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서울과 부산 양대 도시의 일꾼을 뽑는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의 사퇴 및 사망으로 인해 열리는 4.7 재보궐선거다. 임기는 1년 남짓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처럼 열리는 대형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차기 일꾼을 뽑는 선거는 보통 전임자에 대한 평가에서 시작한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정책을 내세우며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전임시장의 핵심 시정과제였던 사회적경제 관련 논의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박원순 전 시장은 사회혁신가를 자임했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박 전 시장의 공과 과를 냉정히 평가하는건 논쟁의 영역이겠지만 그가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규모를 대폭 키웠다는 데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그래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후임 시장의 관점에 관심이 쏠리지만 아직까지는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관련 공약은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의 ‘공공 ICT 사업에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를 우선 지원하는 원칙 확립’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한 무관심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8일, ‘사회적경제 5법’(기본법, 사회적가치법, 신협법(개정), 서민금융법(개정), 마을기업법)을 이번달 임시국회 내 처리하겠다고 공표한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현시점에서 사회적경제 논의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후보들이 무관심하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아직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관련 공약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정책 내에서도 충분히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가치 창출 노력을 담아낼 만한 요소가 있음에도 토론이나 방송 등 자신의 정책을 알릴 기회가 왔을때 사회적경제 관련 구체적 언급이 없는걸 보면 아쉬울 따름이다.

4.2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일부 예비후보.왼쪽 사진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예비후보, 이낙연 대표, 우상호 예비후보순./출처=더불어민주당오른쪽 사진 : (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신환,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출처=국민의힘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일부 예비후보.왼쪽 사진 :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예비후보, 이낙연 대표, 우상호 예비후보순./출처=더불어민주당오른쪽 사진 : (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신환,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출처=국민의힘

예를 들어 박영선 민주당 예비후보의 ‘21분 컴팩트 도시’나 조은희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25개 다핵도시’ 공약 발표시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은 충분히 주인공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21분 컴팩트 도시는 50만명 규모의 21개 다핵도시에서 21분내 이동가능한 생활권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25개 다핵도시는 서울 25개구를 교육·문화·교통이 연결된 다핵구조로 만들겠다는 공약이다.

이 공약들은 2020년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이 재선에 도전할 때 발표한 ‘15분 도시 프로젝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고 시장은 걸어서 15분 이내에 집과 학교, 직장, 편의시설이 존재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히 선언에 그친게 아니라 목표를 실현하는데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강조하고 실제로 반영했다는 대목이 돋보인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역사회 서비스를 누구나 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 사회적경제는 이처럼 지역 생활권에서 활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그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향후 후보의 공약발표와 상호토론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견해를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 10년 서울시 정책의 중추를 이뤘던 영역이기에 시민들도 면밀히 보고 평가할 기회가 필요하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 중에 사회적경제에 긍정·부정적 관심을 각각 표명했던 후보들이 보인다. 이들을 시작으로 사회적경제 논의가 이번 선거에서 활발하게 오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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