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에서 사회적경제가 실종되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 의원이 2011년 상반기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첫 번째 법안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을 발의했던 상징적 의미와, 2014년 4월 보수정치인 유승민 의원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한 것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아쉽다고 하겠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인수위가 구성 될 것이니 차분히 차기 대통령 인수위에 사회적경제의 입장을 전달 할 구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왜? 사회적경제가 대선 의제에서 사라졌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역대급 정책 실종 선거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사회적경제 진영의 준비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혹, 사회적경제가 대선이라는 정치적 공간을 위해 세운 전략에 잘못은 없었는지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토론할 필요가 있다. 더하여 논의의 결론을 ‘사회적경제와 정치’와 같은 문서로 정리하여 앞으로 함께 논의해갔으면 더 좋겠다. 왜냐하면 곧바로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의 미래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시작하자!

지금으로서는 어떤 정당, 정치세력이 집권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는 좌우를 넘어, 어떤 정부와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역사 속에서 자본과 시장의 실패는 늘 존재해왔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정책은 언제든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경제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사회적경제가 더 길고 멀리 전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새로운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마침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에서 사회적경제의 정체성 수립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으니 이런 자료를 장작 삼아 사회적경제의 정의와 역할에 대해 본격적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만약, 사회적경제가 이런 논의에 관심이 있어 새로운 논의를 시작한다면 나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에 깊이 관여한 돈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을 다시 음미해 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돈 호세 마리아 신부는 일시적 개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자본주도의 사회를 노동주도의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방법에 있어서는 매우 합리적이며 또한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사상 협동주의는 ‘자본주의의 부정의와 사회주의의 비효율을 넘어선 정의와 효율의 통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를 위험한 급진주의자로 분류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를 건설적 사회주의자로 분류했다. 다만, 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극단으로 대립하던 시기에 돈 호세 마리아 신부가 기존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모색한 점도 놀랍고 그 방법 역시 현실적이어서 오늘날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기업이 존재한다는 점도 놀랍다.

우리는 나아가면서 길을 만든다.

돈 호세 마리아 신부는 평소 “우리는 나아가면서 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려면 개방되고 융통성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되 돈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처럼 이를 실현 할 방법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적경제의 길은 사람, 지역, 연대, 사회혁신의 가치에 기반하되 특정 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공동체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경제 제도의 건설에 도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과도하게 커진 시장을 다시 사회를 위한 기능적인 것으로 돌려놓으려는 운동이라는 지향을 지니고 멀리 나아가기 위해 다시, 사회적경제의 길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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