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쓰는 정부. 하지만 꼭 돈을 들인 만큼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종종 '퍼주기'라는 지적도 받는다. 투입한 재원만큼 효과가 보장될 방법은 없을까? 최근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재정 지출 방식으로 'SIB(Social Impact Bond, 사회성과연계채권)'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SIB의 국내외 성공·실패 사례를 다루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한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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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필두로 전세계에 퍼지면서 새로운 사회가치 창출 방식으로 인정받는 SIB(Social Impact Bond) 사업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2016년 서울에서 첫 삽을 뜬 이후 서울, 경기, 충남 부여로 이어졌다. 청년 취업난 해소, 기초생활수급자 탈수급, 치매 발생률 저하 등의 사회문제에 집중해 사업을 진행중이다.

국내 SIB 사업은 도입 기간이 짧고 아직까지는 복지적 성격이 강한 분야의 사업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의 인식제고와 제도 정비가 진행되면 해외의 사례처럼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SIB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핀란드에서는 각각 대학생의 중퇴율 감소와 공무원 병가 감소를 목표로 하는 SIB 사업을 선보였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SIB의 방식을 도입한 '개발성과연계채권(DIB, Development Impact Bond)'도 만들어졌다. 영국의 경우 아프리카의 수면병 감염 감소를 위해 해당 방식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기도 1호 SIB 운영기관인 황선희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해외의 경우 교도소 출소자나 청소년 범죄 재범률 감소 같은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에 SIB를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 SIB도 사회·제도적으로 안정화되면 다룰 수 있는 사회문제의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1호 SIB사업의 운영구조/출처=팬임팩트코리아 홈페이지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1호 SIB 사업의 운영구조/출처=팬임팩트코리아 홈페이지

아시아 1호 SIB 사업 서울에서 진행, 성공사례로 기록

SIB는 공공의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민간이 사회문제 해결에 자금을 투자해 사업이 진행된다. 이후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하면 정부가 보상하는 방식이다. 2016년 8월 아시아 최초 사회성과보상사업이 서울시에서 시행됐다.

사업은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3년 간 진행됐다. 운영사는 팬임팩트코리아(대표 곽제훈)가 선정됐다. 사단법인 피피엘, 엠와이소셜컴퍼니, 유비에스증권 서울지점이 투자자로 함께했다. 총 11억 여 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후 대교문화재단 컨소시엄이 사업 수행기관으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평가기관으로 선정됐다. 

첫 SIB 사업은 2019년 8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성공 기준은 사업에 참여한 경계선지능 아동의 33% 이상에서 지능과 사회성 지표 개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설정했다. 경계선지능 아동 74명(중도이탈 제외) 중 52.7%에서 목표한 지표가 개선됐다. 최대 성과목표인 42%보다 10%p 이상 초과달성한 수치다.

서울시는 운영기관(팬임팩트코리아)에 성과보상금으로 사업비(10억 3000만 원)와 인센티브(3억 1000만 원) 등 총 13억 4000만 원을 지급했다.

투자에 참여한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 대표는 “SIB는 기획자가 투자의 설계를 진행하고 성과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전적 사회적 성과가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2호 SIB는 2020년 11월 16일부터 2023년 11월 15일까지 취약계층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진행된다. 서울시 내에 거주하고 일자리가 없는 500명 이상의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국내·외 취업 및 창업을 3년간 지원한다. 

2017년 2월 24일 진행된 기초생활수급자의 탈수급을 목표로 진행된 경기도 1호 SIB 선포식/출처=㈜한국사회혁신금융
2017년 2월 24일 진행된 기초생활수급자의 탈수급을 목표로 진행된 경기도 1호 SIB 선포식/출처=㈜한국사회혁신금융

예산의 한계성 극복, 명확한 성과 예측 가능한 SIB  

지방자치단체에서도 SI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계선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1호 사업을 시작으로 서울, 경기, 충남 부여 등 3개의 지역에서 ▲청년 실업 해소 ▲기초수급자 탈수급 ▲경도인지장애자 치매 발병률 감소 등을 주제로 총 4개의 사업이 진행됐거나 진행중이다.  

경기도 1호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의 탈수급을 목표로 2017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진행됐다. 참가자 20%의 탈수급 기간을 1년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다. 사업은 탈수급자 비율 20.2%를 달성해 성공했다.

당시 사업을 담당했던 홍장선 경기도 보건의료과 팀장은 “복지 분야의 경우 사업을 한 번 시작하면 사업 축소가 어려워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산을 무한정으로 증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SIB 사업 방식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목표도 분명하고 사업비의 범위나 성과의 수치 등이 객관적이었다”며 첫 사업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전했다. 

부여군도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발병하는 노인의 비율 감소를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2021년 6월 28일부터 2024년 6월 27일까지 수행된다. 노인의 치매 발생률은 연간 1~2%인 반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발병하는 비율은 15% 정도다.

부여군 SIB 사업은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의 치매 발병률을 1년마다 측정해 3년 후 7.5% 이하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성과 달성 시 수치에 따라 투자금액의 최대 24%를 인센티브로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1호 SIB 사업에 투자한 엠와이소셜컴퍼니는 수익금 일부를 부여군 사업에 재투자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선명 부여군청 기획팀 주무관은 “민간에서 먼저 투자하고 성과가 있으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성과보상을 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메리트를 느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기 전 시험적으로 사업의 성과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여군은 노인이 많아 치매예방에 관심이 많았고 가장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주제기 때문에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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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 지역조례 확산...법안은 아직

2014년 3월 20일, ‘서울특별시 사회성과보상사업 운영 조례’가 전국에서 첫 번째로 제정됐다. 서울시의 조례 제정 이후 경기도, 수원시, 제주도, 광주광역시 등 17개의 지자체가 조례를 발의했다.

사회성과보상사업 관련 법안은 ‘공공성과보상사업의 추진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으로 2019년 4월 1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처음으로 대표발의 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차례 더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 됐다.

21대 국회에서는 3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 중 가장 최근에 유동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2021년 5월 26일 발의 후 소관위 접수에 머무르고 있다. 때문에 SIB는 아직 지자체의 조례 제정을 통해 지방정부 단위에서 추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곽제훈 팬임팩트코리아 대표는 “SIB 관련 법안이 없어 지자체 등에서 사업을 수행 할 때 근거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안이 있다면 좀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SIB는 성공한 사업에만 보상해 재정효율 및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SIB 활성화를 위한 연방법’을 공동발의해 2018년 법안이 제정됐다. 한국의 경우도 과거 바른미래당,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2016년 당시 새누리당은 나눔경제특위에서 논의된 사회성과연계채권 발행을 1차 총선공약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곽 대표는 “미국의 경우 여야가 SIB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해 2018년에 통과됐다”며 “이는 SIB가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좋은 정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보수와 진보의 협력으로 법안이 발의되는 좋은 사례가 기록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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