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쓰는 정부. 하지만 꼭 돈을 들인 만큼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종종 '퍼주기'라는 지적도 받는다. 투입한 재원만큼 효과가 보장될 방법은 없을까? 최근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재정 지출 방식으로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연계채권)'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SIB의 국내외 성공·실패 사례를 다루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한다

 

“SIB는 상위법이 없어요. 그래서 지자체들이 조례를 기반으로 SIB를 추진합니다. 아무래도 근거법안이 없다보니 지자체 공무원들도 추진에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상위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특정한 스타트업의 성공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에요. 사회문제 해결에는 스타트업 뿐 만 아니라 공공기관, 재단법인, 사단법인, 비영리까지 협업하는게 필요해요. 그런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SIB밖에 없어요. 그래서 임팩트투자사들이 SIB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한 SIB 아이디어 경진대회 같이 공무원들의 참여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상금으로 SIB와 관련된 타당성 검토나 용역 등을 진행 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SIB가 연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제도로 SIB가 상향 평준화 될 거라고 생각해요.” -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16년 서울시에서 진행한 SIB 1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후 약 5년이 지났다. 그동안 3개의 지역에서 4개의 SIB가 진행됐고 지자체별로 17개의 조례가 만들어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제도와 정책, 인지도 등이 성장해왔다. 하지만 SIB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이로운넷>은 서울시 SIB 초대 심의위원장을 거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국내 1호 SIB사업에 투자한 엠와이소셜컴퍼니의 김정태 대표, 그리고 국내 첫 SIB 사업을 기획하고 설계한 팬임팩트코리아의 곽제훈 대표와 SIB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IB 전문가 좌담회에 참여한 (왼쪽부터)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의 대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SIB 전문가 좌담회에 참여한 (왼쪽부터)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의 대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Q. 1호 SIB사업은 2016년 시작됐다. 초기단계인 만큼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이하 곽제훈) : 먼저 SIB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했다. SIB가 복잡한 개념이기도 하고 선행 사례도 없었다. 그래서 공공이나 민간에 SIB 모델에 대한 설명과 필요성, 공감대를 얻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하 김갑래) : SIB 수행의 첫 걸음은 조례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SIB의 취지에 대해 모두가 동의했다. 하지만 조례 제정에도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다른 정치적인 사안이 있거나 하면 지체되기도 했다. 또 자치단체장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진전됐던 사항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있었다. 정치,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곽제훈 : 처음엔 SIB에 대한 소개를 문서로 만들어 부서들을 찾아다녔다. 이전에 없던 사업이다보니 다들 소관부서가 아니라고 했다. 소관부서를 찾아다니는데만 6개월이 걸렸다. SIB는 성과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기존에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과 다르다. 그래서 소관부처는 제도적 근거가 없어 수행이 어렵다고 했다. 시간을 많이 쓰기도 했고 포기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시의회를 찾아가서 조례제정 TF를 구성하게 됐다. TF 구성은 김갑래 위원님을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이하 김정태) : 지금은 소셜임팩트나 ESG라는 단어가 굉장히 핫하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Social이나 Environment를 이야기하면 비영리 쪽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SIB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었다. 

김갑래 : 일반적인 회계원칙은 1년 단위로 예산이 집행된다. 하지만 SIB는 짧으면 3년에서 길면 5년까지 장기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후 이 성과를 평가해 보상을 진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공공이 진행하던 방식과는 달랐다. 공공예산 집행의 원칙이나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등에서 예외 규정을 찾거나 의원이나 공공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김정태 : 김갑래 연구위원님과 곽제훈 대표님이 사회적금융 포럼에서 SIB가 무엇인지에 대해 발제와 포럼을 통해 공론화를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 공론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중요했던 거 같다.

곽제훈 : 초반에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SIB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 당시에는 인지도가 0이었고, 지금은 아주 조금 뭔가 만들어진 상태다. 그래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더 많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

Q. 엠와이소셜컴퍼니는 국내 1호 SIB에 투자한 첫 임팩트투자사다. 전례가 없는 사업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태 : 투자자들도 성과를 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 SIB 투자는 처음부터 팬임팩트코리아 같은 운영사가 성과를 설계해 제안한다. 투자를 하면 어떤 성과가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임팩트투자자 관점에서는 안할 이유가 없다. 주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사회문제인지 아닌지 같은 이유를 제외하면 더 그렇다. 투자 후 성과를 낼 것인지 명확한 성과를 확인하고 거기에 자본을 투자할 것인지의 관점에서도 투자를 안할 이유가 없다. 

Q. 임팩트투자사로서 가지는 관심도 있는 건가?

김정태 : SIB는 임팩트 투자에서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임팩트 투자사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SIB는 굉장히 독특한 임팩트 투자고 임팩트 투자사에게는 대체 투자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또 굉장히 명확한 수익률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벤처라는 스타트업에게 투자하는 방법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하나의 특정한 스타트업이 성공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건 스타트업 뿐 만 아니라 공공기관, 재단법인, 사단법인, 비영리까지 협업하는게 필요하다. 그런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SIB 밖에 없다. 그래서 임팩트투자사들이 SIB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Q. 이후 SIB에도 투자를 진행했나?

김정태 : 서울시 1호 SIB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그래서 투자원금을 회수했고 수익도 최대치로 얻었다. 그래서 이번에 부여군에서 진행하는 치매 예방 주제 사업에 수익금의 일부를 재투자했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

Q. SIB의 모델이 복잡하다보니 오해도 많을 것 같다. 어떤 오해들이 많았나.

곽제훈 : SIB는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상을 진행한다. 의외로 민간쪽에서 ‘성과를 확인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본인들을 평가하고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여기는 오해를 한거다. SIB에서 말하는 성과는 그런 것이 아니다. SIB의 평가는 결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공정하게 성과를 보상하기 위한 지표고 장치다. 평가라는 기준이 올바른 SIB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근거다. 이런 오해는 초반보다 많이 해소된 편이다.

김정태 : 쉬운 예로 오해를 설명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보험에 가입할 때 대부분 보험이라는 시스템을 믿고 가입한다. 약관을 일일이 다 읽는 분은 거의 없을 거다. 물론 다 읽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SIB도 비슷하다. 설계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단체들이 함께하는지도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곽제훈 : SIB는 모델이 복잡해서 우리나라에서 실패할거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1호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후속 정책들도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SIB를 도입한 국가도 굉장히 많아졌기 때문에 그말이 틀렸다는 건 이미 증명 됐다.  

Q. SIB는 구조가 복잡해 비전문가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이 담합해서 성과를 조작하거나 수익을 조정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

김갑래 : SIB 수행 초반 서울시 사회성과보상위원회의 위원이나 위원장을 거쳐서 말할 수 있다. 그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특혜를 줄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다. 위원이나 위원장을 비롯해 시의원과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구성원으로 있기 때문이다. 평가기관이나 수행기관도 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된다. 그래서 조정 같은 것이 불가능하다.  

곽제훈 : SIB에는 민간, 공공, 비영리단체 등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설계에서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사업 기획 시 난이도를 매우 낮춰서 투자자가 쉽게 수익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획을 하면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의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수 없다.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해당 지자체와 시의회의 의결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불균형한 설계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또 지자체 입장에서는 큰 성과를 가져오고 싶기 때문에 난이도를 높이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투자자나 수행기관이 참여하지 않는다.

Q. 설계는 투자자와 지자체의 의견만으로 설계가 진행되는 것인가. 

곽제훈 : 절대 아니다. SIB는 운영기관이 독립적으로 설계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 사회문제를 개선했을 때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는 지 명확한 수치를 계산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 절감액이 전체 투입되는 비용보다 더 커지도록 설계한다. 그래서 잘 설계된 사업은 성공하면 공공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실패하면 공공은 손해를 보지 않고 민간 투자자가 그 손실을 감내하는 구조다. 투자자들이 손실 떠안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임팩트 투자자들은 위기를 인지하고도 투자를 진행한다.

김갑래 : 덧붙여, 사업을 심사할 때 운영기관의 다양한 역량을 본다. MOU 등을 통해 자금모집 능력 등을 살핀다. 심사위원 개인이 특혜를 주고 싶어도 성과와 수치에 기반하는 기준이 있어서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   

곽제훈 :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이 있다. 가정이지만 SIB를 설계하는 운영기관, 투자자, 그리고 정부의 사업부서, 심의위원회, 의회까지 다 담합을 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김정태 : 그런 담합은, 아름다운 담합이다.(웃음)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Q. SIB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곽제훈 : 지금 각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SIB를 추진하고 있다. 상위의 근거 법안이 없어 지자체 공무원들도 추진에 부담을 갖는다. 그래서 상위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좋은 법안 발의 사례가 있다. 미국의 경우 진보당과 보수당이 협력해 SIB 법안을 발의해 2018년에 통과 됐다. 이런 사례를 통해 SIB는 정치적인 입장과는 무관한 범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수단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도 진보와 보수가 협력해서 정책적인 법안을 만들었으면 한다.

김정태 : 사일로(Silo)*로 여겨지는 부분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SIB를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청소년과나 보건과가 담당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문제로 보면 다양한 영역이 걸쳐져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오게 되는 어려움이 사일로 중에 하나라고 본다. 또 정부와 투자자의 언어차이, 제도차이도 있다. 다양한 기관과 기업들의 공통적인 언어와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SIB는 더 빠르게 대중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일로 : 곡식 및 사료를 저장해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인 사일로(silo)에 빗대어 장벽을 의미.

김갑래 :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SIB 아이디어 경진대회’ 같이 공무원들의 참여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많아졌으면 한다. 경진대회 상금으로 SIB와 관련된 타당성 검토나 용역 등을 진행 할 수 있다. SIB가 연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들도 필요하다. 지속적인 지원을 하게 되면 지자체의 특성이 담긴 SIB들이 계속적으로 모델링 되고 상향 평준화 될 거다.

Q. 마지막 질문이다. ‘SIB는 OO다’ 라는 문구를 사전에 전달했다. 빈 칸을 채워 넣자면?

김갑래 : SIB는 10점 만점에 10점이다. SIB는 미국에서 쓉(10)이라고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했다. 또 다른 복지 확대 수단과 비교했을 때 10점 만점에 10점이다.

곽제훈 : SIB는 해결책이다. 정부가 예산을 잘 사용하도록 하는 해결책.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해결책.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태 : SIB는 집합적 임팩트다. 공공, 민간투자자, 수행기관, 평가기관을 비롯해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들까지 모두가 함께한다. 이들은 서로 소속을 비롯해 모든게 다르지만 함께 뭔가를 이루어내기 때문에 SIB가 ‘집합적 임팩트’라고 생각한다. 

Q.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정태 : 이렇게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해 보니 색다르기도 하고, 보람도 더 느껴진다.

김갑래 : 이야기를 해보니,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할 지도 조금씩 명확해 지는 것 같다.

김정태 : 곽 대표님이 SIB의 역사 책 한 번 쓰는 건 어떤가. 국내 도입의 역사를 비롯해서 말이다.

곽제훈 : 결말까지 좋아야 책을 쓰는데, 진행 중인 사항이 많다. 또 아직도 어려운 상황과 일들이 많기도 하다. 그래도 나중에 언젠가는 책을 쓸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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