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인 대한민국에서 ‘집’ 이슈는 조용할 날이 없다. 여기에 우리 사회 특유의 ‘꼰대’ 감성이 더해진 듯하다. 아파트를 구매하려 ‘영끌’까지 감행하는 청년들에 대해, 너도나도 한 마디씩 훈수를 둔다. 시대에 너무 뒤처지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속으로는 우려가 가득하면서도 나름 논리를 갖추려 하지만 무의미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기성세대가 아파트를 구매했을 때 주요 연령대와 부채비율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과감하게 올리자는 논의는 정부여당에서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며,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한 20~30대의 비율도 높아졌다. 그런데 고작 몇 가지 현상만 두고 청년과 내 집 마련, 부동산 영끌, 투기 같은 키워드를 엮어내는 것은 너무나 억지스럽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압도적인 욕구, 부동산 영끌 현상 이면에는 ‘불안’이 있다. 소득의 기대치가 자산 증식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노동의 가치가 너무나 낮아진 거다. 특히 코로나19가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청년들의 노동시장은 결코 안정적이지 못했다. 청년의 절반 이상은 비정규직과 계약직 노동자이며, 전체의 1/3이 고용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는 ‘비전형’ 노동자이고, 늘어난 일자리 중 상당수(40만명)는 단순노무종사자였다. 청년 정규직 임금의 61%에 불과한 청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도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이니 언택트 시대이니 지금 내가 속한 일터가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만 같은 위기감마저 압박이 된다. 높아진 실업률, 낮아진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까지... 내가 열심히 일한다고 매년 폭등하는 부동산 자산의 증식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자가 소유 말고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전·월세 계약이 보장받는 기간은 고작 4년이다. 전·월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2년 뒤 4년 뒤 나는 어디선가 제대로 살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제시한 유일한 선택지라고는, ‘주거 사다리를 타고 종국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하라는 것’이다. 집을 소유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불안한데, 누구든 자가 소유 시장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 증식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니, 지금이라도 ‘막차’를 타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일부가 부동산 영끌을 했다고 자산 증식과 투기 욕망과 연결할 수 있을까? 욕망은 산업화나 민주화 세대의 산물이지 ‘요즘 것들’에게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소유하겠다”는 계획은 청년 중에서도 소수만 이룰 수 있는 목표다.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영끌로 부담하려면 최소한의 목돈이 필요한데, 80%가 넘는 청년에겐 허상이다. 특히 자가 소유 논의는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누구 주장처럼 주택 공급도 대거 늘렸지만, 세입자의 비율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 양극화만 심화했고,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 청년 주거 문제는 아직 산적해 있다.

오늘날 벌어진 혼잡한 부동산에 대한 현상을, 청년에 대한 이슈를 ‘부동산 영끌’로만 조명하고 있으니, 책임 전가도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최근에 자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여당 부동산 특위의 대책이나 정부의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다시금 답답해진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명료한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지난 6월 3일은 ‘무주택자의 날’이었다. 집을 소유하든 세 들어 살든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유의 중립성’을 다시금 주거 정책 패러다임의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기대해볼 만한 변화는 있다. 사회주택이나 기본주택과 같이 세입자로 살더라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정책 기조도 조금씩 힘을 받고 있다. 영끌 부동산 구매 이외의 선택지를 통해, 불안을 채워줄 다채로운 선택지를 마련해보자. 미래에 어떤 집에서 쉴 수 있을까 상상이 가능한 오늘이 된다면 하루가 참 소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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