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을 담은 자활(自活, self-support)은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시기 전국에 지역자활센터가 설립되면서 ‘자활공동체’라는 이름의 자활사업이 본격적으로 육성된다.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자활공동체’는 현재의 ‘자활기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자활사업(기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사회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활 참여자들의 자활성공률(자활사업 참여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수급하거나 취·창업에 성공한 자의 비율)은 34.4%, 탈수급률(자활사업 참여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수급한 자의 비율)은 25.1%로 나타났다. 근로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탈수급에 성공한 빈민자들은 이제 기업 대표이자 직원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자활사업은 우리 사회의 '복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개념과 가치에 대해 생소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도시에 거주하는 빈민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자활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자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만들어지면서 이긴 했지만, 사실 시범사업까지 생각하면 1995년~1996년경 시작된 거예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까지 7번째 정권을 맞이하는 거죠. 그간 여러 정권을 거쳤지만 (근본적으로) 뭔가가 달라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은 “각 정권마다 강조하는 것에 차이가 있긴 했지만, 정권에 따라 흔들리거나 바뀌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무엇인가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사회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을 보인 만큼, 자활사업(기업)은 그동안 수행해 왔던 것처럼 빈곤자들을 위한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과의 일문일답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출처=이로운넷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출처=이로운넷

Q.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다. 자활 영역에도 영향이 있을까. 

정권의 특성에 따라 강조하는 지점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건 명확하다.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의 경우 자활 참여자 확대, 참여자들의 급여 인상 등에 주로 신경을 썼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자립을 촉진시킬 수 있게 하는 전략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활' 그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새 정부는 급격하게 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기상조지만 정권이 바뀌었으니 추이를 지켜보면서 자활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잘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의견을 개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Q. 문재인 정부의 자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자활사업 참여자 확대와 자활급여 인상이 포함됐다. 문 정부 초창기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그에따라 자활급여도 인상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활 참여자들도 늘어났다. 자활기업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든게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다.

또 그동안 '자활기업 생산품 우선구매 제도'가 없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을 통해 해당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자활기업이 조금 더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여건을 정비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고 본다.

물론 현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몇 가지 지점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면서도 현장과 정부(정책)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보건복지부와 정책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자활기업협회)과 한 달에 두 번씩 회의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 중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 현장의 요구가 항상 일치할 수는 없기에 정부 정책의 당위성 등을 현장에 전달해 설득하는 역할도 한다.

Q.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활기업은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의 원형이다. 하지만 자활기업의 수는 많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요인 등으로 폐업을 하는 곳도 생겼다. 그 이유는 자활기업은 사회적경제조직 중 가장 취약한 대상들이 참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전문성도 부족해 업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회적경제조직에 비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시작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디거나 지체되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소규모 창업이 많고, 운영의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개발원도 소규모 자활기업을 규모화시키기 위한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국내 자활사업(기업)이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면서도, 자립 역량과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창업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잘 하기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러려면 사람들을 발굴해서 교육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물적 지원도 필요하다.

자활기업을 창업한 뒤에는 잘 안정될 수 있도록 규모화 시키거나 프랜차이즈 등을 통해 성장시킬 필요도 있다. 굉장히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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