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을 담은 자활(自活, self-support)은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시기 전국에 지역자활센터가 설립되면서 ‘자활공동체’라는 이름의 자활사업이 본격적으로 육성된다.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자활공동체’는 현재의 ‘자활기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자활사업(기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사회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활 참여자들의 자활성공률(자활사업 참여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수급하거나 취·창업에 성공한 자의 비율)은 34.4%, 탈수급률(자활사업 참여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수급한 자의 비율)은 25.1%로 나타났다. 근로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탈수급에 성공한 빈민자들은 이제 기업 대표이자 직원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자활사업은 우리 사회의 '복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개념과 가치에 대해 생소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도시에 거주하는 빈민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자활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출처=클린쿱사회적협동조합(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클린쿱사회적협동조합(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성장에 비해 자활기업 설립은 주춤

국내 자활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자활복지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지역자활기업 매출액은 3074억원으로 2017년(1602억원)에 비해 1.92배 증가했다. 전체 고용인원 역시 1만5961명으로 2017년(1만4154명)에 비해 1.13배 늘었다.

하지만 설립되는 자활기업 수는 주춤한 상태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는데 2012년 설립된 자활기업은 1340개였지만, 2020년에는 1062개로 나타났다. 자활근로사업단에서 기업을 창업하는 수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근로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요건을 충족해도 자활역량평가 결과 80점 이상은 고용노동부가 진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로, 80점 미만은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자활사업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수급자 중 더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취성패로 연결되는데, 그러다보니 자활근로사업단에 배치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근로미약자인 경우가 많아 창업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자활 참여자들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기업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장 관계자들에 의하면 참여자들은 매월 받는 급여에 성과금 등을 추가하면 월 200만원이 넘게 수령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창업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 없는 돈을 받을 수 있게되는 것이다. 서용식 한국자활기업협회장은 “급여 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창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활기업의 증가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연결된다.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업무능력을 높인 사람들이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려면 기존에 쌓은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자활기업 형태가 제일 좋다. 결국 자활기업 확대는 자활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자활기업은 사회적경제 영역 중 가장 역사가 깊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규모가 가장 작기 때문에 생태계가 확대돼야 한다. 

이문수 한국지역자활센터 사무총장은 “자활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자활근로사업단 참여자들이 ‘자활기업을 창업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스템을 다시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활기업을 활성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자체에 조성된 자활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019년 9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지자체에 자활기금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전국 지자체에서 자활기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총장은 "특히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 부분이 엄격해서 지자체 원금보다는 주로 이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금을 쌓아두고 사용하지는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서용식 회장은 "지역에 따라 (광역·지역)센터는 기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활기업이 기금을 쓰는건 너무 힘들다”고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자활기금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려면 지자체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자체적으로 운영이 힘들면 위탁하는 방법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활기금 관리·운용 현황 및 개선과제’를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8조의3제2항에 따라 효율적인 자활기금의 관리·운영을 위해 한국자활복지개발원에 자활기금을 위탁할 수 있게 했지만, (2020년 기준)자활기금을 위탁하고 있는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용식 회장은 “최근에는 자활기금을 조금씩 활용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멀었다”며 자활기금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는 생각을 전했다.


[미니 인터뷰] 서용식 한국자활기업협회 신임 회장

서용식 한국자활기업협회 신임 회장
서용식 한국자활기업협회 신임 회장

지난 2월 18일 서용식 한국자활기업협회장이 3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로운넷>이 2년간 한국자활기업협회장 역할을 수행할 서용식 신임회장을 만났다.

Q. 회장으로 선출된 소감.

회장으로 선출되기 전 2년 동안 경기도자활기업협회장직을 수행했다. 경기도는 정책적으로 자활기업의 역할이 어느정도 자리가 잡힌 상태다. 공공(경기도)과의 연대 활동을 통해 자활기업이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을 보면 미흡한 곳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회장에 출마할 때 ‘자활기업을 알리는 것에 주력 하겠다’는 걸 공약으로 내걸었고, 잘 해나갈 생각이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자활기업을 규모화 시키려고 한다. 소규모 기업을 연결해 규모를 확대할 것이다. 작은규모로 운영되다가 폐업을 하는 것 보다 연대의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역할을 (지역·광역)센터, 협회와 함께 해 나갈 것이다.

임기 동안 한국지역자활센터협의회와 한국자활복지개발원, 보건복지부와 소통하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개발원에서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경우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할 생각도 있다.

Q. 새 정부가 들어선다. 자활기업에 영향이 있을까.

그렇게 큰 영향이 있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자활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지역·광역)센터와 개발원 복지부 그리고 자활기업이 하나처럼 굴러가야 한다. 그래야 바뀔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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