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30대 청년을 초청해 주는 곳이 많고, 정치인들도 부르려 하잖아요. ‘그럼 내 나이를 이용해서 뭔가 계속 말하고 다녀야겠다’라는 게 제가 요즘에 갖고 있는 생각이에요.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분명히 있겠지만요.

'청년들은 뭔가 개혁적인 걸 말할 거야, 뭔가 진보적인 걸 말할 거야. 생각지도 못하게 과도한 걸 요구할지도 몰라.' 이런 편견도 있는데, 저는 그 편견도 다 이용하고 싶더라고요. 우리가 그동안 해내지 못한 개혁들, 그 개혁들이 사실은 이렇게나 필요하다고 알리는 거죠. 이런 이야기를 용기 있게 하는 게 청년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의외로 잘 받아들여지기도 하거든요.”

16일 청년허브가 주최한 청년포럼 현장. 마이크를 잡은 현유정 빅웨이브 활동가는 변화와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양껏 활용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빅웨이브는 올해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전달된 '2040 기후 중립 시나리오를 위한 청년 제안’ 작성에 참여한 단체다.

해당 포럼은 성과공유회 형식으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올 한해 청년허브가 청년을 위해 진행했던 일자리, 교육, 공간, 의제, 연구 사업 등을 총정리할 목적으로 진행된 행사다. 청년허브가 주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발제하고 이야기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일을 만들고 찾을 수 있었어요”

14일 열린 청년 일자리 포럼./사진=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유튜브 캡처
14일 열린 청년 일자리 포럼./사진=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유튜브 캡처

14일 열린 청년 일자리 포럼 '나의 일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청년들'에서는 청년허브가 진행하는 청년 직업실험 지원사업 참가자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청년허브는 2018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활동 중인 만 19~39세의 청년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청년 직업실험 사업 ‘청년업’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해당 사업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실험하고 만들어내거나 취업했다.

청년업의 과제는 변화하는 일의 가치와 노동환경 속에서 새로운 직업 모델을 창출하는 거다. 김수인 청년허브 지원1팀장은 "인플루언서나 틱톡커처럼, 예전에는 직업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이제는 선망의 직업이 됐고, 앞으로도 또 어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직업의 범주가 넓어지면서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청년세대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직업을 탐구할 기회가 필요해졌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직업실험에 필요한 사업비 300~800만원과 함께 창직 전문가의 1:1 컨설팅, 회계법률마케팅 등 역량강화교육을 지원받았다. 청년허브는 지난 4년간 총 82개 실험을 지원해왔다.

이날 포럼에서는 청년업을 통해 ‘비건’이라는 주제로 일을 만들어낸 2가지 사례가 소개됐다. 반려동물을 위한 채식 브랜드 ‘비견’을 운영 중인 김솔민 씨는 반려견 ‘주니’의 당뇨 진단을 계기로 지난해 창업했다. 그는 “외식조리 전공을 살려 반려견 영양학을 공부하고, 당뇨견 사례를 살피면서 주니가 먹을 자연식을 만들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청년업 지원을 통해 시제품을 개발하고 체험단을 운영하는 등 지금의 비견이 기반이 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김솔민 씨는 “특히 체험단을 운영하면서 채식주의자들이 실제로 자신의 반려견에게 고기 간식을 주는 걸 불편해하고 있었다는 점, 고기 알러지나 질병상의 이유로 고기 간식을 먹지 못하는 반려견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비건베이커리 ‘홀썸’을 운영하는 배서영 씨는 청년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배송/포장 서비스를 실험했다. 배송과 포장에 쓰이는 모든 용기를 다회용기로 사용하고, 직접 수거해서 다시 재사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화물 운송 자전거로 배달하며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포장해가는 사람에게는 4000원의 보증금을 받고 다회용기 통을 빌려주는 실험을 했다. 실험 기간 1달 동안 돌아온 다회용기는 전체의 약 절반. 실험이 끝나고도 하나 둘 씩 더 돌아오고 있다. 배서영 씨는 “(청년업을 통해) 친환경 포장과 배송 시스템을 마련하고, 앞으로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다가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청년업에 ‘2021년 청년업 글로벌 퍼실리테이터 자립실험’이라는 주제로 참여했던 박솔바로 씨는 국제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창설하는 실험을 했다. 6명의 실험 참여자를 모아 퍼실리테이션 방법과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 등 교류업무 툴 사용법 등을 가르쳤고, 이를 바탕으로 비대면 국제교류 활동 서비스를 만들 예정이었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레퍼런스 조사를 했던 기관에 취업하게 됐다. 박솔바로씨는 “청년업 진행 기간 취업 제안을 3번쯤 받았다”며 “내 일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했던 일들을 청년업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내가 하려던 일과 비슷한 걸 하는 곳을 만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 발표자들은 ‘실패해도 괜찮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데서 청년업의 의미를 찾았다. 김솔민 씨는 “부담 없이 시도해보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었던 기회가 가장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배서영 씨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기 때문에 틀 밖에서 생각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예상치 못했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솔바로 씨는 ‘자율성’을 청년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내놨다. 그는 “보통 이런 지원사업은 돈 주는 존재(발주자)가 원하는 일을 대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업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내가 갖고 있던 상상을 공적인 장소에 다 꺼내놓을 수 있었고, 청년허브나 서울시를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기후위기 대응 주체로서의 청년…주변부에서 중심으로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청년 대담회 현장./사진=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유튜브 캡처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청년 대담회 현장./사진=서울특별시 청년허브 유튜브 캡처

16일 열린 청년 연구 포럼 ‘청년 기후위기 행동의 오늘과 내일’에서는 2021년 청년허브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청년 기후위기 대응 단체들의 당사자 간 소통이 이어졌다.

먼저 올해 청년허브의 기획연구인 ‘청년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 연구’ 책임을 맡은 김남수 국토환경연구원 부원장은 기후 관련 활동을 하는 청년 단체들을 살펴본 결과를 공유했다. 분석 결과 독립 조직이나 동아리, 기관 소속 조직 등 국내에 약 67개 단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공동으로 활동하거나 연대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었다.

김 부원장은 청년들의 기후 연대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2040 기후 중립 시나리오를 위한 청년 제안(이하 청년제안)'을 들었다. 청년제안은 올해 9월,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8개 청년단체가 모여 정부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한 기후 중립 시나리오다. 환경부가 10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 <부록 3>으로 포함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김 부원장은 “기존에는 일반적인 기성세대들이 주도하고 청년단체들이 결합하는 양식으로 협력하는데, 이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는 10개의 청년단체가 주도하고, 다른 일반 단체들이 연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특징”이라고 짚었다.

청년제안 작성에 참여했던 현유정 빅웨이브 활동가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시나리오를 제출한 후, 정부 최종안에 부록으로 담긴 거로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실제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우선적으로는 각자 분산돼 활동 중인 청년단체들을 더 연결해 활동 규모를 키워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지윤 긱(GEYK) 활동가는 청년허브의 지원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자와라는 섬에 석탄발전소가 두 기가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건설과 금융에 개입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를 공론화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고 전했다.

김지윤 활동가는 이런 활동을 통해 알게 된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기후위기, 탄소배출 문제 자체는 국지성 문제가 아니더라”라며 “탄소 자체는 우리나라에서 배출했지만 다른 나라가 피해를 볼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니 해외 주체와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서울시 청년정책을 총괄하는 김철희 미래청년기획단장은 “청년문제는 고령화와 저출생, 팬데믹, 경제 불안 등 다른 사회문제와 얽혀 있어 더욱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해결 과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당사자인 청년들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은 서울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도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년허브 사업 성과 전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상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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