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청년조합원 먹거리 인식조사 결과 발표회 참여자들.
한살림 청년조합원 먹거리 인식조사 결과 발표회 참여자들.

“한살림의 프로그램이 ‘일반적인 가족형태’를 타겟팅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일을 하며 사회 초년생으로 적응하기 바쁘다보니 주체적인 식생활을 지키기 어려운 상태에요. 같은 지향성을 가진 청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한살림 조합원 소현

한살림 청년조합원들은 내 문제와 나의 가치관을 이야기 하는 대안공간으로의 한살림을 원하고 있었다. 또한 ▲청년조합원이 참여할 수 없는 시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총회 ▲관성적으로 진행돼 청년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프로그램 ▲지식을 주입하는 일방향적 방식 ▲청년의 관점이 아닌 예산사용에 초점이 맞춰진 기획 등 청년의 조합원 활동 참여가 어려운 활동정책의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지난 7일 열린 한살림 청년조합원 먹거리 인식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청년조합원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살림연합 교육장과 온라인 중계를 통해 진행된 이번 발표회는 한살림 구성원을 비롯해 관계자에게 청년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모심과살림연구소 청년연구팀 배기현, 김진아, 박주석 연구진(2020년 기준)이 총 3부로 구성된 ▲'우리가 왜 연구를 시작했나면요-먹거리 활동을 시작한 '나'의 이유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한 담론-한살림에서 청년하기' ▲'일곱가지 키워드로 본 한살림의 '청년되기''를 진행했다.

김진아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 정책기획팀원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생산자, 실무자,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발표회나 토론회 등 청년으로 참여하게 되면 ‘청년대표’라는 부담을 가지기 마련인데 오늘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닌 개개인들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이니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고 말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유기농펑크 아롬, 벗밭 가영, 모심과살림연구소 청년연구팀 기현, 한살림 실무자 현이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유기농펑크 아롬, 벗밭 가영, 모심과살림연구소 청년연구팀 기현, 한살림 실무자 현이

청년의 삶과 동떨어진 활동주제 및 활동방식이 아쉬워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먹거리로 전환을 가져오는 것도 불가능해요. 먹거리와 삶은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우리 삶의 일부에 먹거리가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의 식사를 어렵게 하는지를 살펴 만만한 선택지가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가영(벗밭 대표)

먹거리는 ▲기후 및 환경 ▲동물권 ▲노동 ▲젠더 같은 삶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특히 청년은 주거나 노동 등의 분야에서 열악한 조건에 노출돼 있다. 김진아 정책기획팀원은 “청년들을 불쌍하다고 여길 것이 아니라 이를 문제로 인지하고 사회구조를 정확히 바라봐야 한다”며 “청년들은 사회구조의 피해자로, 한살림이 지향하는 밥운동의 사회화를 위해서는 청년조합원들의 고민이 의제로 발굴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조합원들은 청년조합원 활동정책 한계로 ▲청년조합원이 참여할 수 없는 시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총회 ▲관성적으로 진행돼 청년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프로그램 ▲지식을 주입하는 일방향적 방식 ▲청년의 관점이 아닌 예산사용에 초점이 맞춰진 기획 등을 꼽았다. 활동가의 근무시간은 대부분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로, 이는 주부조합원의 활동에 맞춰진 시간이다. 한살림에서 활동가로 근무하는 경민은 “그동안 활동시간이 유지됐던 이유는 조합원 활동에 무리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사실 청년과 함께하려면 해당 시간이 적합하지 않다”며 “청년조합원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청년 위주의 활동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장려하지 못하고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도 한계로 거론됐다. 청년의 삶을 고려한 프로그램보다 예산사용에만 집중한 프로그램이 다수라는 것. 한살림에서 실무자로 근무하는 현이는 “청년이슈가 주목받으면서 청년활동이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아직까진 유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원 자녀 식생활 활동과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의 삶을 살피고 이후 청년들이 연결될 수 있는 사업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 은빈, 한살림활동가 경민, 한살림활동가 우준, 한살림활동가 소영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 은빈, 한살림활동가 경민, 한살림활동가 우준, 한살림활동가 소영

지향점 논의하고 연계활동을 만드는 자리 많아져야

“단순히 생산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먹거리에 대해 더 생각해 보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해요. 한살림은 생산자조합원이 함께 있으니 연결망을 활용해서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활동을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 생산자조합원 연다(소농로드)

청년조합원은 ▲생산자 일손돕기 경험 ▲내 삶의 방식이 변화될 때 ▲유기농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때 ▲활동을 통한 변화를 느낄 때 한살림 활동에서 가치를 느꼈다. 경남 고성 공룡나라 공동체에서 유정란을 생산하며 아버지와 함께 생산자조합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은주는 “‘유기농업을 한다고 환경이 바뀔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내 활동에 대한 기대를 하기도 한다”며 “까마득한 농촌이지만 3년 전부터 반딧불이가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 전 반딧불이 한 마리를 보고 내 일의 의미와 변화를 느껴 감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자조합원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행복하게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고 마을에서 아버지를 시작으로 유기농업 단지를 짓고 있다”고 말했다.

한살림에서 함께 활동을 연계해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생산자조합원 간 연계활동 ▲소비자와 생산자 단순한 연결 이상의 방안 ▲식생활 교육을 벗어나 사회문제를 다루는 연결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가영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것 보다 농부친구 한 명을 두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라며 “도시에 살면서 거리 등의 문제로 농부친구를 만나기 어려운데 많은 친구를 소개시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대표로 활동하는 은빈은 “좋은 조직에 대한 생각은 다들 다르겠지만 나의 경험에서는 숨통이 트여있는 조직이 가장 좋은 조직이었다”며 “숨통이 트여 있다는 것은 역동적이고 불안정할 수 있고 조직 안에 불만, 긴장과 동시에 피드백과 이를 고치기 위한 실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운동적인 삶을 택했을 때는 불편한 자리나 경험을 답답한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 이를 역동적인 에너지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정책기획팀원은 “청년조합원들은 한살림에 세련됨이나 편리함을 원하기보다 내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공간으로의 역할을 원한다”며“ 그 과정에서 현실에서 사전적으로 정의되는 편리함과 세련됨을 다르게 이야기하는 방식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살림 청년 조합원 먹거리 인식조사’ 보고서는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심과살림연구소는 2002년 문을 연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한살림모임이 역임하는 생명문화운동의 역할 계승과 생명협동운동에 관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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