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개장한 경남 지역의 프로야구 경기장은 4층 규모의 최신 건축과 첨단 시설로 건설되었다.
2019년에 개장한 경남 지역의 프로야구 경기장은 4층 규모의 최신 건축과 첨단 시설로 건설되었다.

얼마전 MLB급 최신 야구경기장이 있는 경남지역의 한 도시로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새 야구장이 개장했을 때부터 2년을 별렀던 일이었는데, 주변 지인들은 야구가 뭐라고 거기까지 다녀왔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먼거리 원정응원의 관전 포인트는 야구경기 자체 말고도 또 있었다. “사람들이 야구장에서 유대감을 느끼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요소를 고민했다”는 야구장 디자인 컨설팅회사 관계자의 얘기를 현장에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최근 새로 선출된 30대 야당 대표가 약장수라 칭했다는 하버드 대학 교수도 오래전 야구장에서의 유대감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야구경기를 보러가는 것은 여러 계층과 섞이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란히 앉아 다같이 눅눅한 핫도그를 먹고 화장실 앞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 같은 야구장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그런 것들이 민주주의 경험을 공유한다고도 말했다.

경남의 야구장은 4층 규모의 최신 건축과 디지털 기반의 첨단 시설이었고, 타 도시에서 온 야구 덕후에게는 부러움 그 자체였다. 그런데 최신 시설 야구장의 전체 4개층 중에 2개층은 비싼 요금의 스카이박스(skybox)로 구성되어 있었다. 2개층을 위한 전용동선도 따로 있었다.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란히 앉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fore they shape us).”는 처칠 수상의 연설은 건축과 삶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한 명언이다. 그의 명언 속 ‘건축’이란 단어를 어쩌면 ‘야구장’으로도 바꿔서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미 신축계획이 진행중인 대전을 비롯해 여러 도시들이 야구 경기장의 신축을 고민하고 있다. 야구장에는 경기의 승패만 있는 것은 아니며 시민들의 여러 일상과 세속의 삶들이 다 녹여져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앞으로 새로 지어질 야구 경기장들은 시민들의 일상에 어떤 유대감을 선물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석에 나란히 않아 지역의 수제맥주와 지역의 청년기업들이 만드는 수제버거와 핫도그,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다면 좋을 듯 싶다. 앞으로 계획될 새로운 시설들은 '유대감'에 대해 한걸음 더 깊은 고민과 애정을 담아 태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