑의손맛, 자활, 행복중심생협, 지역 청소기업, 재가장기요양센터 등 참여)을 만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독자적인 사업의 영역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활동은 아직 못하고,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거나 기관 실무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제대로 된 지역통합돌봄을 시도하려면, 사회적경제조직 중심에서 시야를 넓혀 지역 전체를 조망하며 지역통합돌봄을 고민하는 연대의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 행정을 견인하는데 있어서도 이런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민혜란 :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다른 형태의 복지전달체계나 영리 추구 수단으로 좁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고민 속에서 은평구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 단위들이 모여서 2020년 은평통합돌봄네트워크(이하 은돌네)가 발족되었다. 은돌네는 지역 내 필요한 돌봄을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해 만들어가면서도 지역거점을 기반으로 서로 돌보고 같이 돌보는 관계망(커뮤니티)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그 고민의 실천으로 사각지대의 돌봄 영역을 메우고자 ‘우리동네 일상생활 안심이웃. 은반장’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은반장 사업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긴급 출동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향후에는 독립적인 비즈니스모델로 발전시켜 갈 계획이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통합돌봄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나?

최봉섭 :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지역 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의원, 치과에 이어 가정의원 개원을 준비 중이다. 장애인, 어르신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주치의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원을 생각하고 있다.

함께걸음의료사협은 가정의원 개원을 준비 중이다. 사진을 의원개설을 위한 조합원 워크샵/제공=함께걸음의료사협
함께걸음의료사협은 가정의원 개원을 준비 중이다. 사진을 의원개설을 위한 조합원 워크샵/제공=함께걸음의료사협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렇지만 분명 필요한 일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가정의원이 안정화되면 가정간호사업, 데이케어센터, 요양원까지 세우고 싶다. 건강안심주택을 더 확대해 타운을 조성해 운영하는 것도 상상해본다.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걸음의료사협이 통합돌봄이라는 이슈를 더 적극 고민해 나가겠다.

민혜란 : 살림의료사협의 지난 10년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내부 사업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다가올 10년은 지역사회 전체로 시야를 넓혀 돌봄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 기존의 제도도 활용하고, 제도가 없는 경우는 정책제안자로서 역할도 적극 해나갈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이 다양한 형태의 활동을 지역에서 펼치며 스스로 성숙한 돌봄시민이 되도록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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