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프로야구 대전 한화이글스파크 경기장 청소는 사회적경제기업 도원참사랑나눔(대표 권경미)이 맡고 있다. 야구장 청소는 관중들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음료수병, 종이 박스와 치킨과 떡볶이 등 관중들이 먹고 남긴 음식들을 치우는 일이다.

2021년 막바지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트윈스 대전 원정 응원단
2021년 막바지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트윈스 대전 원정 응원단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밤 9시 50분. '최강' 한화이글스와 '무적' LG트윈스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안타수 4:4와 양팀 득점 1:1, 9회까지 팽팽한 승부다. 9회 경기를 승전으로 끝내기 위해 LG 트윈스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린다.

9회가 끝? 아니, 9회가 시작?

9회말 게임종료 시간은 야구장 청소인력들이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다음날을 준비하기 위해 치우고 쓸고 닦고 한다. 수색작전 같은 그룹줍킹으로 시작해 쓸기닦기와 분리수거로 이어지는 연속과정이다.

수거된 각종 쓰레기는 1톤 트럭으로 2~3대 분이 나온다. 코로나19 이전에 만원 관중일 때는 보통 30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와서, “언제 다 치우냐”소리가 절로 나왔다고 한다. 홈팀의 성적에 따라 관중의 입장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홈팀의 성적이 좋으면 청소일이 힘들어지고, 성적이 나쁘면 일이 편해진다고 한다. 아무튼, 관중의 30% 입장만 허용하는 요즘에도 보통 10시경 치우기 시작하면 꼬박 4~5시간이 걸리고 새벽 2~3시에나 귀가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변화

반장을 맡고 있는 L씨(57세)는 "야구장 청소는 야간에 해야 하는 게 어렵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무관중 경기가 늘어나 일을 할 수 있는 날 수가 줄어든 점이 더 어렵다"고 했다. 올해 야구장 청소로 얻는 소득이 이전의 1/3 수준에 그쳐서 요즘 다른 일들을 더 찾아 줄어든 소득을 메우고 있다.

코로나19로 청소인력들은 올해 2차례 선별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입장한 관중 중에 확진자가 아닌 밀접접촉자만 있어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다행히 코로나19 선별검사소가 야구장 바로 옆에 있어서 큰 불편이 없었고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관중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나는 질문에 “그냥 쓰레기통에 잘 넣어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답한다.
관중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나는 질문에 “그냥 쓰레기통에 잘 넣어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답한다.

야구장이 만드는 5060 소득보전 일자리

청소참여 인력은 대게 50~60대가 주류다. 올해 62세인 A씨는 관리비 내는 데도 보태고, 손주들 용돈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감을 표한다. 동년배나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서 일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심리적인 긍정효과도 있다.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어서, 일을 할 때와 안 할 때 체중 차이가 3~4kg은 나는 것은 덤이다.

4월부터 10월까지 일년중 6~7개월만 가능한 일자리이지만, 50~60대의 소득보전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10월에 프로 야구 시즌이 끝나게 되면 입주청소 등 도원참사랑나눔이 진행하는 다른 사업으로도 연결하며 가급적 청소인력들의 소득공백을 메워주려고 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내의 한 매점 운영자가 청소인력들에게 무료 간식을 제공하는 장면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내의 한 매점 운영자가 청소인력들에게 무료 간식을 제공하는 장면

무관중과 유관중은 어떤 차이 ?

야구경기장 청소사업의 PM역할을 하고 있는 도원참사람나눔의 이현준 팀장은 “2021년에 기억나는 일을 무관중이었다가 유관중으로 규제가 완화되었을 때였다”라고 말한다. 그는 “무 5, 유 15, 만 30. 무관중일 때는 자신을 포함해 5명만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처럼 유관중 경기가 되면서 15명 내외가 다시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고 한다.

또,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리그중단 사태 이후 재개된 시즌부터는 연장이 없어서 일을 일찍 시작해 끝낼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한다. 아울러, 사회적경제 주체가 일을 맡아서 하다보니 아무래도 일에 같이 참여하는 분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인격적인 대우를 할 수 있는 부분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한다.

2022년에는 프로야구가 다시 활성화되고, 야구장이 사회적경제를 위한 일자리도 함께 더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날아라 프로야구, 날아라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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